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20년. 제 1차 성계대전 발발.
지구의 태양계와 에덴계의 생존을 건 사투. 그 최후의 전쟁인 화성전쟁. 그곳에는 단신으로 에덴 크루세이더 일만을 상대로 싸운 사내가 있었다.
단신으로 한자루의 건 블래스터(Gun Blaster)만을 가지고 당시 화성의 군사적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던 에덴의 대병력을 전멸시키고 화성전쟁을 태양계측의 승리로 이끈 그 사내는 전쟁이 끝난 후, 실종되었다.
피의 젖은 붉은 머리에 차디찬 얼음같은 눈동자. 그리고 언제나 착용했다는 백색 전투용 코트.
이젠 전설이 되어버린 그의 이름은 후세에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그를 직접 보거나 싸워본 몇 안되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그의 전혀다른 두가지 칭호가 전해질 뿐이다.
백색 총잡이, 피빛의 살인마.
전혀 다른 이 두 칭호는 그를 가리키는 말로써 3년간을 침묵한채 지내왔다.
하지만, 태양계 세 번째 별 지구의 내분으로 전설의 총잡이는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서기 2030년 12월 5일 새벽 6시. 대한민국 SAP(Special Ability Police)지부. 여느 때와 달리 굉장히 일찍 나온 희경은 졸음을 겨우 참으면서 본부 안으로 들어가 사령관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오게나."
철컥.
희경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머리가 하얀 노년의 남자가 푹신한 사무용 의자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암...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부르신거죠, 사령관님?"
하품을 하면서 꽤나 피곤해 보였지만 희경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챈 SAP, 일명 세프의 사령관 는 헛기침을 몇번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흠, 혹시 이런 말 들어봤나. '백색의 광마'라고."
"들어는 봤죠. 서기 2020년에 단신으로 에덴 측의 병력 일만을 전멸시키고, 그 뒤로 에덴계에서 전에 없던 잔혹한 대학살을 저지르다가 어느날 갑자기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던 백색의 광마. 아슈하발트 폰 하이르덴. 후아암...하지만, 그게 절 부른 일과 무슨 상관일까요?"
그녀가 '일까요~?'를 붙인다는 것은 그 부분이 맘에 안든다는 뜻이다. 그것을 아는 몇 안되는 사람중에 한명인 사령관은 얼굴을 바꾸어 그녀를 대했다.
"호오, 예상외로 잘 알고 있군."
"무슨 뜻이죠?"
희경이 희번뜩 감은 눈을 뜨자, 젠은 의자를 돌려 뒤를 보이며 말했다.
"빙빙 돌려 말하는게 질색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거두절미하고 말하지. 방금 말했고 자네가 잘 아는 바로 그 아슈하발트 폰 하이르덴이 서울에 나타났으니, 그를 섭외해서 여기까지 데려오는 것이 이번에 자네에게 주어질 임무이네."
"뭐라고요?"
희경은 큰 눈을 몇번 깜박이며 말했다. 잠이 확 깨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자신이 들은 소리가 제발 노망난 늙은이의 헛소리이길 바랬다.
"자네, 며칠새에 귀머거리가 됐나? 그 아슈하발트를 데려오라고 했네. 물론 섭외해서 오면 가장 좋고, 안되면 힘으로 해도 좋네."
쾅!
"할아버지!"
평소에 잘 부르지 않던 호칭까지 불러가며 희경은 사령관용 책상을 쾅하고 내리쳤다. 그녀는 분노와 의아함이 섞인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아슈하발트라구요, 아슈하발트! 에덴 크루세이더 일만명을 혼자 전멸시킨 괴물을 저더러 잡아오라구요!"
"혼자 가라고는 안했다, 이 버릇없는 손녀야. 동료를 끌고 가도 좋고, 필요하면 현재 세프가 보유하고 있는 어떤 최신식 무기를 들고 가도 좋다. 죽이지 않고 데려올 수만 있다면 네 진급은 물론이고 보너스도 확실히 주마."
쾅!
희경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책상을 내리쳤다.
"세상에 둘도 없는 손녀를 죽이고 싶으세요?"
아슈하발트 폰 하이르덴. 현재 전 세계 대부분에 지부를 두고 있는 EES(Esp Educate Station)중 한국 본부에서 양성된, 인간의 최고 영력치라는 마의 40G 장벽을 깬 사나이. 100G 이상의 수치로 측정 기계를 터뜨렸다는 설화도 있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당시 진행중이던 에덴계와의 전쟁에
투입, 당시 지구의 공포의 대상이던 크루세이더 1만을 몰살시킴으로써 지구를 구한 영웅으로 추앙받은 전대미문의 최강의 에스퍼. 그러나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살아있는 악귀로 변해 버렸었다.
