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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
1594.10.31 대마도
조선 출병의 예비병력과 조선에서 철군한 병력이 잠시 머물다가는 대마도엔 어제 조선에서 있었던
전투의 상황을 전하는 전령이 속속 도착했서 전황을 전했다. 급보를 받은 고바야가와 다다가게는
풍신수길에게 전령을 보낸 후 급히 휘하의 전선 200여척을 이끌고 부산을 구원하기 위해 출항하고
예비병력에게는 대마도 경계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광개토함에서 이륙한 대잠헬기가 대마도 앞바다에서 고바야가와의 함대를 발견하고 원균함대의 진로를
수정해 주었다. 원균함대는 상륙병이 타고 있어서 해전에는 부적합했기 때문에 적함대와 조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 여기는 가마우지다. 지금 들쥐들이 집에서 나온다 3시방향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것 같다.
적 함대는 지원함대에게 맡기고 094로 우회하라 이상.
- 알았다. 지원함대는 어디쯤 있나 ?
- 함대 후미 50KM에 있다.
서둘러 부산으로 향하고 있던 고바야가와는 전방에 나타난 대함대를 보고 겁을 덜컥 먹었다.
함대 전방에는 이순신이 타고 있음을 알리는 장군기가 펄럭였다.
수평선에서 판옥선 100여척이 나타나, 무섭게 빠른 속도로 자신의 함대로 다가왔다.
함대를 돌려 다시 대마도로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조선함대 너머에서 굉음을
울리며 괴상한 물체가 날아와 함대 바로 위에서 알수 없는 뭔가를 떨어트렸다. 순식간에 불벼락이
내리며 곳곳이 파괴되고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일부 수병들이 온몸에 불이 붙어 바다에 뛰어들었다.
고바야가와 함대가 공중으로부터의 폭격에 정신 없는 사이에 급속히 함대간 거리를 좁힌 이순신은
함대를 고바야가와 함대를 전방에 두고 넓게 진영을 구축하며 학이 날개를 활짝 핀듯한 모양으로
판옥선을 정렬시켰다. 불어오는 북서풍을 받아 한껏 부풀어 오른 돛들이 함에 힘을 불어넣어 왜 함대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학의 머리에 해당하는 함대의 중앙에 위치한 기함에서 빨간 깃발이 오르며
적 함대를 향해 함포를 쏘아댔다.
-. 좌현포 발사.
판옥선 좌현에 배치된 20문의 총통이 불을 뿜자 연기가 판옥선을 가렸다.
-. 꽈광
포탄이 날아가 적 함대에 떨어졌다.
-. 선회
-. 우현포 발사
-. 꽈광
다시 한번 포탄이 날아갔다. 판옥선의 함포는 위력이 약하여 최소한 십여발의 명중탄을 맞아야
왜 누각선을 전투불능으로 만들 수 있었다. 고바야가와는 일찍이 조선 수군의 막강한 화력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섣불리 총 공격을 명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순신과 싸워서 이긴 적이 한번도 없었다.
불패의 신화를 만들고 있는 그에게 자신의 함대를 희생물로 제공하고 싶지가 않았다. 자신의 함대
선봉이 여지없이 깨어져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던 그는 마침내 후퇴를 명령했다. 대마도로 돌아가
육지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 조선함대는 먼거리 항해를 기본적으로 할 수 없다. 그가 생각하기에
대마도에서 며칠만 버티면 조선 함대는 저절로 물러날 것이 자명했다.
-. 장군. 적들이 물러날 기미를 보입니다.
-. 적선이 완전히 돌아서면 우리가 따라잡기 힘들다. 진영의 날개를 전진시켜 전 퇴로를 막는다.
-. 붉은색과 푸른색 깃발이 동시에 오르고, 북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펴졌다.
-.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고바야가와는 조선함대가 자신의 함대를 감싸듯 빙둘러 퇴로를 막으려 한다는 의도를 간파하고
서둘러 선회를 명했다. 하지만 왜선박의 고질적인 선회능력의 한계로 인해, 아직도 많은 전선들이
선회를 마치지 못하고 있었다. 먼저 선회를 시작한 고바야가와는 우선 급한 대로 적의 포위망을
뚫어야만 했다.
-. 사이또함대는 포위망을 뚫어라, 나머지는 사이또를 따라 대마도로 전속 후퇴한다.
우왕좌왕하던 왜함대 중앙을 이순신이 직접 지휘하던 판옥선이 치고 들어왔다. 함대 최 선봉에 섰던
이 판옥선은 적이 선회를 시작하자, 함포사격을 계속하면서 적 함대 중앙으로 깊숙이 파고 들었다.
