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음을 전할 때 문화안에 있는 우상들을 들추어내어 그것의 모순을 들어내는 방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교회 안에 있지만 마음의 우상을 가지고 산다. 그 우상을 분별하고 도전하고 깨뜨리지 못하면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대상인 다른 하나님을 섬기면서 살게 된다. . 팀 켈러는 '문화를 향해 설교하라'에서 사람들의 마음의 우상이 문화 내러티브를 통해 스며든다고 말한다. 문화 내러티브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공유되는 사회적 생각인데, 각종 메스컴과 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유되어 마치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심어지는 진리처럼 보이는 공리다. . 2. 칼 트루먼은 <이상한 신세계>에서 오늘날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퍼지는 이유를 좀 더 깊이 있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세대와 젋은세대의 인식의 차이가 많고 이것은 부모세대와 젊은세대 모두를 불안하게 한다. 이처럼 세대간의 장벽이 있을 정도로 큰 문화적 인식의 차이가 생기는 근본적 이유를 트루먼은 '자아' 라는 개념에서 찾는다. . "(오늘날 현대의 자아)라는 관념은 자신의 서사와 관련된 다른 세 개념과 연결되어 있는데 '표현적 개인주의', '성혁명', '사회적 상상'이다." 오늘날 '자아'를 형성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문화 안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데, 오늘날의 자아는 먼저 표현적 개인주의와 연결된다고 분석한다. . 3. '표현적 개인주의'는 로버트 벨라가 <마음의 습관>에서 만들어 낸 신조어인데 각 고유한 자아가 자신의 개별성을 실현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밝히거나 표현해야 하는 감정과 직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신의 외부에 따라 살아가는 무엇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을 따라 사는 것이 진실한 삶이라 규정하는 문화를 형성했고, 이것은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외부적으로 표출함으로 진정성을 성취하는 자아가 된다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 자아를 내면의 무엇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이런 관점은 성적인 것에도 영향을 미쳐서, 이전의 성윤리에 반기를 들고 개인의 정체성이 성적 욕망을 기준으로 정의된다면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 있는 욕구를 가두지 말고 욕망을 실행하는 일을 허용하는 것이 더 자신다운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나는 "남자의 옷을 입고 있는 여자입니다."라고 말할 때도, 자신의 신체적 모습이 성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이 곧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 4. 이렇게 자아라는 개념이 자신의 내면의 무엇으로 기인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사회가 공유하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들은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면서 스며드는 문화 내러티브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그것을 찰스 테일러는 '사회적 상상'이라고 표현했다. . 사회적 상상이란 인간의 생각이 이론적으로 설명된 것으로 전수되지 않고 심상과 이야기, 전설등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며, 사회적이라는 말은 소유가 공유한다는 것이 아니라 각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또 이것은 하나의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사회가 뿌리를 내리는 신념으로 자리잡는다. . 5.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상상의 공유를 통해 사회에서 주는 어떤 메시지를 받고 그것을 꿈으로 목표로 살아가고 있다. 즉 성경이 아닌 문화 내러티브가 주는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 안에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대상인 가짜 하나님을 섬기면서 예배에 나오는 것이다. 단순히 복음을 전하면 사람들이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문화의 힘을 간과하는 순진한 생각일지 모른다. . 구약의 이스라엘은 한 번도 하나님을 버린 적이 없다. 하나님과 다른 신을 동시에 섬기며 살았다. 이런 시대에 단순한 복음은 단지 복음을 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신념을 무너뜨리는 역할까지 동시에 해야 한다. 레슬리 뉴비긴이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에서 단순히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서구 사회의 계몽주의 이성의 허망함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6. 계몽주의 이성을 성경의 권위보다 더 높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성경의 권위가 아니라 계몽주의 이성의 허망함을 깨닫게 하는 자신의 잘못된 모순을 들추어 내는 작업을 할 때 복음으로 가는 장애물을 치워지게 된다. 팀 켈러는 <탈 기독교 시대 전도>에서도 교리문답을 할 때 '대항적 교리문답'의 의미를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 '대항적 교리문답'(Counter-Cathechesis)이란, 성경교리를 사용하지만 세상 문화가 제시하는 신념을 무너뜨리고, 그 문화의 내러티브는 답변하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물음에 대답해주는 작업이다. 교리문답은 성경의 가르침을 제시하여 로마 카톨릭의 오류를 드러내는 데도 목적이 있었다. 올바른 세계관을 건설하는 작업만 아니라 당시 지배적인 세계관을 해체하는 작업도 함께 수행했다." . 7. 칼빈의 기독교 강요만 보더라도 단순히 성경의 교리를 정리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로마 카톨릭의 오류를 지적하고 깨닫게 하는데도 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다. 이것은 칼빈이 그 당시 팽배했던 문화 내러티브의 오류를 드러내는 것이다. . 복음을 전할 때, 이 시대 문화 속에 흐르는 문화 내러티브의 신념을 드러내주고 그 모순을 깨달을 때, 그 문화내러티브가 답변하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깊은 물음에 복음이 그 해답이 됨을 선포해야 한다. 문화를 향해 설교한 뒤에 마음을 향해 그리스도를 심어주어야 한다. 오늘날의 설교나 가르침에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순서도 중요하고, 방법도 중요해졌다. . 8. 단순히 귀에 들리게 하는 설교가 아니라, 문화 내러티브의 모순을 드러내주는 설교를 해야 한다. 단지 연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중을 발가벗기는 것 같은 모순성이 지적되어야 한다. "아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은 이런 생각 때문이었고 이것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설교 안에 나타나야 한다. 문화를 긍정하고, 문화를 평가하며 도전하고, 복음으로 초대하는 변증적 방식이 점점 더 필요한 시대가 된 것같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문화 내러티의 모순을 드러내주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