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현재의 ‘소주’이야기
대한민국 국민들이 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소주’는 술 그 이상의 의미로 사람들의 일상에 존재해왔습니다. 물론 그 사이 수차례의 부침이 있었지만 소주는 800여년의 역사동안 꿋꿋이 우리 곁을 지켰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던 소주. 게다가 직장인이라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죠. 오늘은 이 소주에 과거부터 현재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소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면, 기원전 2천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증류 기술을 개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처음 이 증류기술은 술이 아닌 향수나 약재를 얻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해요. 그러던 것이 8~9세기가 되면서 페르시아에서 알코올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증류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이 기술이 십자군 원정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본격적으로 알코올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 출처 : http://www.hitejinro.com
이러한 증류주가 동방으로 오게 된 것은 몽골인이 페르시아의 이슬람교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증류방식에 의한 술을 함께 들여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보는데요. 외지에서 전래된 증류주를 아랍어로 아라그(Arag)라 한 데서 몽골어로는 '아라키'라 하고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아락주'라 하였습니다. 지금도 개성지방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 한다고 하네요.
이 소주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시기는 13세기 고려 충렬왕 때(1227년경)라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몽골제국은 바다 건너 일본을 정벌하기로 결심하고 병력을 고려에 보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몽골군의 주둔지가 개성, 안동, 제주도 등이었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소주 명산지와 겹치죠. 이 사실이 아마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유목민과 증류주는 궁합이 잘 맞았는데요. 일단 발효주에 비해서 상할 염려가 적었고 가벼웠으며 도수가 높아서 황야의 적막한 밤이나 겨울을 날 때 도움이 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몽골군들은 누구나 가죽 부대에 아락을 차고 다니며 틈틈이 아락을 마셨다고 합니다.
몽골을 통해 전파된 소주는 몽골군이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우리 민족과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소주는 곡식을 원료로 해 만들어진 값 비싼 술이었기에 일반 서민층은 접근하기가 어려웠다고 해요. 지금으로 치자면 고급양주 같은 느낌이였고 사치품으로 분류되었으며, 약으로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 출처 : http://www.hitejin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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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려 말에 전래된 소주는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 초반기까지 제조법에 큰 변화 없이 전통소주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러던 것이 1919년, 평양에 알코올식 기계 소주공장이 세워지고 이어 인천·부산에도 건설되어 재래식 누룩 대신 ‘흑곡’을 이용한 흑국소주로 바뀌고 1952년부터 값싼 당밀을 수입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65년 식량부족에 따른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고유의 맛과 향기를 즐길 수 있었던 ‘증류식 소주’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고구마, 당밀, 타피오카 등을 원료로 하여 만든 주정을 물에 희석한 현대의 ‘희석식 소주’가 등장하게 됩니다.
▲ 출처 : http://news.jtbc.joins.com
여기서 잠깐 전통적인 ‘증류식 소주’와 현대의 ‘희석식 소주’의 차이를 알아보자면, 증류식 소주인 전통소주는 지역 특산물인 우리 쌀과 고구마와 같은 곡물을 발효하여 얻은 술을 증류시켜 소주를 얻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지금의 희석식 소주는 열대 작물인 수입 곡물을 연속적으로 증류시키는 방법을 통해 순도 97%의 에틸알코올, 즉 주정이라는 것을 만들게 됩니다. 이것을 사람들이 마시기에 적당한 알콜 농도가 되도록 물을 부어 희석하여 만든 것이 지금의 소주입니다. 당연히 희석시키는 물의 양에 따라 소주의 도수는 달라지게 되겠죠.
1964년 규제의 영향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전통소주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수 보전하고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술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취지하에 주류제조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시 부활을 하게 되었지만 시대의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현재는 소주시장 1%정도 밖에 차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이후로도 꾸준히 사랑받던 소주는 현대에 들어 신세대들이 소주 대신 맥주를 찾으면서 위기가 찾아왔고 젊은 주류소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도수를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불과 10년전만 해도 20도를 훌쩍 넘던 소주가 현재는 17~16도대 까지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 출처 : news1
또한 요즘은 그보다도 도수가 더 낮은 과일소주로 여성 소비층이나 젊은 주류소비층의 입맛을 사로잡아 주류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 3월에 롯데주류에서 나온 ‘처음처럼 순하리’를 필두로 하여 현재는 여러 주류 회사에서 경쟁적으로 새로운 과일소주를 출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역사를 가진 소주는 어떤 방향으로든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오랜 역사동안 우리의 애환을 함께 해온 만큼 그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표 주류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겠죠. 곧 연말이 다가올테고 늘 그렇듯 술 한잔 할 기회가 많이 생길텐데요!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금물이니 우리 모두 적당하고 건강한 음주문화를 즐기도록 합시다!
첫댓글 다양한 소주 잘 마셨네... 아이고 취한다...ㅎㅎ
해장도 하게 해줘야 되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