판옥선 수척이 기함을 보호하기 위해 따라 들어왔다. 양 옆으로 왜선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이순신
함은 선회할 필요도 없이 양 옆으로 배치된 함포 20문은 포탄이 장전되자 마자 무조건 발사하였다.
-. 꽈광 꽝
막 선회를 마치고 대마도를 향하려던 왜선 한척이 이순신함의 포격을 맞고 불타 올랐다. 이순신함을
뒤따라 들어온 함들이 왜 함대 중앙을 휘져으며 도망치는 고바야가와가 승선한 함을 쫓아 적함대
중앙을 관통하고 있을때, 포위망을 형성한 조선함대에서 왜선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판옥선에 타고 있던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에 불을 붙이고 적선을 향해 쏘아올렸다.
-. 쉬시시시시.
그와 동시에 왜선에서 조총을 든 병사들이 총을 쏘아댔다.
-. 탁탁탁탁
여기저기서 병사들이 쓰려져 신음하고 옷에 불이 옮겨붙은 이들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함포의
성능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두 함대간의 해전은 이순신 함대의 완승으로 끝이났고 있었다. 그나마
광개토함이 이순신함과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고바야가와는 감사해야만 할 처지였다.
바다위에서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포위망을 벗어난 고바야가와를 비롯한 몇십척의 왜선을 앞에 세우고
이순신함대는 최고 속도를 내었다. 고바야가와 함대는 전방에서 원균 함대의 후미를 발견하자 함대를
북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들 위에 헤리어가 대마도를 향해 날아갔다.
- 이봐. 김대위 이거 너무 싱거운 거 아냐. 그냥 가서 폭탄만 떨어뜨리고 기관총 좀 쏘다가 오는
일이라니 그냥 함포로 갈기면 될 것을 왜 우리까지 끼어드는걸까 ?
고바야가와 함대위에 클러스트탄을 떨어뜨리고 다음 폭격장소로 이동하던 편대원들이 통신망을
개방하고 떠들어 냈다.
- 바보야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하늘을 날수 있을 것 같냐. 아마 2년후면 우린 말만 조종사고 땅개
보다 더 비참한 모습이 될 거다. 기회 있을 때 전공을 많이 쌓아야된다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장식해서 왜놈이나 조선 사람들이 깔보지 않지.
- 편대장이다. 잡담금지하고 연료잘 챙겨 오늘은 대마도를 폭격하고 내일은 시모노세끼, 오사카,
요코하마를 폭격한다. 이번 임무를 끝으로 공군은 잠정적으로 해체된다. 정확히 떨어뜨리도록.
목적지는 육안관찰하고 정찰대가 유도하는 곳으로 떨어뜨려. 잘못하면 아까운 식량 다 탄다. 알았나.
- 네. 편대장님.
예전에 제주도에서 파견된 정찰대가 군량미위치를 파악하여 폭격편대에 그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지만
그곳을 피해서 폭격하기는 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헤리어 특유의 장점인 정지비행을 이용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였다.
가미아카타 앞바다에 떠서 대마도를 순찰하고 있던 오끼라 수병은 한가로이 바람에 배를 맞기고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고바야가와의 명령으로 대마도앞바다는 오끼라 수병처럼 조선쪽 방향을
감시하기 위해 조각배들이 널려있었다. 오끼라는 자국의 군사들이 이미 조선을 초토화 시켰고
가져올 것은 다 빼앗아 왔기에 이번 전쟁은 조만간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어제 조선에서 큰 싸움이
있었다지만 대마도에서 대대로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고 있는 오끼라는 걱정이 없었다.
조선 놈들이 여기까지 올 턱이 없었다. 멀리 조선쪽을 바라보던 그는 수평선 너머 돛대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가끔 한곳을 계속보고 있으면 착시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오끼라는
하나 둘 그 수를 세다 퍼득 정신이 들었다. 저것은 착시현상이 아니였다.
이미 수평선을 넘어온 수가 십여개가 넘었고 점점 그 수가 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부산으로 가던
아침에 출항한 고바야가와가 회군하는 줄 알았으나 그 모양새가 조선의 판옥선과 흡사하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급히 선수를 바꿔 대마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선미에 세워둔 화살에 불을 붙이고
하늘높이 쏘았다. 주변에서 정찰하고 있는 배에서도 신호를 보아서 대마도로 전달하고 있었겠지만
정확한 보고를 위해서 한시라도 빨리 도착해야만 했다.
