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단계보다는 낫지만 ADHD단계에서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회인지적 사고가 많이 어렵습니다. 자폐단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오로지 자기중심적일 뿐이고 자기 입장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사회인지과학 분야 중 하나인 마음이론은 사고 기능이 얼마나 타인의 시각에 맞추어져 있는지 자기중심적인지를 규명하는 이론입니다.
아래의 대화처럼 전화통화를 하면서 엄마 혹은 선생님이 '지금 뭐하고 있니?'하고 물으니 아이가 '네, 이것 가지고 놀고 있어요.'하고 답을 합니다. 전화상으로 이것가지고 논다고 하면 질문자는 당연히 이거라고 한 것을 볼 수가 없으니 알 수가 없습니다. 아이는 완전히 자기중심적인 답변을 한 것이고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수두룩합니다.
상황대처 능력에서도 마음이론이 적용되는 상황을 보면 사람들의 사회인지 사고기능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예시하는 것을 보면,
-샐리는 검정박스를, 앤을 흰색박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샐리는 구슬을 그녀의 박스에 넣습니다.
-샐리는 구슬을 넣은 후 산책을 가버립니다.
-앤은 샐리의 박스에서 구슬을 꺼내 자기 박스에 넣어놓습니다.
-샐리가 산책에서 돌아오고 구슬을 가지고 놀고싶어 합니다. 그렇다면 샐리는 구슬을 어디서 찾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샐리가 자기박스인 검정박스에서 찾는다고 답변을 할 것입니다. 자폐증과 ADHD사람들은 앤의 박스에서 찾는다고 답변을 하곤 합니다. 그런 성향은 사회적 융통성이 없어서 지금 현재 구슬이 들어있는 박스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행군 막바지에 완이가 제 가방을 자꾸 들여다보고 뒤집니다. 단 것을 다 끊을 수는 없고 양을 상당히 줄여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M&M 작은 소포장이 여러개 들어있는 초코렛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그걸 태균이 가방에 넣어놓고 두 개만 제 가방으로 옮겨서 완이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물론 완이가 이를 다 지켜보았으니 원래 상품은 제 가방이 아니라 태균이가 짊어진 가방에 있다는 것도 본 것이 분명할텐데 제 가방만 하염없이 들여다봅니다.
제 가방에는 이미 자신이 먹어버린 껍데기 밖에 없는데 자꾸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마음이론이 불현듯 생각나며 웃음이 피식 나옵니다. 오늘은 성산갑문교 건너 차를 주차해놓고 성산조개바당길을 따라 걷다 오조리까지 연결된 다리도 건너보고 식산봉에도 올랐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녀석들이 다소 침잠모드입니다. 특히 완이의 증세가 좀 심상치 않습니다. 집에서 한바탕 울고 나온 후 조울을 반복하는 모습이 오늘 자주자주 보입니다. 우울증의 모습은 확실히 조울로 나타납니다. 지금까지 마음대로 하고 살았는데 통제받고 감시받으며 행동을 다듬지 않으면 마구 혼나기도 하니 얼마나 본인도 힘이 들까요? 딱하기는 하다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요 며칠 너무 기특해져서 완이를 띄우는 모드로 갔더니 태균이 방과 이불 속까지 침범하고, 사람한테 계속 치대고, 식사도중에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등등 조증모드가 과해집니다. 세로토닌을 투여하면 많은 아이들이 초기에 조울로 가는 경향이 커지는데 전두엽 회로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적을 때는 적어서 문제가 되고, 풍부해지면 이걸 어찌 써먹어야 될지 올바른 감정의 경험과 훈련이 없으니 바로 견디기 어려운 원시적 조증모드로 갑니다. 조증모드로 인해 행동통제를 받게 되니 자신도 화를 주체하지 못해 울어제끼는데...
이 녀석 점점 화내는 방식이 준이를 닮아갑니다. 하긴 태균이가 화낸 적은 별로 본 적이 없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오늘 그 모습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박수쳐대고, 손흔들어대고, 화났을 때 준이 특유의 표정 그대로... 점점 시각적 모방은 커지는데 그걸 판단하고 의미를 담는 기능은 안되니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준이가 그렇듯 바지 속에 자꾸 손들어가고...
사람에게 악마적 요소란 바로 오로지 자기중심적으로만 살아가는 모습일겁니다.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는데 누가 나를 감히 제지해... 라는 것이 강화되었던 양육환경이었다면 더욱 악마적 요소가 강해질겁니다. 7월초 태균이의 갑작스런 일주일간 병원입원으로 준이 완이 근이를 당시 고용했던 교사들이 봐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의 가장 큰 바램은 완이가 한 자리에서만 잤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잠자리 파고들기, 아무렇지 않게 이불 걷어가서 마냥 끌고다니기, 몸밀착하고 마구 기대기 등 지난 여름 선생님들이나 우리가 너무 힘들어했던 완이 행동들. 갑자기 이런 것들이 오늘 마구 쏟아져 나옵니다. 자제가 되고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뭔 틈새가 있다고 느낀건지 오늘 다 튀어나옵니다.
심지어 행군마치고 좀 아쉬워서 성산일출봉 주차장에서 인라인을 태우는데 안전모 끈 빨기, 옷빨기, 네 손가락 입에 넣고 빨기, 심지어 누군가 쓰레기로 버리고 간 귤껍데기를 주워서 먹으려하기까지... 이 대목에서 어찌나 목청을 높였는지 주차장에 딸린 공중화장실 관리하시는 분이 나와서 상황을 살피고 갑니다.
완이의 깨어날 줄 모르는 전두엽 기능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준이녀석 걷는 내내 완이 감시와 행동 참견이 우스울 정도로 빡셉니다. 스스로도 어쩔 수없는 통제불능 조울모드가 발동하면 과거 잠재되어 있던 제멋대로의 행동들이 여기저기서 주체하지 못하고 복귀하는 모양입니다. 뇌가 올바르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소쩍새는 봄부터 그토록 울어대고, 천둥은 먹구름 뒤에서 얼마나 울어대야 하는지... 오늘의 가슴앓이가 내일의 보람으로 다시 이어지기를 그저 바라는 수 밖에...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며 나보다 타인의 입장을 앞세우는 말과 행동까지는 기대도 하지 않지만, 남에게 민폐끼지지 않는 행동 가다듬기 교육은 포기할 수 없음을 다시 다지며... 식산봉과 주변 올레길 걸으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봅니다.
여름 가을 겨울이 한 자리에 모인듯한 식산봉 생태계. 참으로 오묘합니다. 대나무가 살랑이는데 동백나무는 터뜨리기 직전에 꽃송이들을 잔뜩 매달고 있고, 거기에 예쁜 단풍이 든 이름모를 나무가 가을을 말하며 오묘하게 한 자리에 있습니다. 이게 제주도인가 봅니다. 내일은 비행기타고 1박 2일 분당다녀와야 하니 더 마음이 분주합니다.
첫댓글 오늘도 또 공부합니다.
완이의 2보 전진과 1보 후퇴의 과정을 지켜 보면서, 한시적이지만 대표님과 두 형님과 함께 한 세월이 매우 유익하다 싶습니다.
육지 잘 댕겨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