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공간에서 뿐만아니라 어느날 문득 낯설어 보이는 지인들 주위로
방랑하는 우리자신들을 발견할때란.......
오랜만에 에니메이션 한 편 땡기시져??
이가경_디지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 선인장에 물주기_종이에 목탄_2003_cut
이가경_디지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 선인장에 물주기_종이에 목탄, 색연필_2003_c
이가경_디지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 선인장에 물주기_종이에 목탄, 색연필_2003_cut
이가경_디지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 비오는 날_종이에 에칭_2003_cut
나의 디지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여행을 주제로, 다른 지역, 문화들 사이에서 끼여있는
경계선에 있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다.
열한 살에 도시로 '유학'을 온 이후 지금껏 15년 간을 내 고향이 아닌 다른 곳들에서 살아왔
다.
가끔 고향에 내려갈 때는,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처럼 그 곳에서도 내가 이방인 듯한 느낌이
든다.
4년 전 몽고를 여행했을 당시 고비 사막에 사는 유목민을 보았을 때, 나의 이러한 모습이 이
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생활하는 그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작업에서 '여행'이란 의미는 특별한 곳의 여행이 아니라, 낯설어 보이는 일상공간에서의
표류를 뜻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교육, 이민, 직장 등 다양한 이류로 그들의 가족과 집을 떠나 다른 곳
에서 여기저기 옮겨다닌다.
'Sprinkling the Cactus'(선인장에 물주기,2003)에 나오는 주인공 케리가 세 군데의 다른 일
상공간을 헤매고 다니는 것처럼 글로벌화에 따라 집의 의미에 대한 경계들이 희미해지고 있
다.
설사 집을 떠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대인에게 홈의 개념은 글로벌화에 따라 점점 희미해
진다.
그들은 그냥 집과 일터를 왔다갔다하면서, 또는 메트로폴리탄 주위를 방랑하면서 그들이 어
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나는 이 글로벌 사회에서 유목민이다.
최근 3년 이상 진행하고 있는 애니메이션들은 목탄 드로잉을 중심으로 동판화 배경이나, 천
인형으로 만든 나레이티브한 이미지에 소리를 첨가한 자전적인 작업들이다.
'Journey'(여행,2001)에서는 소년이 계속 걸어가다가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마침내는 사막
한가운데서 울음을 터트린다.
설치작품 'Journey'(2002)에선 아주 어두운 배경에 희미한 불빛 속에서, 애니메이션에 나왔
던 소년의 그림자가 자전거를 타고 계속 벽을 돌고 있다.
'A Day'(하루,2002)에서의 주인공은 아침에 일어나서 TV를 보다가 외떨어져 있는 작업실로
간다.
드로잉이 가득 쌓여있는 작업실에서 어디론지 날아가는 꿈을 꾼다.
'A Rainy Day'(비오는 날,2003)은 작업을 하던 애니메이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슈트트가르트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파노라마 부분의 본선 작품인 'Sprinkling the
Cactus'(선인장에 물주기,2003)는 텔레마케팅여직원이 다른 세 개의 일상공간: 사무실, 지
하철, 그녀의 방에서의 여행을 그린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들에서 끊임없이 어디론가 가고 있는 '사람들/소년'은 계속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면서 사는 나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며, 앞에서 말한 다른 문화들의 경계선 상에 살고 있
는 나의 모습, 좁게는 갖가지 다른 문화와 인종이 뒤섞인 뉴욕 한복판에서 살고 있는 나, 다
른 한편으로는 '살아가고 움직인다'는 것으로 비유해서 끊임없이 이동하는 나 자신에 대한
것들이다. ■ 이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