포성이 울리더니 옆에 물기둥이 솟구쳐 올라왔다. 아직 조선의 함대와는 거리가 상당한데 어디서
포탄이 날라왔단 말인가 ?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다른 판옥선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물기둥이 솟아 올랐다. 간신히 균형을 유지한 오끼라의 눈에 대마도 포구에서 굉음이
울리고 연기가 치솟는 것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 젠장 저런 쪽배에 세발이나 쏘다니. 어이 포술장 실력이 많이 죽었어.
무장관이 갑판에 나와 포술장을 보며 포술장을 약 올렸다. 배가 너무 작아서 잘 맞지 않았다.
고속정도 한방에 잡던 포술장이 계면쩍은 듯 씩 웃고는 들어가 버렸다.
- 이순신함대에 연락해서 대마도를 거쳐 바로 후쿠오까로 가라고 해
- 원균함대는 대마도를 친다. 우린 후미에 붙은 패잔병을 청소한 후 대마도를 지원하고 후쿠오까로
이동한다. 아마 후쿠오까가 우리의 무덤이 될 것이다.
젠장
김세일 대령은 아쉽기만 했다.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후쿠오까에 상륙하여 함포를 뜯어낸다음 상륙군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번 작전을
마치고 그의 수병은 해군에서 천군 1포병대대로 부대명칭이 바뀌게 되었다.
- 지원함은 언제 오나 ?
포탄의 수를 세던 무장관이 통신병에게 물었다.
- 내일 아침에 후쿠오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제시간에 도착할 것입니다.
고바야가와함대를 피하기 위해 한참을 돌았던 원균함대는 총100척으로 전라수영에서 빌리고 강화도에서
모집한 일만의 수군과 2만의 육군이 타고 있었다. 거기다 제주에서 지원 온 제주여단소속 총병 1천명이
화력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고 광개토함이 계속 함포를 날려 댔다.
상륙지점은 이미 항공폭격과 함포공격으로 초토화되어 있었고 주로 경기 이북지역 지방군으로 구성된
대마도 정벌군은 김영원 이빈 허욱 양천 조대곤 우성전들이 각각 3000천의 병력을 이끌고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은 강화도에 집결하여 원균의 함선에 분승한 후 대마도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들이 대마도에 상륙했을 때 본 것은 사방으로 흩어진 시체조각들 뿐이였다. 왜병들은 이미 멀리
도망가버렸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곳곳으로 흩어져버린 왜군을 수색하는 한편, 진영을 갖추고 왜가
쌓아놓은 군량미를 원균함선에 실어 조선으로 보내고 잠시 쉴 때 쯤 제주여단이 수송함에 승선하고
대마도에 도착했다.
대마도 정벌군 사령관인 김영원은 그들을 극진한 예로 맞아드렸다. 이미 그들의 놀라운 힘을 보았기
때문에 사사로이 대할 수 없었다. 제주여단은 지난 육개월동안 제주민을 대상으로 천군의식을
고취시키고 사격훈련만 시켜왔다 처음에는 포병훈련을 실시했지만 조선을 쉽게 장악한 천군부는
그들을 좀더 요긴하게 이용하고 싶었다.
각 장교들은 천군출신이였지만 사병들은 제주민이었다. 그러기에 제주여단은 대마도에 투입되기전
조선군과 사사로이 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자칫, 천군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더
생겨날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
훗쿠오카로 향하던 이순신은 심정이 복잡했다. 선조대왕이 천군에게 강제로 페위당하고 치우천황
역시 감금생활이나 마찬가지인 생활을 한다는 소문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신하된 자로서 군주의 아픔을
해소 시켜 줘야 마땅하나 지금 그에게는 그만한 힘이 없었다. 대장군의 칭호를 받고 백성들과 군사들이
자신을 믿고 따르긴 하지만 민심은 이미 천군에게 돌아가 있었다.
그는 저들이 군주를 심히 핍박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순신은 오늘 보여준 천군의 무위에 몸서리를 쳤다. 아무도 천군과 대적하여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원균이 부산으로 돌아왔을때는 이미 반도의 왜군들이 모두 항복하여 포로로 잡혀 있었고 각지방에서
몰려든 왜정벌 지원군으로 부산이 부산하게 북적댔다. 그들 중에서 선별하여 2만을 태운 함대가
시모노세끼로 출항한 것은 그날 해질녘이었다. 내일 아침에는 시모노세끼에서 또 한번의 상류전이 있을
것이지만,, 한양으로 장계를 올리는 원균은 마냥 기쁘기만 하고 꿈만 같아 눈물이 앞을 가렸다.
- 삼가 아룁니다
황은을 입어 왜적을 물리치고 대마도를 정벌하였기에 아뢰옵니다.
