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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8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208월] 세종시 갈등·반발 키운 정운찬 총리
세종시 풍랑을 헤쳐가는 정운찬 국무총리의 운신이 위태위태하다. 야권은 정 총리의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 중 공격적인 언사를 문제 삼아 자진사퇴 요구와 해임건의안 카드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의석분포 상 야권만의 해임건의안 제출은 파괴력이 약하지만 한나라당 내 친박계가 가세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근 친박계의 기류를 보면 전혀 가능성 없는 얘기가 아니다. 정 총리가 이 고비를 어찌 넘을지 궁금하다.
야권의 사퇴요구와 해임 건의안 으름장은 여당의 주장대로 '상투적 정치공세'이자 이명박 정부 흔들기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정 총리가 부적절한 언행과 말 실수로 자초한 면도 상당하다. '보스의 뜻만 따르는 정치인' 발언만 해도 그렇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져 안타깝다"고 한 것은 의원들을 보스의 하수인쯤으로 여기는 어법이다. 의원 비하ㆍ의회 무시 발언으로 비쳤으니 격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당연했다.
정 총리는 감정적이고 인신공격적인 질문으로 나오니 답변도 격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과거 정치인 출신 총리들이 의원들과 거친 말싸움을 벌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들은 구태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학자 출신의 정 총리에게는 다른 모습을 기대했다. 그런데 오히려 한 술 더 뜨니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이용삼 의원 조문 실언도 이해할 수 있는 실수이지만, 성의 없어 보인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일까지 겹치니 신뢰는 떨어지고 반감은 커진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보좌와 함께, 정치사회적 통합과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막중하다. 정 총리가 태생적 임무인 세종시 문제에 민감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거듭 정제되지 않은 말과 주장으로 갈등과 대립을 키우는 것은 자신은 물론 국정 운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쇳소리가 아니라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정 총리는 자신의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208월] 재앙을 잉태해 가고 있는 4대강 사업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온갖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강바닥을 깊게 파헤치다 보니 수질오염 가능성이 높은 오니(오염된 진흙)층이 나오고, 높은 관리수위로 강 주변 지역의 침수 피해 우려가 커지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번에는 대형 보의 부실 시공 가능성이 제기됐다. 수리모형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형 보를 건설할 예정이어서 안전성 문제나 홍수 피해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어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수리모형실험 미실시 문제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댐이나 보를 건설하려면 미리 축소된 모형을 만들어 댐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홍수 피해 등에 대한 각종 실험을 해야 한다. 그 결과 문제가 있으면 이를 설계에 반영한 뒤 공사를 시작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정부는 수리모형실험도 하기 전에 대부분의 보에 대한 실시 설계를 끝냈거나 끝낼 예정이다. 관련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편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연의 물 흐름을 인공적으로 가로막는 댐 건설 같은 대형 토목공사에서는 수리모형실험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온갖 변수를 상정해 설계해도 실제 자연환경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리모형실험도 없이 보를 건설하면 그만큼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질 오염과 홍수 피해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보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일이 기우만은 아니다. 실제로 1985년 완공된 경기 연천댐은 1996년과 99년 두 차례 붕괴된 뒤 2000년 철거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몇몇 보에 대한 수리모형실험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실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4대강 공사를 중단하는 게 맞다. 그 결과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설계를 수정하겠다고 하지만 대형 토목사업을 이렇게 추진해선 안 된다. 도심을 흐르는 개천인 청계천이라면 이런 식의 접근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4대강은 한번 훼손되면 원형으로 복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대규모 자연하천이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와 수리모형실험 등을 거친 뒤 사업 진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정부가 절차를 지킨 게 도대체 뭐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4대강 사업은 ‘이명박표 재앙 사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20100208월 ]‘저출산 시대’ 학교와 교사, 量 아닌 質 제고를
서울시교육청이 2014년부터는 고교를 신설하지 않고 기존 고교를 이전해 학교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저(低)출산으로 학생 수가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조치다. 서울지역 고교생은 2010년 35만9000명에서 2013년에는 31만8000여 명으로 4만10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부터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학생 없는 선생’이 조만간 현실로 닥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보다 많다. 그만큼 교육 여건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와 교사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머지않아 교사가 남아도는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32만8000명인 초중고교의 학령인구는 2018년엔 545만7000명, 2030년엔 451만5000명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추락한다. 2030년 학령인구는 2007년(787만3000명)의 60% 이하로 떨어진다. 대략적으로 계산할 때 학교 10개 가운데 4개는 불필요해진다는 얘기다.
