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47&8 산행동우회 소식지 (제63호)
2010년 02월 24일 발행
제목 제73차 산행 (강화 마니산)
언제부턴가 한반도의 겨울에 삼한사온이란 글자가 무색해질 정도로 한번 추위가 시작되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내리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겨울인지 봄인지 알 수 없는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겨우내 눈 구경하기도 힘든 해가 여러 번 지속되곤 했지요.
금년에는 다행스럽게도 겨울다운 추위가 제법 오래도록 위세를 떨치고 눈도 흡족할 정도로 내렸다는 느낌이 듭니다. 11월 중순부터 위세를 부리던 동장군은 12월, 1월 내내 호기를 부리더니 2월 중순이 지난 이즈음에야 겨우 춘삼월의 봄기운에 슬금슬금 물러서는가 봅니다.
긴긴 겨울날 잔뜩 움츠렸던 우리네 사지도 시나브로 다가서는 봄기운에 절로 기지개를 켜고 다리를 쭉 뻗어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던가요. 3월호 소식지를 훑어보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쑥 빼고 어깨를 흔들면서 경인년 춘삼월의 봄기운을 받으려는 친구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는 쉬는 날이 없는지 연일 신문지면과 TV 메인화면을 장식하며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요즈음 며칠간은 모처럼만에 즐거운 소식이 가슴을 후련하게 채워주는군요. 다름 아닌 동계올림픽의 메달 소식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며칠입니다.
한때, 그러니까 우리가 먹고 살기 바빴던 70, 80년대에는 모처럼 우리 선수들이 세계대회에 출전하여 메달 하나만 따와도 마치 국가적 경사라도 벌어진 양 온통 축제 한마당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88올림픽을 거치면서 스포츠 역시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졌음일까, 제한된 일부 종목이 아니라 다양한 경기 종목에 폭넓은 선수층이 형성되고 스포츠선수 역시 스크린을 도배하는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젊은이가 동경하는 스타로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올림픽을 치른 국가로서의 나름대로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과거 스포츠의 우수선수는 주로 복싱이나 레슬링, 유도 등 가난과 싸워가며 개인의 피나는 노력에 의한 결실이었던 반면, 경제발전과 더불어 축구, 야구, 농구 등 구기종목은 물론이고 근년에는 부자들의 스포츠라는 골프를 비롯 수영과 피겨스케이팅 등 고급스런 경기에서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 그야말로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쪼록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만족스런 성적을 거두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2월 8일에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지요. 교동47회 이세재 형이 애석하게도 지병으로 고생하다 눈을 감았습니다. 불과 한두 달 전의 전화통화에서 산에 자주 못가 미안하다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그 때도 몸이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던 그가 홀로 암과 싸우며 친구들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가족의 전언에 마음이 저렸습니다. 아픔은 서로 나눌 때 보다 가벼워진다는데 이 친구는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견디다 떠나버렸네요. 많은 친구들이 마지막 떠나는 고인의 여행길이 편안하기를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은 한창 활동할 나이이건만 이렇게 하나 둘 먼 길을 떠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남은 친구들이나마 살아있는 날까지 더욱 자주 만나고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으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앞서는군요.
동우 여러분, 이제 날씨도 외출하기에 적절한 삼월이 가까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량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겠지만 자신의 몸 관리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나이입니다. 가능한대로 운동량을 늘리고 음식은 아무리 맛있는 진수성찬이라 해도 적게 드는 것이 건강에 제일이겠지요.
지난 2월초의 산행모임은 관악산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의 대표적 명산이라 그런지 많은 인파로 붐비는 산길을 천천히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하산후의 뒤풀이는 황교갑 동우가 한잔 낸 덕에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립니다. 또한 권병찬 형은 지난 회의 교동고 발전기금에 늦게나마 참여하고 싶다고 봉투를 건넸습니다. 무척이나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3월 6일의 산행은 강화 마니산을 오를까 합니다. 이른봄 마니산의 정기를 받아 금년 일년도 건강한 몸으로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답사하며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동우 여러분의 가족 모두에게 행복이 깃들기를 바라고자 한반도 아름다운 모든 산중에서도 가장 기가 세고 명산의 조건을 두루 갖춘 마니산에서 시산제를 지내고자 하오니 많은 동우들이 꼭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 지역 동우들은 송정역에 10시까지 집결하시고 인천지역 동우는 황순호 동우에게 연락 바람니다.
제72차 산행 참석자 <권병찬, 박용배, 이영구, 정서현, 황교갑, 황순호, 황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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