이유를 알수는 없었다. 밝혀지지 않은 이유를 가진 채, 아슈하발트는 에덴계의 행성중 가장 군사시설이 발달한 미카엘 행성에 단신으로 침입 그곳의 상주하고 있던 에덴 병사 5만을 전멸시킨다.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되어 왔던 에덴의 '빅 뱅' 프로젝트를 파헤친후, 사라진다. 그 일로 에덴계가 태양계의 감시를 받으며 식민지화 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간단히 말하자면 그를 잡으러 가는 것은 혼자서 행성 하나를 점령하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제가 죽기를 바라시는 거에요? 네?"
다른 때와 달리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흥분하는 손녀를, 사령관은 묵묵히 지켜보았다. 마치 그녀가 제풀에 지쳐 멈추기를 바라는 듯 했다. 그럴만도 했다. 누가 행성 하나를 무참히 깨트린 살인마와 싸우려 하겠는가-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한참을 흥분해서 알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던 희경은 점점 의식을 찾았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후...후우...좋아요, 알았어요. 갈게요. 단, 할아버지의 이레이져 건. 빌려 주신다면."
"꼭 말을 해도 무리한 것만 요구한다니까. 쯧쯧..."
그러면서도 사령관은 몸소 자신의 벨트에서 총을 꺼내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사령관은 자신의 자랑거리이자 최고의 총중 하나인 이레이져 건을 내주면서도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좋아서 저럴까. 희경은 할아버지만 아니면 신나게 패주고 싶다는 생각에 몸
을 부르르 떨었다.
"왜 떠냐, 겁나는 게냐?"
"...빨리 총이나 줘요."
"역시나 건방진 손녀로군. 며느리를 꼭 닮았어. 옛다, 대신에 흠집 하나당 네 월급 1/10이다."
"윽! 할아버지, 정말 우리 할아버지 맞아요?"
"그럼."
희경은 질렸다는 듯이 총을 받아 허리춤에 챙기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닫힐 때 큰 소리가 난 걸로 보아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던 사령관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얀 머리에다 옷...그것만 가지고 알아낼 수 있으면 내가 신이지, 이러고 있을까? 할아버지는 정말 성격도 이상해. 나말고도 사람 많은데 손녀를,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애를 이렇게 내보내고 싶을까?"
희경은 투덜대면서 주위를 살폈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서, 하지만 며칠을 해매도 아슈하발트는 커녕 그의 코트 끝자락 실 한가닥도 찾아내지 못했다. 가끔씩 종로에 나타난다는 막연한 정보 하나로 사람찾기란 쉽지 않았다. 몇번 사령관에게 연락도 해보았으나 대답은 오로지 '시간은 많다.'
라는 말 뿐이었다.
"쉽게 찾을 수 있다면 벌써 찾았겠지..."
그녀는 오늘도 지친 다리를 이끌고 종로를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정보를 캐내고 수소문 해봤지만, 얻은 정보라고는 언제나 흰 바지에 흰 코트를 입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이래서야 언제 찾겠어..."
"저기, 잠시만요."
"어쩐다..."
누군가 고민하는 그녀의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확실히 튀는 은발에다 흰 원피스 차림. 흰 구두에 하얀 가방.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데다가 흔치 않은 미인이었다. 갓 스물이나 됐을까. 은발의 여성은 희경의 어깨를 몇번 두드려 보고 또 불러 보았다. 하지만 소식이 없자, 소리를 조
금씩 높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찾지..."
"저기요."
"휴우..."
"듣고 있어요? 이봐요."
몇번 불러도 역시 반응이 없자, 은발의 여성은 희경에 귀 가까이 입을 대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여보세요!"
"꺄악!"
희경은 고막이 날아갈 것 같은 소리에 화들짝 놀라 넘어질뻔 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일제히 시선을 집중하자, 은발의 여성은 당황했는지 희경을 데리고 사람들 주위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약 30분 후, 종로의 어느 카페.
"...나를 찾았다구요?"
"네. 얼마나 찾았는데요."
'참나...내가 찾다가 찾히니(?) 묘한 느낌이군.'
희경은 이제 놀란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듯 했다. 그리고 은발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기 그지없는 여성이었다. 여자란 걸 빼면 사령관의 설명에 딱 맞는 사람인데, 아무리 봐도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고, 또한 굉장한 미인이었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지금도 주위의
남자들이 이따금씩 계속 시선을 보내고 있었으니.
