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이터널스 감독에게 보내는 마동석 활용법(7점)
밑으로 강력한 범죄도시2 스포가 있으니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마동석의 최고의 히트작 범죄도시가 범죄도시 2로 돌아왔다. 범죄도시는 마석도라는 마동석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준 영화이지 장첸이라는 윤계상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준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진선규, 허성태 같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흥행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688만 명이라는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였다. 이런 영화다 보니 당연하게 후속작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5년 만에 범죄도시 2로 돌아오게 되었다. 과연 5년 만에 돌아온 범죄도시 2는 어떤 영화인지 알아보자.
장첸을 이을 악역 강해상
범죄도시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터치 한방에 거구를 기절시키는 마석도가 있기도 하지만 이 마석도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영화 최고의 악역으로 손꼽히는 장첸이 있다. 범죄도시에서 장첸은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첫 등장에서 독사를 순식간에 죽이는 잔인한 면을 보여주지만, 독사파를 완전히 괴멸시키는 것이 아닌 그대로 흡수를 해서 자신의 조직을 만드는 정치적인 면도 보여준다. 또한, 황사장의 술집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는 조용히 나가려는 자제력을 보여주다가도 가드가 자신을 욕하자 그대로 손모가지를 잘라버리는 무절제함을 보여주는데 이렇듯 장첸은 야수적인 면모와 냉철한 사냥꾼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이 궤멸하며 바로 도망쳐야 하는 급박한 순간에서도 의뢰를 받았던 것을 잊지 않고 황사장을 담그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도망치더라도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장첸은 두뇌와 무력을 동시에 가진 악역이었고 마동석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악역 중에서도 마동석과 마지막까지 부딪히지 않았기에 마지막에 화장실 격투 장면에서 ‘당연히 마동석이 이기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영화를 보더라도 거기까지 가는 상황 속에서의 장첸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관객들을 휘어잡으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바로 이러한 역대급 악역 장첸이 있었기에 이 영화에서도 가장 공을 들여 만든 캐릭터는 바로 손석구가 연기한 악역, 강해상이다. 감독은 강해상의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강해상이 베트남에 사업차 와있는 최용기를 납치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도망치던 최용기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잔인하게 칼(그냥 칼이 아니고 정육점에 있는 고기 써는 칼 같은데 정확한 종류는 모르겠다.)로 썰어 버리고 그에 따지는 조력자 역시 바로 죽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다음으로 그의 팔을 잘라 최용기의 아버지에게 보냄으로써 강해상이 얼마나 잔인한 인물인지 보여준다. 또한 강해상의 강력함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한 것은 최용기의 아버지이자 대부업체 사장인 최회장이 보낸 킬러들이다. 이들은 첫 등장에서 엄청난 프로처럼 등장하며 강해상을 잡으려고 하나 자신이 집에 침입한 것을 눈치챈 강해상이 자신의 동료와 함께 그들을 썰어 재끼면서 강해상이 단순하게 잔인한 것만이 엄청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강해상의 전투력과 잔인함은 장첸 이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해상이 장첸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좀 더 순수한 악이라는 것이다. 장첸의 행동이 계산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것에 반해 강해상은 그냥 순수하게 미친놈이다. 최회장에게 뺏은 돈을 그가 보낸 킬러들이 가져간 것을 알자 마치 진짜 자기 것을 빼앗긴 마냥 분노하고 최회장을 죽이러 올 때 “살려서 보낸다고는 안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볼 때 그냥 본능에 가까운 행동하는 모습은 정말 자기중심적 사고만을 하는 아이 그 자체다. 아마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1편의 장첸이라는 계산된 악이 아닌 좀 더 순수한 악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마동석이라는 판타지
마동석이라는 배우는 한국에서는 독보적인 피지컬을 지닌 배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 쓰기 어려운 배우이다. 그를 조연으로 쓰려고 한다면 너무 강력한 전투력 때문에 중간에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서 죽여버리며 악역으로 쓴다면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 고민되는 배우이다. 이러한 고민은 이 배우를 주인공으로 할 때 상당 부분 해결이 되지만 반대로 주인공이 너무 강력해지므로 영화의 긴장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가 나오는 영화는 액션 자체가 시원하긴 하지만 조금만 연출이 서투르면 단조롭거나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액션이 나오며, 악역들을 표현하기가 어려워진다. 웬만큼 악역을 만들어도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강해상이라는 순수 악을 등장시키는 한편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판타지를 극대화하기로 마음먹었다. 범죄도시 2에서 마석도는 역시 독보적이다. 그의 첫 등장은 한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남자를 제압하면서다. 칼을 들고 날뛰는 범죄자를 제압하는 와중에 그를 가볍게 기절시킨다는 게 너무 세게 기절시켜서 안면 함몰을 일으키고 징계성으로 베트남으로 가 자수한 범죄자를 인도받기 위해 전반장과 함께 베트남에 가게 된다. 마석도는 자수한 범죄자를 추궁하던 중 강해상에 대해 알게 되고 강해수의 집으로 찾기 위해 조폭들이 운영하는 도박장을 습격하게 된다. 여기서 그가 내지르는 주먹은 말 그대로 채찍이 공기를 찢는 파열음이 나며 좀 과장 보태면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보다 강력하게 보일 정도다. 주먹 한 방에 조폭들은 쓰러지며 보스급이 두 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된다. 특히 그러한 표현이 극대화된 것은 강해상의 집을 알게 된 마석도와 전반장이 강해상와 그의 동료와 싸우는 장면이다. 강해상의 집에 도착한 마석도와 전반장은 이미 강해상이 처리해버린 킬러들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 숨어있던 강해상의 칼이 전반장이 어깨에 깊은 상처를 주게 되고 강해상과 동료 그리고 마석도의 싸움이 시작된다. 앞에서 다수의 킬러를 잔인하게 죽여버린 둘이었지만 마석도에게는 차례차례 제압당하게 되는데 무시무시한 칼을 들고 덤비는 둘을 상대로 주먹 하나로 때려잡는 모습은 마치 관객들에게 “봤지? 강해상도 마석도에게는 안돼. 그러니까 맘 편히 영화를 보라고.” 말하는 듯 들린다. 결국, 이 장면이 영화 내에서 둘의 서열정리가 되며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장면이라 생각된다. 마석도와 강해상의 마지막 싸움에서도 강해상이 새로운 무기를 들고 오는 것도 아니기에 큰 위험을 줄 만한 요소가 없었고 예상대로 흘러가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싱겁게 다른 의미에서는 맘 편히 영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발암케가 없는 시원시원한 전개
