청풍동에 가을이 깊어갑니다.
돼지감자 노란꽃이 시들어 가고 두레논을 제외하고 많은 논이 콤바인에 의해 빈 들판으로 변해갑니다.
작년 논두레에 이어 두회째 진행되는 논농사 두레,
오늘은 추수를 하는 날입니다.
노란장화로 무장하고 청풍동텃밭 아래에 있는 논에서 먼저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곳은 일반미를 심은 곳인데 작황은 좋은 편입니다.
콤바인 작업이 쉽도록 논주변의 벼를 베고 물이 빠지지 않은 곳의 벼를 베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유운선생님은 두레회원이 아닌 배추작목반 회원이지만 오래간만에 추수는 즐겁기만 합니다.
뻘논에 떨어진 이삭을 줍는 아이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콤바인으로 베면 참 쉬울텐데 논 상황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곳에서 한톨의 쌀이라도 더 생산하기 위해서 서로 애를 씁니다.
벼를 베어내고 다시 논둑으로 날리는 고된 작업입니다.
발은 빠지고 어깨에 들쳐맨 벼는 낱알의 무게로 무겁습니다.
우리에게 생명 에너지를 전해주는 귀한 낱알들이 땅의 에너지를 간직한 채 우리의 어깨에서 춤을 춥니다.
띠동갑 형님도 오래간만에 낫을 들고 벼를 벱니다.
논농사에서 최고의 축제는 모내기와 벼베기입니다.
논농사는 혼자서 짓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은 어른대로,아이는 아이대로,여자는 여자대로,청년은 청년대로
각자 할 일을 나누어 협력하는 공동체에 가장 적합한 농사입니다.
아랫논의 작업을 마치고 위 논으로 옮겨서 작업이 계속됩니다.
이곳은 흑찰벼를 심은 논으로 지난번 물고랑을 함께치며 논 물빼기를 한 논입니다.
원래 수렁논인데다 처음 모내기를 할 때 평탄 작업이 제대로 안되었는지 피가 많습니다.
벼 반,피 반입니다.
피농사를 지었다고? 요즘 피에 대한 영양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피농사를 짓는 곳도 있다고?
이야기를 나누며 위안을 합니다.
벼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의 낫을 쓱 당겨서 벼를 베다보면 발이 빠집니다.
물이 빠진 논보다 몇 배는 힘이 더 듭니다.
그래도 함께하는 노동은 축제 같습니다.
"새참이다!"
아이들이 먼제 새참을 발견하고 우르르 달려나오고 어른들도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힘든 벼베기 작업에 최고의 새참은 역시 막걸리입니다.
광주광역시농업기술센터에서 새참을 지원해 주셔서 문형권동문이 청풍동동주와 두부와 김치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빛고을자연생협에서 식혜를 비롯한 아이들 간식을 후원해 주셔서 즐거운 새참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새참을 먹고 에너지를 보충한 논두레 가족들이 막판 힘을 내서 작업을 합니다.
아이들도 단단히 한 몫을 합니다.발이 빠지고 논흙이 온몸에 튀지만 어른들이 베어놓은 벼를 논둑으로 나릅니다.
여자 회원들도 열심히 벼를 벱니다.
벼베기는 20년 전 기억이 우리의 몸속에 오래도록 숨어있다가 다시 출현하는 본능입니다.
청풍동논두레 점심 시간.
점심 도시락을 싸 온 분들이 조금,아니 아주 넉넉하게 준비한 덕분에 모두의 입이 즐겁습니다.
텃밭에서 딴 배추와 무우잎을 쌈으로 볼이 터지도록 밀어넣습니다.
(특별히 해와달텃밭의 지명은형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점심 후에 콤바인이 투입되어 논의 벼를 순식간에 베어냅니다.
콤바인이 삼킨 벼를 커다란 마대자루에 토해놓자 벼를 만지며 감탄하는 논두레 회장님과 회원들.
