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붓다를 만난 사람들 8 ◉
(설법연구원) 2014년 8월호 원고
◉ 지도자의 고독 ◉ - 코끼리와 인연
코삼비 지방의 고시따 사원에는 학식과 덕망이 높은 두 비구(강사와 율사)가 있었다. 두 비구는 각기 오백명의 제자들을 거느린 분들이었다. 어느 날 강사 비구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있어 사소한 계율을 범했다. 계율에 의하면 화장실을 사용하고 난 다음 준비된 물을 쏟아 변기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에 물통을 거꾸로 해야 하는데, 이 비구는 뒤처리를 완벽하게 하지 않은 것이다.
마침 율사 비구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이 사실을 보고, 강사 비구에게 계율에 어긋난 행동이라며 이의를 제기하였다. 이렇게 두 비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거느린 제자들까지 합세하면서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분쟁이 점점 커지자, 부처님께서 직접 중재에 나서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런 다툼은 수행자들에게 전혀 이익되지 않는다.
더 이상 싸우지 말고 화합하라.
다툼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다른 사람이 아닌, 그대들에게 돌아간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타일렀는데도 분쟁은 계속되었다. 부처님은 세속의 왕들이 양보하며 분쟁을 멈추었던 것을 비유하면서 ‘인욕으로 서로를 용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셨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이들의 싸움에 지친 부처님은 이런 생각을 하셨다.
‘저들은 여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차라리 저들 비구들을 떠나서
숲속에 들어가 홀로 조용히 지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코삼비에서 탁발을 마치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발우를 든 채 멀리 떠나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부처님은 그 숲속에서 코끼리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코끼리도 ‘내가 이곳에서 많은 암코끼리와 수코끼리, 새끼 코끼리와 함께 살아간다면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이다. 먹는 것이나 마시는 것도 아주 나쁜 것만 내게 돌아온다.
나는 이제 이 같은 집단생활을 벗어나 홀로 살아가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무리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홀로 숲속으로 도망 온 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처님과 코끼리가 비슷한 마음으로 군중으로부터 벗어나 숲속으로 왔고, 부처님과 그가 조우한 것이다. 삼계 도사인 부처님과 축생계 대왕 코끼리의 만남인데, 아마도 부처님과 코끼리는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리라.
대중을 거느리는 지도자의 자리가 얼마나 고달프고 외로운지를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교 교단이 형성된 뒤 열반할 때까지 속 썩이는 제자들이 많았다. 제바달다가 반역하고 교단을 어지럽힌 일, 차나 비구의 그릇된 행동, 육군 비구의 만행, 외도들의 교단 훼방 등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스승의 고독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하니 내 가슴 언저리가 시리다.
코끼리는 부처님께 다가가 엎드려 인사를 올린 다음 빗자루를 찾았다. 그러나 빗자루가 눈에 띄지 않았으므로 발로 나무 밑을 고르고 코를 사용해 주위 나뭇가지를 정리했다. 그리고는 나뭇가지를 꺾어 자리를 만들어 부처님이 앉도록 준비해 주었다.
코끼리의 부처님 시봉은 사람보다 더 훌륭했다. 코끼리는 물병을 코로 말아서 들고 가서 맑은 음료수를 떠왔고, 또 더운 물까지 준비해 부처님께 바쳤다. 코끼리는 나무와 나무를 서로 비벼서 불을 붙였고, 불이 일어나면 그 불로 돌멩이들을 달구어 그 돌들을 웅덩이로 가지고 가서 빠뜨렸다.
이렇게 물을 데워서 부처님께 올린 것이다. 부처님께서 코끼리를 칭찬하고 나서 그 웅덩이 물로 목욕을 하셨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목욕하는 동안, 코끼리는 여러 가지 과일을 준비하여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 마을로 탁발을 나가면, 코끼리는 부처님 발우를 머리 위에 얹고 부처님 뒤를 따랐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면 부처님께서 코끼리에게 말씀하셨다.
“코끼리야, 너는 더 이상 나와 함께 갈 수 없다. 자, 이제 발우를 다오.”
코끼리는 자세를 낮추어 부처님께서 발우를 들도록 해주었다. 그는 부처님께서 탁발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렸다가 부처님이 돌아오면, 발우를 받아 등에 올리고 함께 숲속으로 들어갔다.
