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자 풀이 이야기
임병식
옛날 시골의 사랑방에는 재미있는 한자이야기가 많이 나돌았다. 정규 학교보다는 서당공부를 많이 권장하고 배우던 때여서 그러하였다.
다음은 그때 들은 이야기다. 마을로 장가를 들려고 오면 동네청년들이 하는 절차가 있었다. 소위 ‘탈선’이라는 것으로 담배를 빼앗고, 부채빼앗으며 나중 찾아가라며 술 한 동이 값을 요구했다.
그러면 신랑은 지체 없이 문자를 써서 답변한다. ‘四口方方(사구방방) 片月(편월) 三星(삼성)이, 士一 一口(사일일구)無點止(무점지)하며, 大口小口 三口八(대구소구 삼구팔)에 丁口也( 정구야)라’
이것을 풀이하면 四口方方은 밭 전(田)이 되고, 片月三星은 조각별이 세개라는 뜻이니 심(心)자가 되어 합치면 생각 사(思)가 된다. 생각을 해보겠다는 뜻이다.
거기에 사일일구(士一一口) 무점지(無點止)이니 점 하나를 떼면 일(壹)자가 되니 대구소구 삼구팔을 순서대로 쓰면 원(圓>자가 되며. 정구(丁口)는 가(可)가 되니 합하면 일원가(壹圓可)된다.
따라서 부채 값은 ‘일원이면 가하지 않느냐’가 된다. 말장난 같기는 하지만 얼마나 재치 있고 통쾌한가.
문자 이야기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때는 조선 성종시대로 미색이 뛰어나고 시문을 잘 짓는 기생이 개성에 살았다. 젊은 한량들이 그녀를 한번 안아보려고 꿈꾸었다. 그러나 어지간히 콧대가 높지 않아서 문장을 내놓고 풀이하도록 해서 그것을 못 풀면 주안상을 놓고 마주 앉지도 않았다.
하루는 도도한 그녀가 방을 내붙였다. 무슨 뜻인지 알아맞히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리하면 하룻밤을 함께한다는 약조를 내걸었다. 다음은 그녀가 낸 문제. ‘點 一二口 牛頭不出(점일이구 우두불출)’
이 글을 보고 글깨나 읽은 한량들이 나섰지만 풀지 못하고 번번히 나가떨어졌다. 그런데 허름한 차림의 한 중년이 나타나서 문제를 보고는 빙긋이 웃으며 치마폭을 내주라 하여 딱 한 자를 썼다.
‘許.’ 그래서 최종적으로 그가 낙점이 되어 운우지정을 나누었다는 것이다. 풀이하면 점 일이구(點一 二口)는 (言 )자가 되고. 우두(牛頭) 불출(不出)이니 오(午)가 되어서 이를 합하여 허(許)로 풀어낸 것이다.
모두 한때의 낭만이 아닌가 한다. 이렇듯 옛날에는 나름의 멋이 있었던 게 아닐까. 그에 비해 지금 세상은 어떠한가. 은근한 멋은 사라지고 직설적인 말들만 넘쳐나고 있다. 풍류가 그리워진 소위이기도 하다.
첫댓글 참으로 멋진 한자 놀이 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베트남, 일본 등은 漢文을 중심으로 文字가 형성 되다 보니 형성과제에서 우스운 얘기도 만들어지고 웃는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士一一口 無點止, 點一二口 牛頭不出
멋진 한자 놀이 입니다.
조선 시대에도 유명한 기생들은 하나 같이 문자에 영특해 한문으로 사대부를 놀라게 하고 흠뻑빠지게 한 예가 떠 오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다시 읽어봐도 기발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습니다.
70년대 초반에 이러한 한자 놀이가 성행했지요 한량들의 센스를 테스트하는 일종의 지식 겨루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얼핏 떠오르는 대목이 있네요
國無城, 半月三星이면 二日二時오.
나라에 성곽이 없으니 或이고 반월삼성은 心이고 2일2시는 50시이니
혹, 마음 있으면 오십시오
저도 이런 놀이에 심취했던 기억이 삼삼하네요 청년시절엔 소위 십신교7조목을 달달 외워 과시하기도 했지요^^
재미있는 한자풀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