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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국민들의 대표 간식, 취두부 |
‘취두부’에서 ‘쵸우’라고 읽히는 ‘취’의 사전적 의미는 ‘(냄새가) 지독하다’, ‘역겹다’, ‘구리다’ 등의 의미이다. 특정 행위를 묘사하는 말로도 쓰이지만, 기본적으로 음식에 쓰이는 경우가 많다. 생선이나 고기가 상하거나, 고기가 썩었을 때 쓰는 말이다. 취두부의 유래는 구전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명 태조 주원장 이라는 설도 있고 기타 인물이라는 설도 있지만, 여기서는 왕치화(王致和)라는 인물과 관련된 유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유래에 따르면 취두부는 청조 강희제가 치세할 무렵 왕치화가 과거를 보러 북경으로 상경하면서 시작된다.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왕치화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 하고 북경에서 두부장수로 연명하게 되는데, 두부장사 역시 쉽지 않았다. 비 오는 어느 날, 다리 밑에서 쉬고 있던 왕치화는 두부에 곰팡이가 핀 것을 발견하고, 이를 소금물에 절여서 보관하기로 결정한다. 두부의 냄새와 맛이 서서히 변하는 것을 확인한 왕치화는 두부의 이름을 ‘취두부’라 짓고 장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전성시를 이루어 장안에 소문이 자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마도 중국에서 유래된 취두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이완까지 전래되었을 것이다. 20세기 중반 호남성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면서 타이완 사람들의 식생에 따라 점차 변화해왔고, 북방 지역보다는 네모 반듯하게 썰어서 튀긴 형태가 더 일반적이라고 한다.
걷다 보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취두부, 겉표면을 튀기는 요리 방식이 흔하다 |
의문이 든다. 과연 문전성시였을까. 맛을 따지고 보면 문전성시를 이룰만한 진미는 아니다. 지금도 취두부하면 손사래를 치는 중국, 타이완 사람들이 허다하다. 다만, 발효식품이라는 점이 당시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지금처럼 삼시 세끼를 어떻게든 두끼로 줄이려는 풍요로운 시절이 아니라, 한 집 건너 한 집 굶는, 한 끼 걸러 한 끼 거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고영양 식품 취두부가 인기를 끌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 세끼를 어떻게든 두끼로 줄이고 싶거든, 취두부를 권하고 싶다.
야시장에서도 취두부의 향을 느낄 수 있다 |
다행히도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취두부도 있다. 지역별로 특색이 있지만, 썩힌 정도에 따라서도 취두부를 나눌 수 있다. 외국인이 자주 드나드는 스린 야시장이나 시먼딩에서는 그나마 역한 정도가 덜한 취두부를 맛볼 수 있다. 물론, 외국인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지는 종업원에게 물어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가끔 취두부를 찍은 사진들을 보면 옆에 양배추와 무가 곁들여져 있는데, 현지인의 말에 의하면 타이완식 김치라고 한다. 새콤달콤하게 절여진 김치와 고소한 취두부라면 역한 냄새를 덜 맡을 수 있다.
새콤한 채소가 곁들여진 취두부는 외국인의 접근을 가능케 해준다 |
취두부와 함께한 경험은 안타깝게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길 수는 없었다. 다만, 옆 테이블에서 나와 그 시공간을 함께했던 말레이시아 여행객 몇몇과 타이완 현지인들이 킥킥대며 그 순간들을 공유했을 뿐이다. 사실, 중국에 있을 때도 취두부에 손을 댄 적이 없었다. 그런데 ‘타이완 취두부는 무언가 세련된 맛이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무슨 이상한 바람이 불었는 지는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의심없이 시도한 덕분에 박명수도 울고 갈 슬랩스틱 코미디를 외국인들에게 선사해줄 수 있었다.
그들이 웃으니, 나도 웃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누군가와 호탕하게 웃는다는 것. 비록 카메라 앵글에 담지는 못했을지라도 어떠랴. 흔치 않은 경험이고, 값진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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