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밥 - 산복도로 111 - 강영환
새벽밥을 멕여 학교에 보낼 때는
봉황을 품었지 꿈처럼 저놈이
대통령이 될란가
장군이 될란가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 밀어 올리며
연탄불에 밥을 새로 앉히고
따뜻한 찌개로 밥상을 차렸지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하는 아들 대신
산동네에다 집을 지었다
경식이는 장발 배달꾼
운전기사가 된 종현이는 깍두기 머리
장군은 택배기사
대통령은 초등교사
새벽밥을 멕여 학교에 보낼 때 어머니는
대통령의 어머니
장군의 어머니
꿈꾸며 밥을 지었다.
- 마음을 덧얹다.
산복도로는 부산에서 가장 최초로 생긴 도로입니다.
일제강점기부터 몰려든 노무자들의 보금자리가 된 산동네를 잇기 위해 1964년에 개통된 도로입니다.
지금은 부산의 가난한 역사에서 부산의 서정적 미래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 시는 강영환 시인이 산복도로를 소재로 펴낸 연작시집 『달 가는 길』에 수록된 시 100편 가운데 한 편입니다.
『달 가는 길』을 읽다보면 약 100여 년에 걸쳐 자리 잡고 떠나고, 부수고 새로 짓고, 소외당하다가 주목받으면서도 치열하게 살아 낸 부산 산동네의 이런저런 삶의 애환들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 펼쳐집니다.
이 시 한 편만 읽어봐도 알 수 있으니까요.
사는 게 힘들다고 꿈조차 꿀 수 없는 게 아닙니다.
마음 한 구석에 차곡차곡 들였던 꿈들이 있어, 그 척박한 삶을 살아 낼 수 있었던 거지요.
내가 못 이룬 꿈을 자식에게 얹어 보면서 나름 행복했겠지요.
꿈꾸었던 일이 꼭 이루어졌으면 더 좋았겠지만요.
꿈을 갖는 다는 건 얼마나 가슴 벅차고 놀라운 것인지... 생각만 해도 눈물겨운 것입니다.
어려운 시절, 산복도로 맨 꼭대기에 집이 있었으면 바다가 얼마나 잘 보였을까요?
하늘의 별들은 또 얼마나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을까요?
새벽밥 짓는 어머니의 손길과 마음결에도 파도소리와 별빛이 스며들었겠지요.
이제라도 부모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어요.
묵혀둔 고마움이 미안함으로 더 쌓이기 전에, 낭만적인 아픔에 더 빠지기 전에요.
* *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분 나의 어머님.
이세상의 모든 어머님은 모두다 훌륭하신분이십니다.
그렇게 좋으신분의 마음을 만분지 일이라도 이해될때는 어머님이 안계신다는겁니다.
정말 가슴이 메어집니다.
세월은 기다려 주질 않습니다.
오늘 당장 지금 어머님이 계신분들은 얼른 전화라도 드리세요.
어머님 살아계실때 효를 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