반면에 지난 5년간의 추세대로 학교 및 교사 수를 늘릴 경우 2010년대 중반에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치에 도달한 뒤 계속 줄어들게 된다. 2030년이 되면 OECD 평균치의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수는 적은데 교사가 넘쳐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부터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재배치하고 교사 증원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교사를 줄이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학교 이전이나 통폐합에 따른 지역주민과 동문회의 반발이 작지 않을 것이다. 도심 슬럼화로 옛 명문고가 쇠퇴하는 부산이나 광주에서 일부 고교가 신도심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문회가 반대하고 있다. 초등교원의 임용규모 축소에 따른 교대생의 반발도 거세다. ‘학생 없는 선생’은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교대 신입생 정원을 축소하고 사범대와 교육대를 통합하는 등 근본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 사립학교 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학교이전촉진특별법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초중고교 교육정책의 초점은 학교 신설이나 교사 증원 등 양적 팽창보다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과 대학진학률 제고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맞춰져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208월] '학교 일' 인터넷 공개가 非理 막는 한 방법
교육계 비리(非理)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대전의 한 중학교 교장은 학교 미술품 구입비 3000만원을 횡령하고 학교운영비로 자기가 낸 책 1000권을 구입하도록 했다가 적발돼 감사원이 7일 교육청에 문제 교장의 파면(罷免)을 요구했다. 지난 5일엔 서울 성북구의 한 고교 행정실장이 학교 보수공사를 맡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자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장 4명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관련해 학원으로부터 700만~2000만원씩 챙겼다가 직위해제 됐다. 장학사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주겠다며 수천만원을 받은 서울시교육청 장학사가 구속된 일도 있다. 지난해 '고발? 하려면 하세요'라는 책을 낸 양인자 전 시흥중 교장은 "어느 학교 행정실장이 남자화장실 소변기 센서가 고장 났다며 다 바꾸자고 하기에 교장이 확인해봤더니 고장 난 건 달랑 한 개였더라"는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교육계 종사자 가운데 업자들 뇌물 받고, 학교 돈 빼돌리는 식의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다가는 모든 교장, 모든 장학사, 모든 행정실장이 비리나 저지르면서 뒷돈을 챙기는 사람들로 손가락질을 받게 생겼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방과후수업비나 수학여행비를 학교에 내면서 '이 돈의 일부가 교장에게 가는 건 아닌가' 의심을 해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 돼버린 것이다. 교육계를 이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보다 못한 교육과학기술부는 5일 법조인과 학부모 등을 '학교비리 감사(監査)'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렇게라도 해야겠다는 교육당국의 답답한 마음도 이해는 간다. 더 근본적인 대책으로 학교에서 벌이는 각종 공사의 발주나 교육비품 구입, 방과후학교 참여업체 선정, 수학여행·교복·앨범 관련업체 계약과 진행사항 등의 과정을 학교 홈페이지에 소상히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만 해도 학교 관계자들이 내놓고 업자와 담합하겠다는 마음을 먹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들이 학교 돌아가는 일에 더 관심을 갖고 더 나은 대안(代案)을 제안하도록 하는 채널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00208월] 군 무기관리 체계 2중·3중 다시 짜라
현역 장교를 포함한 군인들이 민간인한테 돈을 받고 군부대에 보관 중인 K2소총 5정을 빼내 빌려준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교육사령부의 무기 관리 담당들이 직접 나선 일이다. 군 주최 행사에 문제의 업체 참가를 돕고 밀반출한 소총을 전시토록 한 대가로 거액을 챙겼다. 군에서는 114일간이나 소총 반출조차 몰랐다니 어이가 없다. 밀반출된 총기가 불순한 범행에 사용되고 민간인 사상이라도 불렀다면 어쩔 뻔했는가. 더군다나 K2소총은 우리 육군의 주력 개인화기이다. 잊을 만하면 또 터지는 군 무기유출과 안전사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무기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 총기소지와 사고가 점차 늘면서 사회에서도 허술한 총기관리의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올해만도 놀이터를 향해 공기총을 난사하고, 주차장에서 이웃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일이 발생했다. 결격사유자가 소유한 총기가 6303점이나 되고 우범자 등 범죄자가 가진 총포도 2754점이나 된다는 경찰청 조사결과도 있었다. 군이 사용, 관리하는 무기는 공기총 같은 민간 총포류는 화력과 결과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인명피해를 막고 악용의 소지를 없애려면 평소 빈틈없는 점검과 안전관리가 필수이다. 