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협회, 긴급간부회의 열고 즉각적 대응 나서기로
전기공사업계 생존의 근간인 ‘분리발주 제도’가 단두대에 올랐다. 정부는 지난 17일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규제 길로틴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했다. ‘규제 길로틴(단두대)’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련이 없는 핵심 규제들에 대해 그 존재이유를 명확하게 소명하지 못할 경우 해당 규제를 일괄 폐지하는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이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자리에서는 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소방·문화재 수리업 등 공사관련 면허(등록) 체계를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일원화하고, 겸업 허용 및 분리발주 규제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설업종 칸막이 규제’ 관련 논의가 이뤄져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부처 간 협의 결과 해당 안건은 관련 부서인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 업계의 의견을 수렴, 이튿날인 18일에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업계의 의견을 중재한 타협안과 책임감리 대상공사에 대해서는 분리발주 예외 범위에 포함토록 하는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날 자리에 참석한 정부 측 관계자는 “(분리발주 제도에 대해) 기본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국민의 안전이나 생명과 관계없는 규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도를 없애든 규제를 완화하든 다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계부처 협의 결과가 전해지자 전기공사업계는 말 그대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지난 1976년 이후 40여년간 전기공사업계를 지탱해온 ‘분리발주 제도’가 뿌리째 흔들리게 돼서다. 출범 당시만 해도 분리발주 법제화 등 중소 시공업계의 생존권 확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정부였기에 업계가 느끼는 상실감은 배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출범과 동시에 140대 국정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 성장 희망 사다리’라는 이름으로 분리발주를 법제화하는 등 중소기업의 생존을 보장하고, 건강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주제들이 포함됐다. 그 중 시공업계의 이목을 끈 주제는 ‘대규모 계약의 분할·분리발주 법제화’에 관한 내용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리발주 폐지는 안 그래도 아사 직전인 중소 시공업계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국가 기간산업인 전기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기공사업 분야가 분리발주 폐지로 인해 와해될 경우 산업 위축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관계자도 “분리발주가 폐지되면 중소 전기공사업체들은 대형종합건설사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한 하도급분쟁과 시장질서 붕괴는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기공사협회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분리발주와 관련해 관계부처 논의가 진행중이란 소식을 접한 협회는 이날 오전 긴급확대간부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하고 임원, 시·도회장 긴급업무연락을 보내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중앙회와 전국 20개 시·도회가 분리발주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활동도 다각적으로 펼쳤다. 협회 측 관계자는 “관계부처 논의 결과 산업부로부터 내일(18일) 오전까지 입장을 정리해서 대안을 제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전기공사업법을 통해 건설과 엄연히 구분돼 있는 전기공사에 건설기술관리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현행 법 체계와 전기공사업계를 무시한 처사다. (분리발주 제도를 지키는 데 있어) 한 걸음도 양보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협회는 우선 분리발주 제도와 책임감리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전기공사의 감리는 전력기술관리법에 따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는 바 건설산업기본법을 대상으로 하는 건설산업기술법상 감리대상 공사를 분리발주 예외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분리발주는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가로막는 ‘규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생존에 직결되는 ‘필수요소’란 말도 덧붙였다. 이어 협회는 건설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외부요인이 아닌 내부요소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건설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발주방식 변경과 같은 편협한 논의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제도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과 인식이 문제”라며 “건설 업계가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견인하도록 유도하려면 업계에 만연한 각종 불공정행위와 그릇된 인식을 먼저 바꿔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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