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 국제시장의 실내 실탄 사격연습장에서 불이 나 10명이 숨졌다. 사망자 10명 가운데 8명이 일본인 관광객이었다. 그중 6명은 1박2일 일정으로 당일 오전 페리를 타고 부산에 여행 온 나가사키(長崎)의 같은 마을 중학교 동창생들이었다. 동창생들은 9년 전부터 매달 조금씩 돈을 갹출해 2~3년에 한 번씩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부산 여행은 첫 단체 해외여행이었다.
일본인 동창생 관광객들은 설레는 첫 단체 해외여행길에서 이 날벼락을 맞았다. 남편을 잃은 아내, 아빠를 잃은 자식들의 비통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우리 관광객이 해외여행길에 이런 식의 화(禍)를 당하면 우리는 속으로 "수준이 그런 나라니까…" 하는 생각을 해왔다. 일본 사람들이 이번 사고를 접하고 똑같은 생각을 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왜 아직도 이런 후진국형 사고를 졸업하지 못하고 국제 망신을 사고 있는지 정말 답답하다. 2000년 이후만 따져봐도 서울 중곡동 정신병원 화재(2000년 11월·8명 사망), 광주 대입학원 화재(2001년 5월·8명), 군산 유흥가 화재(2002년 1월·12명), 대구지하철 방화(2003년 2월·192명), 충남 공주 정신병원 화재(2006년 10월·5명), 전남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2007년 2월·수용 외국인 9명), 경기 이천 호법면 냉동창고 폭발사고(2008년 1월·40명), 이천 마장면 냉동창고 화재(2008년 12월·7명)가 있었다. 사고 발생 장소와 유형은 제각각이지만 근본 원인은 결국 한가지다. 사람 목숨을 허술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이번에 참사를 빚은 사격장은 5층 건물의 2층에 들어 있다. 불이 나더라도 안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위치다. 그런데 총성이 새나가는 걸 막느라고 철판을 대고 두꺼운 목재로 덮어씌워 연기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방범용 창살로 둘러싸인 유리창은 사람들을 감옥처럼 가둬버렸다. 이런 건물이 바로 지난 6일 소방점검을 통과했다. 2006년 4월 서울 반포 실탄사격장에서 불이 나 종업원 1명이 죽고 일본인 관광객 3명을 포함한 7명이 화상을 입은 일이 있다. 그 사고가 얼마 됐다고 소방당국과 업자는 다시 이런 사고를 불러온다는 말인가.
일본 도쿄도(都) 소방청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나자 전문가 17명에게 일을 맡겨 1년 연구 끝에 대구지하철 사고 보고서를 만들어냈다. 그 보고서를 토대로 2004년 10월 자기네 지하철 역사(驛舍) 내 화재 피난로를 양(兩)방향으로 만들고 승강장 매점 구조물을 불에 안 타는 재료로 바꿨다. G20 같은 국제회의를 유치했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고, 사람의 목숨을 어처구니없이 앗아가는 일이 절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