해당 군부대에서 100일 넘게 무기증발조차도 파악 못하고 무기관리 핵심 담당자들이 소총을 빌미로 거래까지 나섰다니 한심할 뿐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긴장 속에서 해안포 사격을 비롯한 북한 군의 동태가 특별히 우려되는 시점이다. 전시, 평시의 구분 없이 무기는 군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단속해야 할 기본사항이다. 그런데도 무기유출과 그로 인한 범죄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2002년 육군상사가 저지른 포천농협 총기 강도사건을 비롯해 2005년 고성군 육군 모부대의 K2소총 유출, 2008년 안동 보병사단의 권총 증발사건 등 사고 때마다 군 당국은 특단의 대책을 입에 올려 단속강화를 외쳤다. 이젠 ‘목숨과도 바꿀 수 없다.’는 무기인 소총까지 거래의 대상으로 삼게 된 상황이다. 종전처럼 위기모면을 위한 말만의 방책으로 끝나선 안 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208월] 공기업 정년연장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인터뷰에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정년을 연장한 한전식 모델과 관련해 "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해 선택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를 무조건적인 정년 연장 편법으로 이용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한전은 최근 올해 7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1954년생 직원부터 임금피크제 선택 시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 취지는 향후 원자력발전 등 사업 확장과 관련된 기술인력 확보라고 밝히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 현실에서 선진국들처럼 경륜과 기술을 갖춘 사람들을 더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능력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은 사람들까지 모두 정년을 연장해주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임금피크제는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일정 연령부터는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을 일정 기간 연장해 주는 제도다. 임금 삭감과 정년 연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임금피크제는 구조조정에 더 큰 비중이 두어졌다. 회사가 고령자 임금을 깎으면서 제대로 된 보직을 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퇴직을 유도해 온 것이다.
이번 한전 사례처럼 정년을 2년 연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미 임금피크제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공기업들은 통상 정년을 1년 연장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이 임금피크제를 구조조정보다는 정년 연장 수단으로 더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 장관 말대로 임금피크제를 모든 직원의 정년을 연장해 주는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 젊고 유능한 신입 직원들이 회사에 많이 진입해 기업을 젊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세대교체가 안돼 고령자 비중이 비대해지는 회사는 인건비 부담이 증가함은 물론 시대 변화에 맞는 발전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임금피크제가 청년층 등 다른 연령대의 취업 기회를 제한하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윤 장관 언급이 있었던 만큼 공기업 정년 연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00208월] 중소기업 취업문 두드려 볼 때
중소기업분야 취업촉진을 주 내용으로 하는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가 가동됨에 따라 심각한 실업문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부 대책은 지난달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키로 한 일자리창출 종합방안의 첫 후속조치로 주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용시장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80%를 넘을 만큼 절대적이라는 점 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감안하면 일단 바람직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고용사정 악화, 특히 청년실업 문제에는 일자리의 수급불일치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부족해 구인난을 겪는 반면 눈높이가 높은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중기와 벤처기업 입사자들에게 장려금 제공등을 통해 미스매치 현상을 완화해 보겠다는 것이다.
우선 노동부의 구인구직 관리사이트인 워크넷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구직자가 근무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최대 18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제조업및 지식기간 서비스업종의 중기와 벤처기업이 이공계 석박사 인력을 채용할 경우 처음 6개월간 월 150만원, 이후 6개월간은 월90만원의 급여가 지원된다. 구직자들이 직업훈련기간 중 지원되는 생계비의 상환조건과 금리도 완화된다.