이렇게 시작된 원균의 장계를 읽는 치우천황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 의주로 몽진을 떠나고 그 처참한 피난생활을 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으시던 상왕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
천군의 힘을 빌어 외적을 물리쳤지만 그 역시 단군의 자손이라 하였으니 나를 핍박하지는 않을 터,
내 성군이 되어 만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태평성대를 이루리라. 덕수궁에서 승정원이 올린 장계를
읽던 천황은 깊은 상념에 쌓였다. 그에게는 아직 세력이 없었다. 그리고 천군의 확실한 의도도
알 수 없었다.
마음이 답답해진 치우는 어서 상왕을 뵈러 가야 겠구나 하는 마음이 일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1594.12 오사카항
과거 풍신수길이 조선정벌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쌓았던 오사카성은 지난달에 있었던 천군의 공격으로
페허나 다름없이 변해있었다. 항구에는 조선의 판옥선들이 가득 정선해 있었고 육지에서 올라오는
화물들을 싣고 항구를 떠나길 반복했다. 곳곳에는 창을 든 조선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어떤 이는 화물수를 세는지 셈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짐을 부리는 인부들과 그들을 통제하는
사람들로 항구는 혼잡했다. 폐허가 된 성과는 판이하게 항구는 활기로 가득했다.
- 이보게 이서방 셈은 다 끝났는가 ?
- 예 나리, 이번까지 실으면 300석입니다. 인수증을 써주고 바로 출항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100척만 더 실으면 올해 물량은 다 끝나는 가 봅니다.
- 그래 이 많은 곡식이 한양으로 들어 가니 이제 조선도 굶어죽는 사람은 없게 되겠지.
- 예 나리, 모두가 천군과 천황폐하의 은덕입니다요
- 허허 그래 수고하게 난 이만 처소로 가야 되겠네. 그리고 인부들에게 술이라도 대접하게나
조선의 무시무시한 공격에 오사카성이 완전 폐허로 변하면서 성에 머물고 있던 풍신수길과 그의 애첩,
하나밖에 없는 아들등 그의 가문이 깨끗이 제거되었다. 그가 죽고 조선정벌군이 한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한 왜의 많은 다이묘들은 처음엔 군사를 이르켜 조선과 대적하려 하였으나
곧이어 대마도가 점령되고 큐슈에 수만의 조선군이 상륙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조선의 신무기로 인해 많은 항구가 완전 폐허에 가까운 피해를 입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대표로 내세워 화의를 요청하게 되었다. 야전사령관들은 이번 기회에 왜를 완전 정벌하여야 한다며
극구 화의를 반대하였으나, 조선은 2년여동안의 전란으로 국토가 피폐해져서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지속할 능력이 없었다. 이제 내년 농사를 신경써야 했다.
여진족의 발호를 염두에 두어야만 한 천군부에서는 대마도와 큐슈 및 우베나가토 야마구치현을 조선에
할양하고 매년 백미 300,000석을 조공하는 조건으로 이에야스와 화친을 맺었다.
1594. 12. 가미야카타 포구
- 이봐 빨리빨리 실으라고,
- 어이 조심해 이런 참
- 야 빨리 빨리 안해 ?
제주여단 소속 김해도 일병은 서툰 일본어로 일본인 잡부들을 다그쳤다. 포구에서는 철조각이라고
생긴 것은 모조리 모아져 판옥선에 싣려지고 있었다. 곡갱이를 비롯한 농기구부터 , 칼, 화살촉,
무사도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철제품들이 포구한편에 가득 쌓여 배에 실려지기를 기다렸다.
상부에서는 대마도와 큐수에서 철과 구리 동등 모든 금속을 모조리 회수하여 조선으로 보내라는 명을
내렸었다.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솥단지를 뺀 모든 쇠붙이를 회수하는 것은 임무를 받은 병사들에겐
무지 힘든 일이였다. 무기를 회수하는 것은 쉬었으나 부엌칼이며, 일부 농기구를 회수 할 때는 꼭
무력을 사용해야만 했다. 쇠붙이로 무기를 만들어 대항하려는 의도를 처음부터 제거하려는 천인들의
의도가 깔려 있었다.
얼마나 악착같이 조선병들이 쇠붙이를 회수하던지 화친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대마도와 큐슈에는
더 이상 쇠붙이를 볼 수 없었다. 설사 소지하고 있더라고 왜인들은 그것을 깊숙이 숨겨놓아야만 했다.
가지고 다니다 조선병에게 걸리면 죽을 만큼 맞고 빼았길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1594. 12 한양 어전회의실
- 지금 마포로 왜에서 매일 백미가 3000석씩 들어오고 있고, 전라도와 평안도에서의 수확이 늘어서
겨울 나기에는 무리가 없는 듯 합니다만 그래도 식량통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모든 조선의
식량은 천군부에서 관리를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는 지난 왜란동안에 있었던
만 백성의 공을 치하하고, 북쪽의 여진족에 대한 경계와 천인단과 천군부가 마련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추인하기위한 자리입니다.
