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자신의 명(命)을 포기하고 저 여자를 살렸다. 맞는가?"
준엄한 한마디에 그는 즉시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대는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죄인지는 아는가?"
그녀의 격노한 일갈(一喝)에 모두가 대경실색했다. 그를 데려온 천사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그, 그것은..."
말을 더듬는 그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더없이 차가웠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이 없는 너무나 차분한 목소리.
"그대만의 생각이었느니라. 그렇지 않은가?"
그는 고개를 떨군 채 대답했다.
"... 그녀는 저 때문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녀가 죽게되면 그건 바로 저 때문입니다. 그녀가 죽는 것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저 때문에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가장한, 인간의 가장 이기적인 모습이다."
그는 대답을 못했다.
"그래서, 그녀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저 모습을 보아라. 평범해보이는 일상이지만 항상 깊은 슬픔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는 너는 어떠한가? 그래... 그녀가 죽고 그대가 살았어도 비슷했을 것이다. 어느 경우나 결과는 비슷했을 것이다. 서로가 아픈 상처를 갖게되었겠지."
그녀의 목소리는 가라앉아있었다. 모두가 말이 없었다.
"어쩌면 그대의 간절한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 자를 탓해야할지도..."
그녀가 바라보자 그를 데려온 천사가 고개를 떨구었다.
"가라. 마지막 인사도 못했지 않는가? 어서 가서 위로해주고 오너라."
그녀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곧 그녀의 모습은 사라졌다.
잠시 당황한 듯 하던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를 데려온 수심 깊은 천사는 그대로였다.
('자꾸 눈물이 흘러내렸죠....')
그녀의 차는 거침없이 밤 거리를 달렸다.
프리지아 한 다발을 들고 그녀를 만나러 오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그 꿈같던 시간이 떠오르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차를 세운 곳은 바로 그 날, 그의 프로포즈를 받았던 한강변이었다. 그녀는 운전대에 기대어 울기 시작했다.
주위에 밝은 빛이 빛나며 그의 영혼이 그녀의 곁에 앉는다. 그리고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준다. 천천히 고개를 든 그녀의 놀란 눈. 그는 웃으며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다. 다시 그날로 돌아간 두 사람. 그는 프리지아 한 다발과 작은 열쇠고리를 하나 건네준다. 그 열쇠고리에 달린 펜던트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짧은 입맞춤을 하고 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천사가 손을 내밀자 그녀의 손에서 은빛 빛나는 눈꽃들이 날리고 잠시 후 화면은 온통 하얀 빛으로... (노래 끝.)
(outro : 정식 표현은 아니죠. 그냥 인트로 반대말로 쓰는 속어입니다.)
그 빛이 사라진 뒤 둘이 서 있던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운전대에 기대어 있다. 천천히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본 그녀. 꿈이었나? 그러나 조수석 앞에는 프리지아 한 다발이 놓여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그 열쇠고리가 들려있었다.
... the end.
초라한 저의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원래 다른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공개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이것보다 미공개/미완성 상태의 전작이 저는 더 맘에 듭니다. 일단, 누가 죽지는 않는 내용이거든요. ^^;
다음에는 이 아이디어에 대한 무지 긴 사족(蛇足)을 달겠습니다. 배경의 선정 이유, 기본 아이디어에서 부터 세부 설정까지. 제 글을 읽어보셔서 알겠지만, 노래 시작 중간 끝에 모두 노래 없이 상황이 전개됩니다. 원곡이 4분 50초 가량되어 약 6분 전후의 영상을 가정하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