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은 어디 갔을까?
휴일의 명동을 가르며
외치는 사람이 있었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붉은 십자가를 높이 처들고
십년 전과 똑같이
사도의 발 밑에
의족 대신 타이어를 댄
벌레처럼 기어가며 구걸하는 사내의 카세트에선
강 같은 평화가 넘치고 있었네
십년 전과 똑같이
왜 저이는 저렇게 용감하고
나는 이렇게 부끄러운까
옛날엔 신신파스가 있었지
신신파스는 정말 신통했네
삔 데 멍든 데는 물론
배가 아프면 배에
머리가 아프면 머리에
남묘호랭개교를 입 속에 담고 다니던
외할머니는 온통 파스를 붙이고 다녔지
신은 정말 만병통치였네
하지만 내 신은 어디 간 걸까?
시냇물에 떠내려간 뒤
비가 오면 신은 언제나 젖었지
내 말을 듣지 않았지 쉽게 닳고 젖고
실밥이 터지고 찢어지고 냄새도 났네
만원이면 새 신을 살 수 있었지만
망설이다 결국 신을 쓰레기통에 버렸네
하지만 시원함도 잠시
온몸에 신신파스를 붙인
외할머니가 나는 다시 부러워지네
맨발이 된 내 맘엔 뭘 신겨야 하나
어쩌면 사도의 발 밑에
타이어 튜브를 신은 그이가
가장 큰 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사라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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멩이의 문예글
(습작)시
내 신은 어디 갔을까?(08.7.14)
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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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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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장 큰 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사라지는 신! 신신파스에서 새 신까지 모든 신이 하나로 통해지는 신! 불가해의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