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집의 일이 조금씩 해결되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여유가 있네요.
며칠 전 비오는 아침.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남편과 함께 가벼운 차여행을 나섰습니다.
그 날은 왠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주고 싶었거든요.
양산으로 가서 물금으로 빠져서 배냇골 입구의 신흥사에 잠시 들렀다가 , 다시 삼랑진으로 돌아나왔네요.
오래 한 길을 보고 같이 온 사람은 서로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아도 , 그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좋네요.
불과 두세시간의 길여행이었지만, 마음은 아주 편안하고 넉넉해져서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요.
밥은 아직 먹고싶지 않은 데 식사시간은 되어, 망설이는 차에 , 마침 삼량진역앞의 만두집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
제가 만두, 떡볶이, 오뎅... 이런 종류의 주전부리들은 너무나 좋아하는 까닭에 , 파블로의 조건반사처럼 저런 종목만 보면
무조건 배에서 먹고싶다는 신호가 와서 당연히 차를 세우고 들어갔습니다.
영화에 가끔 나오는 시골 만두집풍 의 고집세고 조금은 괴팍한 듯한 주인아저씨가 조리복을 입고 열심히 만두를 빚고 계시더군요.
커다란 밀가루푸대에서 연방 밀가루를 꺼내서 , 피까지 직접 밀어가며 만두를 빚고 찐빵을 만들고...
어차피 다 챙겨주실거면서 , 처음엔 그다지 친절하다는 느낌이 안 들며 주문하기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내시는 듯 하지만,
나중 보면 동네어른들껜 어른들대로 "댕겨가시소~"하고... 동네 학생들에겐 학생들대로 메뉴에도 없는 라면까지 끓어주면서
"아저씨가 서비스로 김치만두도 몇 개 넣었다"고 배려해주시는 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혼자하기에 메뉴에는 있어도, 그 날 만든게 없으면 만두건 찐빵이건 맛도 볼 수 없는 가게..
그래도 틈틈이 조금 식은 만두를 뚜껑덮힌 솥에 넣어 데워주시며 젓가락이건 노란 무우건 넉넉하게 주시는 만두집.
솔직히 어디에 나오는 것처럼... 혹시 인육이 들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그렇게 당기는, 특별한 맛을 가진
완벽한 만두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골읍정도의 향취를 듬뿍 느끼며 투박한 손맛을 즐기고 싶은 분이
삼랑진 양수발전소를 둘러보시든지.. 아니면 조용한 신흥사라도 들렀다가 오시는 길에
정식으로 식사하기 어중간한 시간에 , 잠시 들어가서 혼자 열심히 만드시는 아저씨의 땀흘리는 모습을 구경하며
몇 개 드시고 오는 것도, 짧은 길여행의 재미를 조금 더 보태주지 싶습니다.
삼랑진 역입니다. 바로 길 건너편에 있습니다.
직접 빚으시는 탓에 시간에 따라 없는 준비안 된 것도 있습니다.
저는 그 날 오전에 갔더니 김치만두와 찐빵이 다 준비 안 되었다고 하셔서 일반찐만두만 먹고 왔습니다.
김치만두에 넣으실 김치라고 하더군요. 직접 담으신 거라 합니다.
좀 무뚝뚝한 주인아저씨. .. 사장님이라고 부르기보다 왠지 이렇게 다정하게 부르고 싶었던
가게였습니다. 저만의 기분에 취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찍는 데 협조를 안 해주셔서 잘 찍기위해 제 손으로 아저씨 손을 고정시키고 겨우 찍었습니다. ㅎㅎ
아저씨 왼 손에 붙어있는 제 엄지손가락, 보이시죠?^^
인터넷에 가게 사진 올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거부하시는 걸 , 부탁해서 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가게 나오는 데 아저씨가 그러시더군요.
우리 집 팥은 전국에서 최고 좋은 국산 팥을 사서 , 아저씨가 직접 삶아 만든 거라고...
올릴 거면 제대로 올리라고... ^^
진짜 사진찍어 올리는 거 싫어하시는 줄 알고.. 눈치보며 사진찍었는데..
왠지 한 번 튕겨본, 고단수의 주인아저씨에게 제대로 낚인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ㅎㅎ
그래도 내가 만든 게 우리 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팥을 이용한 제일 맛있는 찐빵이며, 만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장사하는 집.
자부심을 가지신 분은 적어도 양심에 어긋나게 장사하시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혹시라도 그 근처를 지나시게 되면 한 번쯤은 들러보셔도 괜찮으실 듯 싶어.
올려봅니다.
겨울답게 오늘은 조금 춥네요.
좋은 날들 되셔요. ^^
찐빵이 돌리파튼의 가슴만 했다~ 그라먼 몬 무울낀데예???
그래서인지 찐빵 두개 다 옆지기 혼자 먹어버렸답니당~
삼랑진이라면 그렇게 멀지도 않에요 ^^ 갈일있으면 꼭한번 들려야겠어요~
음식에 대한 특별한 기대보다, 가벼운 길여행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해요. 무한자유님. ^^
저희 할아버지댁이 삼랑진인데요,,, 저도 여기 만두 넘 맛나더라구요,,, 여기서 보게 될줄은...^^
아쉽게도 얼마전 다시 갔더니 폐업햐셨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오래 하실 것 같았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