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민아, 네가 나에겐 구세주였단다
김 난 석
대전 통신부대에 배치받아 첫 외박 허가를 받은
그해 토요일의 설렘이라니...
그런데 부대에서 집은 멀고
어디를 간단 말이냐?
김일병과 의기 투합해 대전역 까지는 갔는데
김일병도 나도 먼저 어디를 가자고 할 것도 없이 머뭇거리다가
이층 중국집에 올라가 자장면 한 그릇씩 앞에 놓고 배갈 한 병을 땄다.
술병은 다 비어가는데 날은 춥고, 어디를 간단 말이냐...
김일병이 친척집이 있다면서,자기는 거길 방문하겠단다.
그러면 일찌감치 거길 갈 것이지 밤중에 친척을 찾아간단 말인가?
집이 부산이라 했는데?
하긴 부산사람이 대전에 친척집이 있을 수도 있겠지.
나는 홀로 떨어져 다시 갈마동에 있는 부대로 향하고 있었다.
부대에 들어가면 내 침상이 그대로 놓여있으니까 말이다.
남들은 중동 10번지 그 으리으리한 홍등가에 숨어들어
진짜 이슬 진로의 그 빨간 딱지도 뗀다던데...
그것도 넉넉한 돈이 있어야 한다지 않던가.
옳치. 대전 갈마동에 고모님 댁이 있었다.
인사도 드릴 겸, 겸사겸사해서 거기나 들리기로 했다.
고모부는 해병대 중대장을 하다 제대하고
경찰에 특채되어 충남도경 수사계장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 해보니 얼마 전 청양 경찰서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했다.
서장은 출퇴근이 없다. 관사에서 생활해야 한다.
그러니 고모님도 따라서 청양으로 가셨다했다.
고모님 댁엔 큰딸 상례, 둘째아들 상직이, 세째아들 상민이
상례는 대전성모여고 학도호국단 대대장이었는데
집엔 상례와 상직이만 있고
상민이는 친구집에 갔다고 했다.
밤이 깊어지자 자리를 펴고 누웠다.
내가 제일 위이니
제일 아랫목엔 나, 다음엔 상례, 다음엔 상직이
이렇게 누워 불을 껐는데
아아, 김일병은 지금 친척집에 들어갔을까?
거리를 방황할까?
어둠 속에서 눈만 끔벅거리고 있으려니 처량하기도 했다.
발가락
상례 발가락에 내 발가락이 닿았다.
내가 댔을까... 아니면 상례가 댔을까...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추운 날, 청춘 남녀가 함께 여관에 들렸더란다.
여자는 아랫못, 남자는 웃목
둘 사이에 옷을 벗어 경계선을 그어놓고 여자가 한다는 말이
"여기 넘어오면 개새끼야!"
남자가 한다는 말이 "알았어!"
그날 밤 젊은 남녀는 그렇게 약속하고 아무 일 없이 날이 밝았는데
그 뒤에 여자로부터 들려오는 후일담이 걸작인 것이
"그날 밤 그놈은 개만도 못한 자식이었어." 하더란다.
물론 이건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유머일 뿐이다.
잠시 후에 철대문이 "삐꺽" 하는 소리가 났다.
외출했던 상민이가 들어왔던 것이다.
그러더니 점퍼를 훌떡 벗어던지고
나와 상례 사이로 끼어 들던데
이건 서열 파괴행위가 아닌가?
하지만 그날 밤은 불침번 한 번 설 것도 없이
참 편하게 자고 일어났다.
상민아, 그날 밤 나에겐 네가 구세주였단다.
2022. 7. 10.
첫댓글 아고
정말 큰일 날뻔 했습니다
기특한 상민이 지금 멋진 삶을 살고 계실듯.,
그 집안이 경주이씨 집안은 아닌지 싶군요..
ㅎㅎ
이씨가 아니라 박씨
박헌규 서장.
앞으로 경주이씨 집안에
누를 끼치지 않아야겠네요.ㅎ
@석촌 아~~ 상 자 돌림이라 혹시 했어요
@이젤 ㅎㅎ
예전엔 성장한 자녀들이 한 방에서 자기도 하고 그랬지요
친척이 와도 그렇게 겨울이면 특히 불때는 방만 오글오글 이불 하나에 발 집어 넣고
시방 같으면야 어림도 없지요
아버지가 공무직이면 자식들끼리
자취하듯 생활 하듯 살면서 아버지 월급날 되면 기차타고 가서 생활비 받아 오던 철도 공무원집 딸 제친구 부기 생각이 납니다.
웃방이 있으나 냉골이었지요.
그러니 아랫목에서 꼼지락 꼼지락.
이건 해굽성 물굽성이 아닌
아랫목굽성이라 할까요?
어려운 60년대 풍경이었지요.
대전에 통신부대는
예전에 둔산동이 되었구요 정부ㅈ덩사 등 아파트숲
갈마동은 도로위쪽 에
잘있습니다
대게 남자들군대 이야기 는
재미 없어서 잘 안 읽어 보는데 님의 글은 단숨에 읽었습니다 ㅎㅎ
저는 헌재 대전 신도시 도안동에 살고 있습니다
도안동이 제일 좋다고 하던데
한번 들려봐야겠네요.
둔산동 갈마동 그쪽이 논이나 밭들이 있는 시골이었죠.
고모부가 그쪽 국유지를 무단점유해서 집짓고 살다가
소유권 이전등기를 안해주니까
한참 행패를 부리기도 했는데
국토방위하던 사람을 왜 홀대하느냐며
해병대 기질을 쏟아내기도 했죠.
@나오미 ㅎㅎ
@석촌 죄송 ㅎ 자랑 한거같아서요
@나오미 별말씀을 ㅎ
아기 자기한
인생얘기
잘 보고 갑니당
네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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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칠세 부동석인데
남녀 칠세 지남철이면 곤란!
맞아요.
남녀관계는 자제하기가 지난한 일이니
일단 떨어져 지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