정부는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1,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재정으로 대우를 높여줘 구직자들의 발길을 중기와 벤처 쪽으로 돌려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구직자들의 인식 등 지금 고용시장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재정지출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더 폭 넓고 효과적인 고용회복 프로젝트 후속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가장 유효한 수단은 역시 민간부문 활성화다. 고용의 양 뿐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확대가 중요하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고용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부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이 몇 차례나 나왔지만 서비스산업은 여전히 낙후돼있고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ㆍ교육ㆍ법률 등의 진입장벽 철폐 등 핵심규제의 개혁이 필요하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기선민(문하스포츠부문 기자)-20100208월] 뉴 럭셔리
‘낙하산용 방수천도 명품백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브랜드가 프라다다. 창업자 마리오 프라다의 손녀 미우치아는 자기처럼 일하는 여성이 쓸 실용적인 가방을 원했다. 낙하산용 방수천을 고급 실크처럼 짠 일명 ‘프라다 천’은 커피를 쏟아도, 비를 좀 맞아도 괜찮았다. 젊은 직장여성들은 ‘된장녀’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기꺼이 월급을 털었다.
나만 좋다면 다소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해도 좋다-. 1991년 캘러웨이사가 내놓은 빅 버사 골프채가 좋은 예다. 값이 일반 골프채의 세 배가 넘었지만 중산층 사이에서 대히트했다. 캘러웨이는 일약 세계 1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2003년 세계적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산층이 평소보다 한 단계 올려 소비하는 현상을 ‘트레이딩 업’이라 불렀다. ‘뉴 럭셔리’라고도 한다. 과시형 소비나 사치 같은 전통적인 명품 소비패턴과 달라서다. 뉴 럭셔리 소비자들에겐 품질이나 감정적 만족이 우선이다. 소위 ‘감정적 소비’다. 상품을 살 때 나의 취향과 만족감, 문화적 정체성, 새로운 체험 여부를 따진다(질 리포베츠키, 『행복의 역설』). 하긴 미우치아의 철학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위해 사는 명품을 만들고 싶다” 아니었던가.
요즘 대한민국 직장인들 술자리 화제를 주도하는 ‘2아’가 있다. 영화 ‘아바타’와 아이폰이다. ‘2아’ 열풍도 내가 좋으면 지갑을 여는 뉴 럭셔리 소비와 닿아 있다. 5일 영진위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북미 시장을 빼고 ‘아바타’가 돈 많이 번 나라 7위(1010억원)란다. 2D와 일반 3D, 아이맥스 3D, 오감체험을 더한 4D 등 종류를 달리한 신기술 영상혁명의 유혹이었다. 관객들은 홀린 듯 보고 또 봤다. 평소의 두 배 가까운 티켓값, 개의치 않았다.
아이폰도 값이 만만찮다. 그런데 두 달여 동안 30 만 대나 개통됐다. 10만 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중 어떤 ‘애플’을 쓰느냐에 따라 이 세상에 내 것과 똑같은 아이폰은 없다는데, 뭉클하지 않을 소비자가 어디 있으랴. 시대가 변했다. 출시 첫해 500억원 매출을 올린 오리온 프리미엄 과자 ‘마켓오’처럼 과자도 패션 아이템이 되는 세상이니. 정재승 KAIST 교수는 프라다에 대해 “문화와 스타일을 덧입혀 단위면적당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일론을 팔아먹는 세기의 사기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감성의 시대, 뉴 럭셔리의 시대에 제대로 ‘사기’ 치려면 우리 기업들, 골치 좀 썩게 생겼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100208월] 그리스식 돼지(Pigs) 파동
돼지는 본디 날지 못한다. 그런데도 영미권에선 ‘돼지가 날지 못함’을 빈정대는 말투로 쓰곤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왜 돼지는 날 수 없나(Why Pigs Can’t Fly)’란 칼럼이 실렸다. 과도한 공공부채·재정적자와 높은 실업률로 곤란을 겪는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의 4개국에 대해 영문 첫 글자를 따 ‘돼지(Pigs)’라는 이름표를 공공연하게 붙여버린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잘 사는 북유럽과 못 사는 남유럽의 남·북 문제를 안고 출범했다. 아무리 말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이라도 성장이 더딘 남유럽 경제권을 새삼스럽게 돼지라고 때릴 일은 아니었다. 뉴스위크의 ‘돼지’가 말하고자 한 바는 세계화로 유럽의 전통적인 분업체계가 깨지면서 남유럽의 날개가 꺾였다는 점이다. 독일은 값싼 동유럽이나 아시아로 달려갔고, 프랑스는 지중해연합을 주도하면서 남유럽의 생산기지를 북아프리카 쪽으로 돌렸다. 이 바람에 가뜩이나 정치·사회적으로 굼뜬 남유럽은 빚만 늘린 돼지가 됐다는 진단이다.