마석도와 강해수의 조우 이후 영화는 자신을 죽이려던 최회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한국으로 넘어온 강해수와 그가 부른 조력자인 2명과 그들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마석도 일행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여느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쓸데없거나 멍청한 인물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에선 외압 때문에 마석도의 수사를 방해하는 경찰서장도 없고, 회장이 납치당할 때 CCTV를 놓치는 형사도 없으며, 엄청난 등치를 가지고도 허무하게 당하는 경호원도 없고, 남편이 납치당했다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모님도 없으며, 혼자서 구하러 갔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죽는 그런 형사도 없다. 모든 인물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합리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행동하며 그러한 모습은 악역들도 마찬가지로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며 영화는 끝까지 진행되게 된다. 발암캐들이 벌이는 환상의 호러쇼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왜 저렇게 멍청하게 행동해.” 같은 걱정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
좋은 메시지 그러나 아쉬운 연출
범죄도시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영화를 만들었듯 이번 범죄도시 2 역시 실존하는 사건들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동남아 국가들에서 한국인을 납치해서 가족에게 돈을 받아내고 죽이는 그런 범죄들이 있으며 수많은 피해자가 아직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의 분노를 풀어주기 위해서 마석도의 입을 빌린다. 마석도가 하고 있는 행동이 월권이라는 지적에 마석도는 ‘이곳 경찰들이 잡지 못하니까 나라도 잡아야지.’ ‘나쁜 놈 잡는데 국경이 어딨어?’ 같은 대사들을 하는데 이러한 대사들은 한편으로는 사이다 같은 대사일 수 있지만, 너무 정직한 대사로 느껴질 뿐만 아니라 좀 아쉽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마석도는 범죄자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너무 무대포로 활동한다.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한다는 점을 빼고 본다며 그의 행동은 명백한 월권이며 그가 보여주는 행동들은 분명 그 나라의 법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차라리 베트남으로 공조하는 형식으로 가서 그곳에서 현지 인원들을 통해 압력이 들어오고 그러했기 때문에 마석도가 어쩔 수 없이 행동했다는 식으로 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러한 아쉬움 외에도 범죄도시 2를 보면서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처음에는 위에서 말한 그것처럼 너무 정직한 대사와 연출 때문이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시 범죄도시를 보니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바로 모든 형사들이 너무 완벽한 형사가 됐다는 것이다. 범죄도시에서 형사들은 완벽한 형사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때로는 갈등하고, 자신이 강력반에 맞는지 고민도 하고 마석도는 범죄자들에게 뇌물을 받기도 하고 그들을 챙기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반장 역시 사건이 일어날 때 스크린골프를 치는 등 성실하지만 한편으론 적당히 챙길 것은 챙기는 그렇기에 더욱더 동네 밀착형 형사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범죄도시 2에서 그들은 완벽한 형사들이다. 서로에 대한 갈등은 보이지 않고 한눈파는 모습은 전혀 없으며, 타국에 가서도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열혈에 불타는 완벽한 형사인 것이다. 갑자기 1, 2편이 인물들이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모습은 감독이 바뀌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마주한 사건이 1편은 좀 더 지역 밀착형이었고 2편은 지역과 관계가 있는 사건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의문이 들었다.
마석도라는 인물을 앞으로도 볼 수 있기를.
범죄도시 2는 장점이 많은 영화이지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충분히 재밌다. 저번 시즌 장첸과 비교하면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강해상이 보여주는 아이같은 악은 이 시리즈가 왜 매력적인가 보여주다. 또한, 진행에서도 빠른 전개와 쓸데없는 장면들이 없기 때문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된다. 그리고 1편을 기억나게 하는 몇몇 장면들은 1편을 본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예전에 이 영화가 단지 2편이 아니라 마동석이 8편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한 인터뷰를 본 것 같은데 실제로 대부분 주요 인물들이 그대로 나오기에 이 정도 퀄리티를 유지한다면 훌륭한 시리즈 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P.S. 좀 애매해서 뒤로 따로 뺏는데 영화 인물들이 다 그렇듯 다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파하지 않는다. 무슨 칼에 찔리고 찍히고 아무리 맞아도 다들 ‘아!’하고 아파하는 정도이다. 정말로 아픈 것은 마석도가 때릴 때뿐이지 대부분은 금방 일어난다. 내가 비록 저 정도로 칼에 찔려본 적은 없겠지만 아마 찔린다면 엄청 아프지 않을까? 그냥 맞는 것도 아픈데 저 정도로 맞으면 정말 아프지 않을까? 근데 나라면 과연 저렇게 멀쩡히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액션 영화니까 그러한 과장은 있어야겠지만 특히 강해상 같은 경우는 마지막 마석도와 싸우기 전까지는 과연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맞아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온몸에 난 피와 상처와 다른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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