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온글》 디카시 창작 백일장을 위한 랩소디
- 패러디(perody)는 제2의 창작이다
<悳泉> 나 병 훈
페러디(perody)는 현대시의 주된 구성원리이자 주목할 만한 시학이다. 정끝별 이화여대 교수이자 시인은 국내 패로디 시학의 전문가, 그녀가 정의하는 패러디는 '현실모방과 창조'의 신화에 도전하는 글쓰기로 요약된다.말하자면 문학적 글쓰기에서 창조와 모방, 독창성과 진부함이 각각의 영역을 고집하기보다는 오히려 서로에게 길을 터주고 도와주는 페러디적 공간이 구축될 때 그 창작적인 현실 모방으로서의 글쓰기는 원작자와 동일한 칭조적 독자로서 인식되어질 수 있다는 애기다. 나아가 패러디로 인해 원작(원텍스트)의 문학적 가치와 본질적 의미는 재창조 되어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정교수의 지론이 문학계로부터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사례로 페러디는 기실, 우리 고대 전통문화 전반에 걸펴 지속되어온 향유방식 중의 하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이에 대해서는 지면의 한계상 후론하기 한다.
제2회 온글 디카시 창작 백일장이 이번 추계행사서 진행된다. 애기단풍으로 유명한 백암사 가는 숲길2km 현장의 여정에서 포착과 형상화가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다. 디카시의 주제는 '단풍'이다. 정끝별 교수의 페러디 지론을 소한하여 이번 창작대회에 보탬에 될 수 있도록 국내 유명 단풍시 50개를 엄선하여 시의 절정을 이루며 백미가 되고 있는 새로운 표현( 이미지화)과 신선한 인식(상상, 발상) 그리고 종국에는 '깨우침'을 주고 있는 구절들만을 추려내어 정리 해 본다. 정독하고 나면 단풍이 그대에게 그토록 할 말이 많다는것을 느끼게 될 것이며 그누구게도 발설하지 않은 그만의 신선한 인식(상상, 발상)의 선물인 페러디의 스킬을 귓속말로 전하여 주리라 믿는다.
어느 여류시인의 노래처럼 요즘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세상과 사람을 향안 그리움이 저절로 기도가 되는 단풍나무 아래를 자주 찾아가보자. 단풍이 지기전에..... 인생길 소풍 가듯 즐거이 걸어가다 이 몸 또한 한 잎 낙엽되면 그뿐인걸....<悳泉>
1. 단풍 숲속을 가며 /오세영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뒤를 보면
또 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2. 단풍이 물드는 이유 / 한승수
붉게 타오르는 /하루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을처럼
진정한 아름다움은/ 소멸의 순간 빛을 발하는가
3. 단풍, 혹은 가슴앓이 / 이민우
가슴앓이 하는 게야 /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대낮부터 낯술에 취할 리가 없지
4. 단풍놀이 /서정춘
여러 새가 울었단다 / 여러 산을 넘었단다
저승까지 갔다가 돌아왔단다
5. 단풍/복효근
저 길도 없는 숲으로 / 남녀 여남 들어간 뒤
산은 뜨거워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6. 단풍과 나 / 정연복
저 많은 잎들은 빠짐없이 /생의 절정으로 가는데
나는 이게 뭐냐고/ 기죽고 슬퍼하지 말자
7. 단풍 / 김지탁
쏟아지는 갈채와 우레 같은 기립박수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도 관중을 사로잡는
이 지구 최고의 패션쇼!