옛말에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새끼들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와 '내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라고 하더니
나락을 쥐고 냄새를 맡으며 환호하는 논두레 회원들을 보니 감동적입니다.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미리 베어낸 벼는 직접 기계에 밀어 넣어서 추수를 합니다.
모든 일이 콤바인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변수가 많아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지요.
함께 힘을 모아 작업이 끝나갑니다.
한톨의 낱알이라도 손실되지 않도록 벼 이삭을 줍습니다.
떨어진 낱알은 논습지에 사는 들짐승과 날짐승들에게 먹이가 될 것입니다.
논두레에 참석한 회원들과 광주전남귀농학교 회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추수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새벽부터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2010년 10월 24일 일요일 오후 4시,
어제 벤 벼를 일손을 도와주신 문제섭어른과 박주민형님이 아침에 건조기에 넣고 건조를 시작한 후
여러 시간만에 바싹 마른 벼가 나온 시간입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수 많은 작업들이 진행되다는 것을 혹시 알고 있을까요?
담양 고서 중앙정미소로 건조된 나락을 싣고 간 때는 오후 5시 30분입니다.
나락을 도정하여 방아를 찧기 위해 지리한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오늘 도정하여 귀농학교 창고로 쌀을 옮겨 놓지 않으면 주중에 다시 모이기가 쉽지 않아서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지루한 기다림을 무기형님이 사온 막걸리를 저녁 삼아 고서 어느 정류소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고,밤 8시 일반미와 흑찰미를 섞어 현미로 도정한 쌀이 쏟아져 나옵니다.
향기로운 향이 좋고 씹어보니 고소한 맛이 좋습니다.
작년에는 모든 농작물이 풍년이었고,특히 벼의 수확량이 좋았다고 합니다.
올해는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하여 많은 농작물이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논 두레 수확량이 예상보다 적게 나와서 안타깝지만 나름의 기준에 따라 분배를 하여 함께 논농사를 공부하고
함께 힘을 모아 농사를 짓는 두레 정신이 반영되도록 해야겠습니다.
트럭에 쌀을 싣고 무등농장으로 와서 어깨의 힘으로 까대기(가대기)하여 옮겨 두니 밤 9시가 훌쩍 지나갑니다.
오늘 하루 힘을 모아 건조에서 도정까지,힘든 일을 도운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장하다! 벼들아! 고맙다! 벼들아!
이 벼로 만들어진 꽃다발을 생태가치와 자립하는 삶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분들에게 바칩니다.
그리고 1년동안 애써준 논의 흙에게,미생물들에게,햇볕에게,비에게,우렁이에게 바칩니다.
무엇보다도 1년동안 논두레 공동 작업에 꼭꼭 참여하여 협력한 회원들에게 바칩니다.
청풍동 논두레 1년의 경험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립하는 삶,자급하는 삶,아낌과 나눔과 섬김의 삶.함께하는 삶,공동체의 삶.
그런 것이 소중하다는 것이 아닐까?생각해 봅니다.
모두들 1년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곧 쌀을 나누어 1kg,2kg,5kg 등으로 소포장하는 작업이 끝나면
<쌀 나누고 평가하는 날>을 갖고 나눔을 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무등산 아래 "청풍동 논두레" 벼베기 풍경입니다. 글쓴이는 아이숲 도서관 윗층 베란다에 작은 밭을 일구던 도시농꾼이고, 옮긴이는 임종길님께 강의 부탁드렸던 "홍희정"입니다. 늦은 밤 가을 풍경을 전하며, 도토리 교실에서 잘 쉬었다 갑니다.^^
아, 청풍동이 어딘가 그랬더니 광주군요.^^ 예 기억납니다. 아이숲 도서관 방문해따가 윗층 학원하시는 원장님께서 도시농업에 관심 많으시다고.... 보기좋은 풍경입니다.
논이 주는 기쁨, 수확이 주는 덤입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곳에서 애쓰는 모습, 이해가 갑니다.
저희도 수확량이 많이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