"통성명이나 하죠. 저는 서희경이라고 해요. 이름을 물어도 될까요?"
"아, 희경씨. 전 아..."
"......."
"...참, 지금 몇시더라?"
"......."
'아...뭐? 좀 확실히 말하면 좋잖아.'
이름을 말하려다 순간적으로 멈춘 은발의 여성은 아주아주, 매우매우 수상쩍어 보였다. 하지만 은발의 여성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채, 자연스럽게 다시 말을 이었다.
"음, 딱 1시네요. 점심이라도 하겠어요?"
"그것도 좋겠죠. 하지만 그전에 이름을 묻고 싶은데요."
"아, 그렇군요. 음..."
'뭘 저리 뜸을 들일까? 수상한데...후...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니.'
"아...되도록 좀 빨리 말씀해 주시면..."
"주문하시겠어요?"
'기가 막힌 타이밍이군.'
마침 도착한 웨이트리스 덕에 다시 흐지부지된 여성의 소개는 둘다 커피를 시킨 후로 연장되었다. 우연인지, 아니면 계획적이었는지. 어쨌든 시간이 좀 걸렸어도 희경은 은발 여성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소개가 늦었네요. 전 티네리아 윌 벨파스트라고 해요. 그냥 티넬이라고 불러주세요."
"티네리아...예쁜 이름이네요."
"고마워요."
차를 마시는 티넬을 바라보면서, 희경은 정말 수상쩍다는 생각을 했다. 증거는 없었지만 하얀 머리에 하얀 얼굴. 하얀 원피스에 하얀 신발. 하얀 매니큐어까지. 어떻게 보면 정신 이상이라고 볼만큼이나 하얀 여자였다. 그중 가장 이상한 것은 은발의 머리였다. 적어도 지구상에는 은발이 아
주 희박하다. 그것도 동양계에는 가능성 제로였다. 비록 얼굴이 하얗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동양인이었으니, 희경으로서는 마치 외계인이라도 만난 것 같았다. 게다가 너무 튀는 모습이라 보는 이가 많아 조금 부담스러웠다. 거기다 연예인 뺨칠만한 미인이 둘씩이나 있으니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왜...절 찾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 중요한 걸 말하지 않았네요. 실은..."
"식사하시겠습니까?"
중요한 말을 할 때마다 꼭 말을 끊는 웨이트리스가 몹시도 밉살스러웠지만, 뭐라 할 수도 없는 종류의 것이라 희경은 꾹 참고 거절하려 했다.
"아, 됐..."
"여기서 먹고 가죠, 뭐. 제가 살게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사양할 것 없어요."
희경은 이 수수께끼의 여성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아닌 말로 정말 머리가 뽀개지도록 생각했다. 하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을 두고 그녀를 연행해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게 아닌데...왜 일이 이렇게 꼬여가는 걸까. 에라, 일단 먹고 보자.'
1시간을 먹고 떠드는데 써버린 희경은 자포자기한 상태로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때웠다. 시계가 오후 2시를 넘어갈 즈음, 티넬이 그녀에게 한가지 이야기 할 것이 있다면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남자하고 데이트 하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귀찮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구심을 풀
기위해 희경은 티넬이 이끄는대로 지하철을 탔다.
"와아...멋지네요. 이거 꼭 한 번 타보고 싶었어요."
"처음...? 티넬씨, 지하철 처음이에요?"
"아, 네. 어렸을 때 좀 폐쇠적인 곳에서 살았거든요."
말하는 티넬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희경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몇분 지났을까.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티넬이 입을 열었다.
"참, 이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유원지가 어딘지 아나요?"
"네? 음...이 근처라면 롯데월드? 그런데 왜 물으시죠?"
"그래요? 그럼 그곳으로 가죠."
"네?!"
잠시 할말을 잊은채 멍하니 있는 희경의 손을 잡아 끌고 티넬은 몇번 지하철을 갈아타서 롯데월드로 향했다. 지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는 동안, 티넬은 무엇이 그리 신기한지 주위를 둘러보며 계속 감탄했다. 어디 시골에라도 평생 틀어박혀 있다가 도망쳐 나오기라도 한 걸까.
"와아! 정말 멋진 곳이네요. 우리 저거 타요, 네?"
티넬이 가리킨 것은 몇십년 전부터 그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바이킹'이었다. 여자가 단번에 담력이 필요한 놀이기구를 선택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드문 일이었다. 희경은 마치 어린 남자애를 데리고 놀러온 것 같았다. 그리고 몇분 후, 희경은 비명을, 티넬은 여자같지 않은 웃음 소리를 동시에 터뜨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하하하하하하~!!"