8. 단풍 / 나태주
숲 속이 다, /환새졌다
죽어 가는 목숨들이 / 밝혀놓은 등불
9. 단풍놀이 / 김현주
저 / 빛 고운 / 다비식에
조문객이 / 너무 많구나
10. 단풍/류근삼
개마고원 단풍 물들면 / 노고단에도 함께 물든다
분계선 철조망 / 녹슬거나 말거나
삼천리 강산에 가을 물든다
11. 뻘건 단풍(전라도 풍으로)/ 오세영
누가 저렇고롬 뻘건 물감을 / 찌끌어 놓았다야
천지 사방 불붙었당께 / 어쩐당가
12. 단풍송 / 김명배
백양사 가는 길/ 단풍나무가 눈빛으로/ 속삭인다
가을 여자는 예쁘다 / 참 예쁘다
13.단풍 / 이상국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14. 단풍1/ 박가월
너의 죽음이/ 국민장이 되는구나
기껏 여름 몇 푼의 그늘 / 업적은 미비한데
화려한 장례식에 / 명산은 문상하느라
온나라가 북새통이다
15.단풍/ 유치환
신이 주신 / 마지막 황금의 가사를 입고
마을 뒤 언덕 위에 호올로 남아 서서
드디어 다한 영광을 노래하는 / 한 그루 미루나무
16.내장산 단풍 / 나태주
내일이면 헤어질 사람과 / 와서 보시오
왼 산이 통째로 살아서 /가쁜 숨 몰아 쉬는 모습을
다 못타는 이 여자의 / 슬픔을....
17.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18. 단풍 / 박영선
마지막 / 목 놓아 내뿜는 /참회의 빛깔
기고만장 푸르던 나무 /철들면서 / 얼굴 붉다
19. 단풍 /박숙이
나를, 속속들이 물들게 한 그 햇살
나를 흔들리게 한 / 살아나게 한 그 비바람
그리고 그리해놓고선
잎 잎이 아프도록 / 혼자 훌쩍 떠난 황당함이여!
20. 내장산 단풍/고두현
낙타의 혹을 / 베자 / 화산이 폭발했다
어, 내장을 /가득 메우는 / 저 용암
21. 단풍잎/권미영
찬 서리에 / 새빨갛게 얼어붙은/ 단풍잎 하나
그 피맺힌 입술로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22.햇빛과 단풍/김규화
햇빛은 무색이다가도
단풍나무에 가 닿으면 / 단풍잎이 된다
23. 단풍은 / 채홍정
소슬바람에 /오는 겨울에 쫓겨가는 / 마지막 불꽃의 향연
푸르름 되색임하는 / 그리움의 하소연
24. 가을단풍/ 박인걸
오색 훈장이/ 가지마다 내 결렸다
살아온 대로 / 산은 포상을 한다
25. 단풍/임보
수런수런 /만산에 /번지는 /홍역
26. 저 눈부신 단풍은 / 박영호
스스로를 사르며 사라지는 / 마지막 불꽃의 어울거리는 아품이여
오색 만장 앞세우고 /저 산수 속으로 들어가는 꽃상여
27. 단풍/최해춘
흐르던 구름마저 비켜 선 자리
쪽빛 하늘 바라보며 타는 단풍은 / 산까치 가슴에도 불을 당긴다
28.단풍/ 김승동
오, 실수로 쏟아진 물감
계곡을 접어 내는 / 오색의 데칼코마니
29. 단풍/ 이영도
못내 턴 /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30. 단풍 유감 / 이풍호
단풍아 / 겨울이 오기전에 /이 숲을 태워라
나는 裸木이 되어 / 달빛 속에서 가을 소나타를 들르며
요정 따라 춤울 추련다
31. 단풍1/ 김동찬
그것은 꽃이었다
단풍나무 하나가 / 하늘까지 닿은
큰 꽃을 피우고 있었다
32. 단풍/ 이해완
한 때 꽃이 아님을 서러워 하던
출신 성분이 가난한 것들이
이골 저골 모여 / 장엄한 화엄의 세계를/ 온통 펼쳐 놓았구나
32.단풍 / 정숙자
배내옷은 연두 / 자라선 초록 / 스스로 변한 보색
壽衣되었네
33.단풍/ 문효치
노오란 바람을 걸치고 / 파르르 떨고 있는 나무
가지 끝에서 / 한 덩이의 폭죽이 터진다
34. 단풍/ 김시탁
웃통을 벗어 던지고 / 가슴에 불 하나씩을 질러
근육질 사랑을 / 훨훨 / 태우고 있다
35.단풍/김시탁
바다에서 떨어진 게들이 / 아지랑이 넝쿨에 걸려 퍼덕이고 있다
시퍼런 사랑을 품고 구부린 등이 / 발갛게 익어 있다
36. 단풍 / 김시탁
쏟아지는 갈채와 우레 같은 기립박수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도 / 관중을 사로잡는
이 지구 최고의 패션쇼 !
