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해안도로
‘…기암괴석과 광활한 개펄 그리고 불타는 석양이 만나 황홀한 풍경을 연출하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드라이브코스 …해안도로 바로 밑 3.5km 길이의 목재데크 산책로는 바다와 접한 풍경을 접할 수 있어 … 2006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에 들었고 2011년 국토해양부가 주는 <대한민국 자연경관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길이기도 하다. 법성포에서 굴비정식으로 식사한 후 국내 하나밖에 없는 노을전시관을 비롯하여 다양한 펜션과 카페가 갖추어진 19km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면 해당화 30리길도 만날 수 있다.…’ 전남 영광군이 백수해안도로를 이처럼 열심히 홍보하는데도 난 쉽게 빠져들지 못하고 왜 짠한 마음만 들었던 것일까.
‘불타는 석양’을 만나기 위해 해질녘 그곳을 찾았지만 섬들 사이로 내려앉는 일몰풍광은 광고카피처럼 황홀한 비경을 보여주질 못했고 오히려 많이 밋밋했다. 하여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을 또 한 번 실감하며 쓸쓸히 돌아서야만 했다. 혹시나 하고 다음날 아침 두 번째 찾았을 땐 짙은 해무가 바다를 덮고 있어 안타까웠다. 광고카피 시작부에 말하는 기암괴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같은 서해에 위치한 홍도처럼 그런 비경이 있다면 가장 먼저 그 풍광을 홍보물에 실었을 터이다. 청정한 바다 동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남해안 그림 같은 한려수도와 탐라제주의 빼어난 풍광에 익숙해진 눈은 이제 웬만한 경치엔 감응하지 않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예삿일이 아니다.
백수해안도로 다녀온 지 10년 세월을 넘다보니 그동안 해상전망대를 비롯한 벤치 등을 새로 설치하면서 기초단체 영광군이 기울인 정성이 곳곳에 모습을 보인다. 연전에 부산 청사포에 들어선 머릿돌전망대처럼 만든 해상전망대는 해면에서의 높이와 다리의 미려함이 돋보여 탐방객이 탄성을 지를 것 같았다. 바다로 쑥 들어가 다릿발 하나만 높게 세우기는 쉽지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차로만 오가는 해안도로 끝까지 조형물을 설치한 건 어찌보면 예산의 낭비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누가 있어 이처럼 많은 돈을 쏟아부어 명품도로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러고 명품 해안도로에 걸맞게 관광객이 몰려들어야 하는데 탐방객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 보였다.
부산 기장군에 고리원자력이 있다면 이곳 영광군엔 영광원자력이 있다. 원래 재정자립도가 낮았던 경북 울진과 경주 월성도 원전단지 덕분에 부자 기초단체가 됐다. 그런데도 탈원전을 내건 세력이 벌써 4년째 나라를 망치고 있어 뜻있는 국민들은 가슴을 친다. 그런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사고확률 1000만년에 1번’이란 신문 칼럼은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이 평생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은 35%.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은 1%정도로 암에 걸릴 확률보다 높단다. 교통사고로 매년 3천명 이상 죽지만 자동차를 추방하자고 시위하는 사람은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5월 14일 울진원전 신한울 1호기 원자로에 비행기가 추락할 확률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울진엔 정치적 고려로 만든 공항이 있을 뿐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어 공항은 비행훈련원으로만 사용하는 중이다. 그러니 원전 상공을 지나는 항로가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얼빠진 위원은 항공기 충돌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분야 전문가가 미국 에너지부 계산지침에 따라 그 확률을 제시했다. 1000만년에 1번. 바꿔 말하면 한 해에 울진원전에 비행기가 충돌할 확률이 1000만분의 1이라는 것. 사실상 제로라는 것이다. 원안위는 작년 11월 이후 이런 식으로 회의만 11번째 하면서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또 어느 위원은 “쓰나미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전문가 말에 “그러면 홍수대책을 내놓으라”고도 했다. 이미 완공된 신한울1호기가 가동을 못해 생산하지 못하는 전기만 하루 20억 원 어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