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86세대들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할수 없는 시대가 되었나? 아니면, 그동안 마치 386세대의 적자인양 행동하면서, 그로 인한 반사이익만을 양껏 누려온 김민석에게만 그러한 것인가? 90년대 초반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김민석이 가장 먼저 운동을 정리하고 보수야당에 입당했던 것부터가 그의 기회주의적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인가? 보수야당에 입당한것도, 지난번 대선에서 김대중의 로드매니저를 했던 것도 모두가 권력을 위한 일련의 전략적 행태였다는 말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데모'가 있는 날이면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후문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어떤 여자 (전직)아나운서의 힘인가?
그가 이번에 국민통합21이라는 정몽준당에 입당하면서 발표한 선언문을 보라. 그럴듯한 언변으로 포장한 그의 선언(사실 선언문이란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은 아닌 것으로 안다...)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언어도단의 플레이란 말인가.. 국민통합 21이라는 현판을 들고, 또는 정몽준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아서 그가 짓고 있던 그 미소.. 그것을 보고 그를 욕하지 않고, 그 미소에 분노하지 않은 사람이 한나라당이나 정몽준당외에 누가 있겠는가?
그의 말을 보자. "3김시대를 극복할 새정치 질서의 형성,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대선승리, 민주정통성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신당에 참여" 한단다. 먼저 3김시대 청산이라...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노무현이 3김시대와 지역할거를 막을 대안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건 말바꾸기가 너무 심한거 아닌가? 또 새정치질서라 했던가? 정치신인 정몽준이 하면 새로운정치인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비전과 역사의식을 지닌 자가 하는 정치가 '새정치' 아닌가? '민주평화 개혁' 이라니.. 지금껏 군부독재 세력에 대한 끊임없는 정경유착으로 커온 현대에서 무슨 개혁의 이미지를 한푼어치라도 건질수 있으며, 정몽준의 이 시대에 대한 역사의식과 공약도 거의 검증되거나 나오지 않은 마당에 (그가 나오는 개그 프로의 동문서답식 개그는 재미있게 잘 보고 있지만...) 거기서 무슨 민주평화를 논하는가?
골리앗위에서 투쟁하던 노동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깡패와 테러리스트들을 고용해서 식칼을 휘두르는게 평화라면, 당신을 도대체 얼마나 파시스트요 주전론자길래 그 이상이라야 폭력이라 말할 것인가? 구사대의 식칼에 피를 흘린 그 분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거기에 "민주평화개혁"이라는 말 중 어느 하나라도 맞아들어가는게 있느냐는 말이다. 거기에 민주정통성의 보전과 계승이라니? 이 말은 거의 폭소를 자아낸다. 민주적이었던 적도 없는 사람이 무슨 정통성이 있어서, 그것을 보전하고 계승한다는 말인가?
그가 했던 말중에 가장 솔직한 말은 이거다. " 후보단일화로 대선승리를 이룰 현실적인 마지막 대안". 그가 정몽준의 국민통합21(이 당은 정몽준의 '사당'이라 할만하다. 어제도 밝혔듯이, 경선이나 협상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사람의 대선만을 위해 급조된 당은 보스 한사람만을 위한 사당 이상이 아니다)에 입당한 가장 솔직한 이유다. 정몽준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미약하나마 조금이라도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현실적인 이유에서 (누구나 다 알듯이) 입당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플레이를 스스로 "몸을 던져 길을 제시한" 것으로 격상한단 말인가? 무슨 길을 제시했다는 것인가?
더 많은 정치 철새들의 민주당 탈당과 연쇄 입당을 위한 길 이상의 의미도 있나? 그리고 몸을 던진다는 표현 또한 아무때나 쓰는 표현이 아니다.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위해서 자신이 선택한 길이 가시밭인줄 알면서도 선택할 때에나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자기가 돈과 높은 지지율이라는 유혹을 따라가면서도 그런 표현을 쓰나?
"정몽준 후보가 새 시대에 적합한 조건과 신념을 갖추" 었단다. 그런데 나같은 정치 문외한은, 정몽준후보 관련한 보도나 출연를 아무리 많이 접해도 그로부터 새시대에 적합한 조건과 신념을 발견할수가 없었다. 물론 정치에 밝은 김민석씨 같은 분이라면 패널들의 대답과는 전혀 상관없는 동문서답식의 개그의 행간에서도 그런 걸 찾아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일의 큰일을 위해 오늘 기꺼이 욕을 먹겠"단다. 내일 얼마나 큰일을 할라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오늘 사람들의 입에선 욕을 토해내고 싶은 욕구를 그 또한 모르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정몽준당에 입당해서 하려는 일이 얼마나 큰 것이길래, 정치하는 사람이 사서 욕을 먹으려는지 자못 궁금하다. 또한 욕을 먹겠다는 것이 자신의 행태가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몹쓸짓이라는 것을 안다면, 왜 '몸을 던져 길까지 제시'하고 그러냐는 말이다.
애국심과 열정으로 선언문을 써 내려가던 20년전의 당신의 모습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상당히 강한 모양이다. 하지만, 당신의 선언문을 옛날처럼 가슴시리게 들어줄만한 사람이 이제는 그렇게 없다는 것을 또한 안다면, 이제는 그런 느끼한 언변으로 사람들 속이려 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이 정말 내일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그 '마지막 대안' 이 진정한 대안이 아니라면, 그래서 92년의 국민당의 전철이라도 밟게 된다면, 그때는 김민석씨도 정치철새였다가 점점 잊혀지는 정치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몽준후보도 지금 답보중인 자신의 지지율이 철새 정치인 몇명 영입한다고 높아지는게 아니라는 왜 단순한 진리조차 모르고 있는지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다. 김민석씨가 입당한대도 딱 두표 늘었다. 김민석과 전직 아나운서. 딸은 홈피에서 사진보니까 아직 투표권이 없을것 같더라.
나도 임종석씨등이 말한 것과 같은 " 분노와 서글픔을 느"끼며, 내가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었던 정치인의 명단에서 당신을 지울 것이다.
<출처: 한겨레신문-분노한 이>
P.S 증말 믿었던 386세대 정치인마져 이러다니... 역시 사람을 믿는다는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꼭 투표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