높은 단상에 올라 각부 장관들과 처음으로 회의다운 회의를 주재하는 천황은 사뭇 상기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치우천황은 천군부에서 하자는 대로 모든 것을 허락해줄 요량이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그들에게도 빈틈이 보이고 분열이 보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때를 기다릴 참이었다.
- 공을 세운 모든 장수들과 장병들에게는 이번에 병합한 큐슈지방의 땅을 충분히 할양하도록하고
개인 능력에 따라 지방관으로 임명하도록 하시오. 이 일은 내무부와 국방부에서 협의하여 하시고
일부 사대부와 고위 장수들에게만 치우치지 않도록 각별히 살펴서 시행하도록 하시오.
- 네 폐하.
내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 왜 포로들은 부산에 수용소를 만들고 그들의 관리를 건설부에 일임하니 그들에게 부산과 한양을
거쳐 의주를 잊는 길을 내도록 하고 목포에서 한양을 거쳐 원산을 잊는 길을 내도록 하시오.
- 네 폐하
- 함경도지사에게는 밀정을 명과 여진족에게 파견하여 그들의 동태를 파악하게 하시요. 아울러
이항복을 사면하여 대마도주에 임명하고 큐슈를 남반도라 칭하고 남반도주에 유성룡을 사면하여
임명하니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왜와의 또다른 전쟁을 준비하라 명하시오.
또한, 대마도와 남반도에 거주하는 왜 귀족들을 모조리 포박하여 부산의 포로수용소에 수용하고
그 신변을 건설부에 인계하도록 하시요.
회의라기 보다는 천황의 일방적인 명령이 계속이어졌다. 그것 역시 미리 천군부에서 작성하여 천황에게 읽게 끔 한 것에 불과했지만 형식은 천황의 입을 통해서 이루워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천황을
입을 막는 반대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참적자 대부분이 천인들로 이루워져 있었고, 몇몇 비천인
관리들은 말문을 열 만큼 간이 크지 못했다.
1594. 겨울
각지에서는 전후 복구가 한창이고, 건설부에서 주관하는 도로 건설 및 천인단의 도움을 받은 소형의
발전소 건설이 진행되었다. 각 하천의 상류에는 소형댐이 만들어졌고 발전소가 병행하여 지어졌다.
왜에서 가져온 철들은 모두 녹여져 건설재료로 쓰여졌고 광산에서 생산되는 금속은 모조리 무기제작에
쓰여지고 있었다.
건설현장에는 조선인들이 노임을 받고 겨우내내 일을 하고 있었고 도로건설은 왜인 포로들이 담담했다.
왜인 포로들에게는 도로건설이 다 끝나면 왜로 돌려보내준다는 약속을 해주었기에 감시병을 특별히
많이 배치하지는 않았다. 약 3만에 이르는 왜인 포로들은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았으나 통솔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각각 10명 100명 1000명을 묶어 과거의 몽고군 편제와 같은 십인장 백인장 천부장을
두었고 천부장만의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했다.
12월에 시작한 도로공사는 동래성을 출발하여 이제 밀양에 다다르고 있었다. 명색이 포로인지라
그 처우가 좋을 리 없어서 공사 시작 초기에는 병든 자가 부지기였고 죽어나가는 자가 하루에 수명씩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내년 안으로 의주까지 폭10M정도의 길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도로 중앙에는 50보 간격으로 통나무를 박아두었고 양옆으로 도랑을 깊게 파
배수에 신경을 썼다. 훗날 왜도라고 불린 이 도로는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고 세계정복을 가능하게
하는 초석이 되었다.
천군부사령실
실로 오랜만에 각장령들이 모인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회의실 분위기가 의외로 착 가라앉아
있었다.
- 지금까지의 정보참모가 보고한 정세분석을 들어 보면, 아직까진 불만 세력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언제 저들이 연합하여 우리를 공격할지 모릅니다. 아마 저들은 명이나 여진족과 손을 잡으려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특히 국방부소속 장성들의 움직임을 잘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당분간 전쟁이
없을 테니까 모든 역량을 정보부에 투입하여 사태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시고,
특별기동대대를 편성하여 항시 대기시키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네 사령관님.
이어서 군수보급을 책임지고 있는 참모의 군수품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 지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포탄과 총탄의 제고가 급격히 줄어 들었습니다. 이를 보충하기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류 제고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전국에 발전소가 건설중이니
그때를 맞추어 전기로 움직이는 기관을 생산하던가 아니면 기동성 확보를 위한 대체 운반체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 그 점은 천인단에서 노력하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봅시다.