부처님이 선정에 들면 코끼리는 부처님 곁에서 나뭇가지를 흔들어 부채질을 하였고, 한 밤중에는 사나운 짐승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큰 나무를 코로 감고 주위를 돌면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날이 밝으면, 다시 부처님께서 사용할 물을 떠다 올렸다.
그때 한 원숭이가 부처님께 성심껏 시봉하는 코끼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원숭이는 자기도 코끼리처럼 부처님께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숭이는 이곳저곳을 바쁘게 뛰어다닌 끝에 벌집 하나를 찾아냈다. 원숭이는 나뭇가지로 벌집 안에 있는 꿀을 꺼내어 커다란 나뭇잎에 담아 부처님께 공손하게 올렸다. 그런데 부처님이 그 꿀을 들지 않았다.
원숭이가 이상히 여겨 꿀을 보니, 그 속에 아기 벌 몇 마리가 있었다. 원숭이는 그 부분을 내버리고 다시 부처님께 바치자, 부처님께서 꿀을 드셨다. 공양올린 꿀을 마신 것을 본 원숭이는 너무 기뻐 마구 소리치고 날뛰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져 아래로 떨어졌다. 마침 거기에 솟아 있던 뾰족한 나무등걸에 깊이 찔리어 원숭이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하지만 원숭이는 부처님께 지극히 공양올린 선업으로 도리천 세계에 태어났다.
부처님이 숲속에서 지내는 동안 재가신자들은 아난에게 편지를 보내어 부처님을 빨리 사원으로 모셔야 한다고 재촉했다. 아난은 오백명의 비구들을 이끌고 부처님이 계신 숲속으로 찾아갔다. 아난은 부처님이 계신 숲속 주변에 비구들을 기다리게 하고, 홀로 숲속으로 들어갔다.
이때 코끼리는 아난에게 경계심을 내어 큰 방망이를 코에 걸고 아난에게 걸어갔다. 부처님께서 코끼리에게 ‘그는 나의 시자이다.’라고 하자, 코끼리가 아난에게 다가가 발우를 받았다. 아난이 부처님께 다가가 존경의 예를 갖추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혼자 왔느냐? 아니면 여러 비구들과 함께 왔느냐?”
“오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왔는데, 저 숲속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아난이 오백 명의 비구들을 데리고 부처님 앞에 나타났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인사를 올린 다음,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숲속에 홀로 계시기에 불편함은 없으셨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잔잔한 미소를 띠시며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 코끼리가 시봉을 잘 해주어 어렵지 않았다. 여래가 이 코끼리 도반을 만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이다. 여래가 이 코끼리를 만나지 못했다면 숲속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차라리 화합하지 못한 도반들과 함께 사느니, 홀로 고요하게 지내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진실되고, 지혜로우며 덕이 높은 도반을 만난다면
그와 함께 즐겁게 살며 수행을 잘 하여
삶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리라.
그러나 혹 진실되고 지혜로우며 덕 높은 벗을 만나지 못한다면
마치 왕이 한 번 점령한 땅을 미련 없이 포기하듯
홀로 자유로이 살아가라.
마땅가 코끼리가 홀로 숲 속을 거닐듯이.
부처님은 경전 곳곳에 어리석은 벗들과 함께 있느니 차라리 홀로 살아갈 것을 누차 강조하셨다. 부처님께서 다시 대중들에게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코끼리는 비구들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코끼리가 비구들에게 공양올리고 싶어 하는 뜻이었다.
코끼리가 숲 속에 들어가 바나나를 비롯한 여러 과일을 등에 싣고 돌아와 비구들에게 과일 공양을 올렸다. 이윽고 부처님과 일행이 숲속을 벗어나 떠나오자, 코끼리가 따라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코끼리야, 여래는 이제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 다시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너는 그동안 여래를 잘 시봉하였다. 현재 너의 몸으로는 선정 삼매에 들 수 없고,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다. 코끼리야,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 사람들이 너를 해칠지도 모른다. 어서 숲속으로 들어가라.”
코끼리는 한 곳에 멈춰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부처님과 비구 일행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코끼리는 너무 마음 아파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이 코끼리는 도리천에 환생하여 훗날 천왕이 되었다.
첫댓글 예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한 번 더 읽어도 신심이 납니다
네. 좋은 지도자. 부모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