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8월, 내가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 근무가 기타를 사주었다. 기타를 배우며 정신을 집중하면 우울증에 도움이 될 거란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정말 친구밖에 없구나, 감동하며 동회사무소의 기타교실에 등록하고 딴에는 열심히 배웠다. 허지만 늙어서 배우는 기타가 오죽하랴. 손 고락은 아프고 운동신경이 굳어서 제 위치를 제대로 찾아가지도 못하며 헤매기 일쑤다. ‘공연히 기타는 사주어서…’ 나는 일부러 남이 들으라는 듯 불평을 한다. 옆에 같이 배우는 사람들이 아들이 사주었느냐, 딸이 사주었느냐고 묻는다. 친구가 사주었다고 하면 모두 놀란다. ‘그런 친구도 다 있느냐?’며 한편으로는 의아해 하고 한편으로는 부러운 눈치다. 기분이 우쭐해진다. 우울증이 달아나는 기분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내 성격에 우울증이라니 말도 안 된다. 친구들도 전혀 믿기지 않는 눈치다. 그런데 어느 날 기분이 처지고 짜증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며 얼마간은 버텼지만 특별히 아픈 곳도 없으면서 공연히 불안하고 초조하다. 도저히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급기야 정신병이 아닌가, 의심되어 동네 신경정신과를 찾았더니 ‘우울증’이란다. 기가 막혔지만 의사가 그렇다는데 무슨 말이 많겠나. 아무튼 약을 타다 먹으니 ‘어라’ 신통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나 자신이 얼마나 심장이 약하면 우울증에 걸리겠느냐고 자존심이 상했다. 어느 날은 억지로 참고 약을 먹지 않는다. 그러면 예외 없이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의사는 ‘좋은 약을 두고 먹지 않는 것은 쓸데없는 고집’이라며 나무란다. 아무튼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하루에 두 알 먹던 약을 이제는 반 알 정도로 문제가 해결된다. 정 심한 날은 한 알을 먹는다. 아마도 주위의 친구들이 격려해 준 덕분인 것 같다.
시골로 이사 와서 월요일이면 기타를 들고 성환 도서관에 간다. 교양학습 프로그램의 기타교실에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내 또래의 늙은이가 세 명이나 된다. 작년에 시작을 했단다. 하지만 모두 유급을 해서 나와 똑같이 초급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래, 늙은이가 기타를 배우면 얼마나 배우랴. 또 설령 끝내 못 배우면 어떠랴. 친구가 사 준 기타를 둘러메고 다니는 즐거움만 있으면 되지. 그래도 겉으로는 늘 불평이다. ‘공연히 기타는 사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