37. 단풍 / 김태인
산을 넘던 무지개 / 산 허리에 걸려 넘어진다
찢겨진 살 틈에서 / 핏방울이 흘러 골짜기에 고이자
나무들이 절기의 붓을 빼들어 / 제 못에 찍어바르고 있다
윗도리부터 아랫도리까지
38. 단풍 / 강신갑
노오랑 주황 빠알강 / 만산한 형형색색/ 외치는 소리
아름다워야 한다. 황혼은
39. 단풍 / 김시탁
노랗게 파마머리를 한 은행나무가 / 저들끼리 몸을 비비며 精 들을 털고 있다
청소부는 인도의 가을을 쓰윽 쓱∼
빗자루로 쓸어낸다 / 어디선가 /화장 당할 저 불타는 사랑
40. 단풍 소묘/ 윤준경
온 몸 불덩이구나 / 찬란한 푸르름 뒤에 숨겨 둔 / 핏빛 진실
이제는 숨기지 말자/ 붉게 토해내고
41. 단풍 / 이승복
정열적인 삶에 활기찼던 / 여름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빨갛게 빨갛게 타 들어 가서 / 마지막 가슴까지 다 태울 / 작정인가 봐
42. 단풍 /반기룡
색동저고리 입은 아낙이 / 낭창낭창 걸어가고 있다
저고리를 벗겨보니 / 빨갛고 노란 물감이 뚝뚝 떨어진다
43. 무릉계곡 단풍/ 심지향
내가 언제 그대 흉을 보았다고 / 그토록 빨갛게 얼굴을 붉히는가
내가 잠시라도 한 눈을 팔았다고 / 그렇게 샛노란 질투를 보내는가
44. 단풍의 오만/오보영
다른 잎새보다 색깔 좀 붉게 냈다고
보는 사람 몇이 더 곱다며 칭찬한다고
저리도 우쭐대며 뽐내고 있네
45. 단풍/ 최원정
온통 불꽃이 솟았다
몇 날 며칠 비를 퍼부어도 / 끄지 못할 몹쓸 사랑
46. 단풍 /경규희
여름내 삼킨 땡볕 잎새마다 게워 낸다
산 너머 기웃거리던 무서리도 녹아 흐를 듯
사철을 타오르고 싶은 목숨이란 역시 불길
47. 단풍나무와 나 / 원영애
너는 나이를 먹을 때 고운 옷으로 단장하고
나는 나이 먹는 것이 서러워 주름진 나이테에 분을 바른다
48. 단풍/ 이정순
색색으로 눈 속에 담었더니
골다공증 앓고나서 우수수 떨어집니다
채색된 채 눈물 되어 뚝뚝 떨어집니다
49. 단풍의 이력 / 송용일
떨어져 낙엽 되니 발아래 구르네
가슴 타본 이피리들 지난 흔적이 뚜렷하다
그대들 한번쯤 몸 바쳐 태워본 적 있는가
50. 단풍2 / 차성우
바람이 하늘로 가서
향기를 가져와 숲에 내려 놓으면
단풍잎 속에는 곱게 차린 그리움이 노래를 부르지요
첫댓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어디서 이렇게 단풍에대한 시를, 놀랍습니다.
그 열정이 단풍보다 더 붉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