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리
박남인
그가 봄이면 뿌리는 이런 저런 씨앗들, 가령 마당 한 한 귀퉁이
가로등 보다 낮은 살구나무가 초저녁 전등을 주렁주렁 켜놓은 것도
소포리 들녘에 가장 먼저 진도에 검정쌀을 시배하고 안토시아닌 같은
향기 가득한 몸뚱이를 트렉터 이앙기에 턱 걸치거나
미꾸라지 또랑에 첨벙첨벙 들어가 마침내 가을을 만난다.
상쇠를 자처하는 현철이나 주씨 만종이 이들이 아무래도 씨앗이다.
애닲은 소리만 다 밝히는 저 징한 달빛이 귀뚜라미에 자지러지면
얼척 없이 등을 일으켜주는 햇살을 온 몸에 담아 밤 새워
새벽 이슬에 젖어 꼭꼭 허튼 장단 잡아 다졌다기에
다시래기로 발아의 시기를 아는 그들은 꽃을 피운 그 한 새벽을
너무도 단단히 품은 씨앗들이다 눈물은 감히 물고다
소포만 불소금은 이제 갯벌쌀로 일 년에 한번 영글고
염해피해와 징하게 싸웠던 이 농사꾼은 비늘고기를 먹지 못한다
요새는 참 마플로 울금꽃 아래 황금 알멩이를 캐기도 한다
브랜드 찍은 포장지에 걸군농악 띠를 둘러도 보았단다
하루에도 몇 번 하늘 별자리를 가슴에 파종하는 동네
여기 소포리 뻘바닥 다지는 이들은 천상 사랑하는 것이 싸움이다
아예 성씨를 북소리로 새긴 박태주, 차근현 조열환 조공례
멀리 밀려나 출렁이는 물살 우에 둥둥 떠다니는 햇살이거나
흥그레타령 못 잊어하는 소포마실 소리방 그 애미들의 소리가
한 시절에는 목화솜 물레를 밤새 돌렸다고 하드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성동리 8-15 성동빌라 별관 3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