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은도에 가면 꼭 가봐야 할 해변이 분계해변이다.
거목의 소나무 숲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소나무들은 거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분계리의 수호신이다.
이 솔숲에는 아주 특별한 소나무 있다.
여인송이다.
여인의 자태를 그대로 빼닮았다 해서 여인송이다.
더없이 미려한 여인송에 깃든 사연은 비극적이다.
옛날 분계 마을에 어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부부는 더없이 금슬이 좋았다.
그런 어느 날 부부 사이에 작은 말다툼이 벌어졌다.
남편은 홧김에 배를 타고 떠나버렸다. 남편은 집에 있으면 더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을 염려해 화를 풀려고 바다에 나간 것이다.
그 속을 알길 없는 아내는 남편을 원망했지만 여러 날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히기라도 한 것은 아닐까.
아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부부싸움 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래서 날마다 분계해변 솔숲에 올라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부턴가 아내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아내가 소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바다를 바라보자 남편이 탄 배가 돌아오고 있었다.
그 다음 날부터 아내는 솔숲의 가장 큰 소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남편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소나무에 거꾸로 매달리면 남편의 배가 귀항하는 환영이 보였다.
아내는 점차 미쳐가고 있었다.
어느 겨울날, 아내는 소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남편이 돌아오는 환영을 보고 좋아서 기뻐하다 그대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얼마 후 남편이 무사히 분계마을로 돌아왔다.
남편은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아내를 그 소나무 아래 묻어주었다.
아내를 묻고 난 뒤 소나무는 점차 거꾸로 선 여인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부의 아내가 묻힌 소나무가 바로 여인송이다.
소나무는 어부 아내의 환생으로 믿어지고 있다.
오늘도 여인송의 자태에서는 그리움이 가득 묻어난다.
생의 터전인 동시에 생의 무덤이 되기도 하는 바다. 언제나 생사를 넘나드는 삶을 살아야 했던 섬사람들의 애환이 깃든 소나무.
누구라도 누군가를 죽도록 그리워하던 때가 있었겠지.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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