- 천인단에서 공병여댠의 지원을 거듭요청하고 있습니다. 아마 교량건설에 많은 어려움이 있나 봅니다. 천군부에서 벌려놓은 공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내년 봄쯤부터 지원해주겠다고 하는것이 어떨지요 ?
- 그렇게 통보하도록 합시다. 천군부에서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 더 급합니다.
- 어디 전국의 병력 배치도를 한번 봅시다.
조장관은 어느정도 제기된 현안들이 정리되어 나가자, 각지에 흩어져 있는 군세를 확인하고자 했다.
- 빨간색은 국방부 소속 조선군이고 파란색은 천군소속입니다. 남반도에는 2 기갑여단병력과 공수여단
병력이 주둔하고 있고, 제주연대 1/2대대와 제1함대 소속 수병들로 구성된 1 포병여단이 주둔중입니다. 대마도에는 제주연대 3대대가 주둔중입니다. 조만간 2기갑여단을 사단으로 승격시켜 인원을 보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각도에 1개 중대씩 1기갑여단 병력이 주둔해 있으며, 한성에는 3기갑여단,
공병여단, 강화도에 방공여단, 2포병여단, 고속정단이 주둔중이고 부산에 고구려 항모가 있으며,
원산에 잔여 함정이 정박해 있습니다.
국방부소속병력은 1보병사단이 대마도에 주둔하고 2/3보병사단이 남반도에 주둔중입니다. 각도에는
지방군이 약 2만정도 흩어져있고 모두 도지사 휘하에 있습니다만 나이가 고령화되고 상비군이
아니기 때문에 무기를 대부분이 반납하고 전란복구에 투입되어 있습니다.
- 병력이 너무 부족하군, 앞으로 청과 왜의 전쟁이 예정되어있고 어쩌면 먼저 명과 전쟁을 해야할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말야. 지금쯤 명에도 소식이 들어갔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명의 병력이
여전히 요동에 있어 아직 만리장성을 넘어가지 않았단 말야. 만일 명을 잘 다독거리지 않으면
명이 우리 뒤통수를 칠 수도 있으니 요동에 주둔하고 있는 명군에 대한 정보수집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 그점에 대한 복안을 대외 작전실에서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지영해군소장은 명맥만 유지하는 해군사령관직에서 물러나고 천군부에서 대외작전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휘하에 내년 가을쯤 저격여단과 해상여단을 창설할 예정이였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은 무지
바쁠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도 각국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대처하느라 죽을 맛이었다. 명과 금 왜에
파견된 첩자만 해도 200명이 넘었고 내년에는 러시아에 파견할 계획으로 요원교육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조선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모두 현지어에 능통한 자들로 착출 되었고 높은
보수를 받았다.
- 내년 가을까지는 상비군을 더 이상 모집할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지급할 재정이 부족합니다.
내년 추수가 끝난 후 잉여제정만큼 징집을 하도록하고 50만대군이 만들어 질때까진 전쟁 회피에
주력해야 합니다.
- 일전에 언급했던 전국의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화폐를 발행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산업혁명을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생산물을 늘려야 합니다만 그에 소요되는 제정을 감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천인들이 겪는 모든 문제의 시발점을 언제나 경제였다. 조선의 생산력이 획기적으로 증대되지 않는 한,
온갖 구상들은 그저 계획으로만 남아 있어야 했다.
천인단에서 이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위한 정책을 몇가지 내놓았지만 여전히 미흡했다.
첫째 금본위 화폐를 발행합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금은 전주와 김제 금구등 금광을 개발하여
충당합니다. 대략 쌀한되를 10원으로 합니다. 관직의 금료를 화폐로 지급하고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인부들의 일당도 화폐로 지급합니다.
둘째 왜에서 들어오는 백미 삼십만석을 이용하여 전국에 미곡점을 열어 오직 화폐로만 쌀을
매매하게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전국적으로 화폐가 통용될 기반을 잡을 수 있을 것 입니다.
셋째 황실에서 운영하고 있는 염전을 개보수하고 소금을 염점을 통해서만 매매하게 합니다.
일단 미곡점과 염점은 각도에 파견된 중대에서 관할하고 각고을의 희망자에서 소매점 운영권을
매각합니다. 향후에는 도단위 도매점도 희망자에게 매각합니다. 미곡점과 염점에서만 얻어지는
수익으로 약10만의 군사를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천인단에서 파견한 사람이 계속해서 경계개발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 본토에서 걷히는 세수를 합하면 내년 가을에는 약 15만의 상비군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전국의 품종이 개량된 종자가 퍼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후년에는 지금의 세배에 이르는
식량이 생산될 것이고 잉여농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왜에서 걷히는 세금은 남반도
주둔군과 천인단에서 사용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상기 경제개발 2개년 개획은 천인단에도 통보되었으며 지금 검토 중입니다. 그에 따른 예산집행은
내년부터 이루워지고 올 겨울에는 세부계회이 세워지고 천인단에서 최종집행 될 것입니다.