지난 주말 지구촌 언론은 ‘신종플루’ 이래 또 한 번 ‘돼지’를 표제어로 내세웠다. 돼지 4형제의 막내 격인 그리스의 재정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탓이다. 금융시장의 돼지파동인 셈이다. 대니얼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그리스가 다른 돼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돼지 4형제 모두 2008년 기준 공공부채 비율이 높지만(그리스 126.7%, 이탈리아 120.6%, 포르투갈 88.2%, 스페인 68.9%), 그리스의 낮은 저축률이 재정개혁을 어렵게 하고, 다른 돼지 형제들은 물론 EU의 운신 폭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돼지 파동의 진앙이 왜 그리스인가에 대해 설이 분분하다. 정치 비효율과 강성노조의 반발과 같은 그리스 내부 문제를 들여다보는 이도 있지만, 그리스의 국채수익률이 독일보다 3%포인트나 높은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채권시장의 농간이란 견해도 있다. EU가 지원을 머뭇거리면서 ‘돼지 타령’을 하는 건, 다른 돼지 3형제가 그리스 구하기에 나서게 하려는 술책이라고도 한다. 그리스식 돼지 파동에서 적어도 책임의 절반은 불안정한 세계 자본시장에 있지 않나 싶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박성희(수소석논설위원)-20100208월] 반면교사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학습기억 연구소는 작년 여름,인간은 실패가 아닌 성공에서 배운다고 발표했다. 원숭이 실험 결과 뇌의 정보처리 활동이 성공 뒤에만 개선되더란 것이다. 그래서인지 말로는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면서도 실제론 대부분 성공 사례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영원한 1등은 없고,한때의 최고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널드 토인비는 이를 '휴브리스(Hubris,어떤 일에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우상화함으로써 결정적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뜻)' 탓이라고 정의했다.
성공의 덫이란 얘기다. 무엇이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던 승자를 졸지에 패자로 만드는가. 잭디시 세스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배드 해빗(Bad Habit · 성공한 기업의 7가지 자기파괴 습관)'이란 책에서 승승장구하던 기업의 추락 이유로 무의식 중 생겨나는 7가지 습관을 꼽았다.
현실 부정,오만,타성,핵심역량에 대한 지나친 의존,근시안적 사고,규모에 대한 집착,구성원의 영역 의식 등이 그것이다. 세스 교수는 특히 오만과 완고함에서 비롯되는 변화에 대한 외면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안팎의 소리에 귀를 막을 때 조직은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일본의 '실패학' 제창자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도 같은 이론을 편다. 불의의 사고는 없는 만큼 평소 주의깊게 살피고 문제를 찾아 빨리 대처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지만 눈앞 이익에 연연해 시장의 경고를 외면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 제조업의 우상이자 벤치마킹 대상이던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로 위기를 맞았다. 3년 전 브레이크 이상을 보고받고도 손을 쓰기는커녕 무시한 게 사태를 키웠다고 한다.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을 놓고 현대와 기아자동차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리스 등 재정 적자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유럽 각국의 사정 또한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하나의 대형사고 전엔 29개의 작은 사고와 300개의 잠재적 사고가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처럼 무슨 일에든 징조가 있고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기업과 정부 모두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작은 징후들을 무시하거나 갈택이어(竭澤而魚,연못을 말려 고기를 얻다)식 밀어부치기는 없는지 들여다볼 일이다. 개인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