비명과 웃음 소리가 절묘하게 믹스된, 자못 엽기적이기까지 한 소리에 바이킹에 탄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들에게로 몰리기 시작했다. 희경은 그 시선에 비명도 못지르고 조용히 있었지만, 티넬은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실컷 소리를 질렀다. 놀이 기구에서 내린 후에, 티넬은 잠시 동안 어질거리는 희경을 땅에 끌다시피 해서는 다음 목표로 데려갔다.
어느덧 저녁 7시. 온몸이 피로에 지친 희경은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벤치로 온힘을 다해 걸어가 털썩 주저앉았다.
"더, 더 이상은 못 걸어요."
"에이, 그러지 말구요. 이제 하이라이트로 자이로 드롭이 남았는데."
"못한다면 못하는줄 알아요!"
"희경씨..."
티넬은 여태 애써 웃음을 지어왔던 희경의 갑작스런 태도가 놀라웠는지, 아니면 무서웠는지 큰눈을 깜박이며 멈춰 서있었다.
"화났어요?"
"......."
"쪽."
"뭐, 뭐하는 거에요?"
티넬이 다가와 희경의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 희경은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다행히도 사람들은 없었다. 안심한 희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티넬이 다가와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제 화 풀렸어요?"
"후...뭐, 화낼 것도 없으니까요."
"그럼 드디어 자이로 드롭을..."
"안. 돼. 요!"
"히잉..."
희경은 이번만은 지지 않겠다는 필사의 태도로 맞섰고, 티넬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눈물어린 얼굴과 몸짓으로 맞섰다. 결국 부드러움은 강인함을 이겼고, 희경은 결국 놀이 기구 탑승 후 몇번이나 헛구역질을 해야했다. 화장실에서 찬물에 얼굴을 씻던 희경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물을 틀어놓은 줄도 모르고 생각에 빠졌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임무는 뒷전에 두고 이렇게 놀고 있다니...그래, 어차피 관계없는 사람은 내버려 두고 내 임무에만 충실하면 되는 건데.'
"희경씨? 아직 멀었나요?"
"...네? 아, 갈께요."
'그래도...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는데. 역시 매몰차게 떠나는 건 도리가 아니겠지?'
손수건으로 얼굴을 대충 닦고 나온 희경은 자신을 반기는 티넬과 함께 롯데월드를 나왔다. 세수를 해서 정신이 번쩍 들자, 희경은 티넬을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려 했다.
그러다보니 희경은 자신이 모르는 것은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기, 티넬씨는 어디 살아요?"
"네? 저요? 아, 그게...아, 아하하하..."
"어디냐구요?"
티넬이 웃음을 지었지만 희경의 눈에는 어느덧 그것이 꾸며낸 웃음이라는 것이 보였다. 처음부터 수상했던 사람이었기에 희경의 의심은 커져만 갔다.
"저어, 사실은...가출했어요."
"...뭐라구요?"
갑작스런 티넬의 말에 희경은 당황했다. 어디어디에 산다고 하면 그곳을 철저하게 수색하고 확인해 보려던 희경의 생각은 결국 생각에서 끝나고 말았다.
"아니,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가출을 해요?"
"속상한걸요...아빠도 엄마도 전부다 콱 틀어막히신 분들이라...몇백년 전 전통을 지키라고 성화를 하시니..."
"...그래도, 부모가 있는게 없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하루만 재워주면 안될까요?"
"...참 당당하시네요."
눈물어린 슬픈 얼굴에서 웃는 얼굴로 금세 표정을 바꾸는 티넬을 보면서, 희경은 그녀의 태도를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약한 부모의 정으로 호소하고, 또 웬지 밉지 않은 티넬을 차갑게 버릴 만큼 희경은 냉정하지 못했다.
'속는셈치고 재워줄까...그래, 가까이 있으면 수상한 점을 더 밝힐 수 있을지도 몰라. 왜 나를 찾았는지...정말 당신은 누구인지.'
안녕하세요, 새내기 화이트 거너입니다. 가입한지는 한 일주일이나 됐을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글을 써보니 참 감회가 다르네요. 팰디가 아니라 자신만의 창작품을 내놓는다는게 이렇게 떨릴 줄은 몰랐습니다. 읽으시느라 지루하지는 않으셨는지? 아직 그리 큰 사건도 등장하지 않았고 등장인물도 고작해야 세명 선에서 그쳤지만 다음화에는 더욱 더 노력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