올 겨울은 그야말로 내년 봄을 위해 잠시 휴식하는 기간이라 하겠습니다.
- 잘 되어야 할텐데요. 계획대로 되면 좋으련만.
- 왜가 항복을 하였다고는 하나 힘을 더 소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게
좋을 것입니다.
시모노세케 공수여단 사령부
김준용준장은 사령부에 앉아서 지난 일을 회상하며 구기자차의 맛을 음미했다. 진한 커피를 즐겨
마시던 여단장은 가져온 커피를 다 마셔버리고는 그 대용품으로 구기자차를 즐기고 있었다. 지리산
자락에서 난다는 진상품을 조금 얻어서 마셔보았는데 처음에는 풀냄새가 나서 싫더니만 계속 마시다
보니 어느새 구기자차애호가가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행정적인 일은 유성룡도주가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별걱정이 없었다. 단지 사령부에서는
왜인을 위한 학교에 선생을 몇 명 파견하고 있었고 2/3사단의 주요인사를 감찰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왜인 귀족들은 지금쯤 열심히 조선에서 땅을 파고 있을 테니 감시하고 싶어도 감시할 귀족 왜인은
없었다.
처음 왜인들은 조선병들이 모든 쇠붙이와 식량을 강제로 회수할 때 심한 저항이 있었으나 강력한
진압과 일정량의 식량배급이 이루어진 후 부터는 고분고분해졌다. 과거 왜인 명문가문들이 행하던
행패도 없었고 단지 식량을 배급 받는 조건으로 겨우내 일을 조금해 주면 되었다. 이동의 자유를
제외하고는 실생활에 대한 간섭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조선으로의
합병을 반기는 듯했다.
- 장군님 천군부에서 명령문이 왔습니다.
당직사관이 종이 한장을 들고 서 있었다.
- 무슨 내용인가 이리 줘봐
- 암호문으로 작성된 명령문을 해독해서 가져온 명령문은 간단했다.
“ 왜인의 머리를 암살하라 “
명령문을 읽은 김준용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천군부가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소모되는 포탄에 대한 보급이 원할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른 전쟁을 맞이할 수 없었기에 그 동안 시간을 벌고 저들끼리 싸우도록 분위기를 잡아주려는
모양이었다. 명령문을 불태우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여단장은 정보참모와 최윤락 중령을 호출했다.
3대대만큼 이 임무를 휼륭히 할 사람도 드물었다. 그의 대대원들은 최정예 해병대대로서 개개인이
모두 침투, 요인암살, 폭파교육을 이수하고 있었다.
- 충성 부르셨습니까.?
부시시한 머리에 흐리멍텅한 눈을 보니 어제밤에 술집에서 일본여자와 진탕하게 논 꼴이 분명했다.
한심하다는 듯 최윤락 중령을 바라보던 정보참모가 여단장을 바라보았다.
- 최중령. 요즘 좀이 쑤신가봐. 어제 그 여자 속살 맛이 좋던가 ? 조심하라고 지금은 성병도 치명적인
질병이니까. 괜히 비명횡사하지말고.
김준용여단장의 가벼운 질책에 얼굴이 빨개진 최중령은 어찌할 줄 모라 더욱 부동자세를 취했다.
온몸에 힘을 주었지만 어제 확실히 과음을 한 것 같다. 이쁜 여자를 봐두었다는 강상엽대위가 꼬시지만
않았어도 이러지 않았을 텐데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 서중령 혹시 지금 왜의 정세에 대해서 좀 아나.
- 네, 오사카 폭격 후 내부갈등이 있었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어린천황과 주요성을 장악하고 있어
실질적인 쇼군이 되었으며, 지방의 몇몇 다이묘들이 그에 반하여 조선과 쇼군에게 대항하고 있습니다.
- 그럼 저들을 혼란스럽게 하려면 누구를 제거해야하겠는가 ?
- 이에야스를 죽이면 됩니다.
- 그러면 저들이 힘을 합쳐 이곳으로 쳐들어 오지 않을까 ?
- 아직은 힘이 부족합니다. 지난 임진전때 약 20십만의 정예병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현재 저들의
병력은 10만이 채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정예병은 5만이 되지 않습니다. 그 수로 이곳을
도모하기에는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내란이 일어나면 병력은 조금 증가하겠지만 그래도 15만을 넘지는
못할 것입니다. 내란 중 소모되는 병력과 저들의 군수물자를 생각하면 10만도 유지하기 힘들어 할
것입니다. 그런데 내란이 일어나면 조공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음, 그건 안돼는데. 앞으로 3년은 지속되어야 하는데.
- 그럼 왜천황을 제거하는 것이 어떨지요.?
- 어린 천황을 죽인다. 있으나 마나한 천황을 죽인다 해도 그 파장이 크지 않을 텐데. 일단 그 애는
살려줘야돼. 이렇게 하지 일단 우두머리는 살려주고 그 자식들을 죽인다. 유력한 이에야스 협조자들의
아들을 제거하자고. 최중령의 임무가 뭔지 알겠지. 선별해서 제거하고 우리가 개입되었다는 흔적을
남기지 말게. 반대파들이 했다고 오인하면 좋겠지. 작전기간은 앞으로 한달. 겨울안에 끝내라고.
1594. 겨울 한성 천인단
국무총리를 맡아서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철총리는 오늘 확대 천인단 회의를 주재했다. 각도로
파견 나가 있는 인원을 빼고 모두 300명이 참석했다. 700여명의 천인단원들은 각도에 주재하고 있는
천군막사에 기거하면서 내년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민들을 모아 하루에 3시간씩 교육을 시키고
있었고 건설현장을 감독하고 농사기술/보건위생/천주학을 전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새롭게 등장한 천주학은 천군의 학문이라 하여 널리 보급시키고 있었는데 사대사상에 찌들고 명을
하늘처럼 받들고 한자를 최고의 글자로 착각하여 한문만이 진정한 학문인체 하는 사대부에서는
배척하고 있었으나 실용성에 관심이 많은 백성들에게서는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언문과 비슷한
한글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 재미를 느낀 이들이 많았고 수학도 실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어서
호응이 좋았다. 그래서 천주학이 보급된 곳에서는 꽤 많은 이들이 한글을 깨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었다.
- 각도에 설치된 소학교에서는 3달과정으로 한글과 수학을 비롯한 천주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그 수가 미비합니다. 한성에 설치된 중학교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소학교를
열때까진 어쩔 수 없습니다만. 그리고 소학교에서 천재성이 보이는 10살전후의 아이들을 선별하여
한성에 10년과정의 영재학교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한성에 중학교를 설치하여 2년과정의 사범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그 수가 50명을 넘지 않습니다. 부족한 인력을 제주도에서 공급한다 해도
한참 모자랍니다. 일단 졸업생들에 대한 처우를 확실히 보장한다는 방을 낼 생각이지만…
백성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장관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 일단 상인들의 자식들을 의무적으로 입학시킵시다. 천군부와 협의를 거쳐서 졸업생에게 병역 면제
헤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합시다.
- 그러면 사대부 자식들이 대거 몰리지 않을 까요 ?
- 각 계층별로 인원안배를 하면 되겠지요.
- 우리의 임무는 신학문을 전국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전파하고 실용화 하는데 있습니다. 기계를
만들고 공장을 짓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그 기계를 움직이는 인력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지금도 유럽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십시요. 영국은 조만간
인도에서 다른 유럽국을 몰아내고 인도 침략의 속도를 가속화 할 것입니다. 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20-30년안에 유럽국이 동남아를 장악한 단 말입니다. 그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 네 총리님.
- 약간의 희생이 있더라도 우리의 20년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시켜야 됩니다. 그 안에 끝을 내지 못하면
우리는 늙고 점점 힘을 잃게 됩니다. 모든 천인들에게 결혼을 장려하십시오. 훗날 그들이 우리의 다음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20년 안에 우리의 지식을 모두 전해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시간 나는 데로 책을 쓰고 연구를 하십시오. 우리의 자식들이 볼 수 있도록. 되도록 많이 우리 대에서 이루어야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 네
- 증기기관은 개발되고 있습니까 ?
- 그 설계도가 만들어졌고 대장장이를 시켜 제작 중 입니다. 기계화가 되지 않아서 한 척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제품은 300마력짜리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전기엔진을 복사할 생각이 였습니만, 워낙 기초 시설이 부족하여 포기했습니다. 일단 증기기관을
보급시키는데 주력하고 10년후에나 내연기관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그 안에 유전을 확보해야하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말입니다.
- 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기초를 먼저 닦아야 합니다. 앞서나가지 마십시다. 의욕만 앞선다고
제국이 건설되는 건 아닙니다. 그 기초가 바로 교육에 있습니다. 일단 일부인력을 군사지원에 사용하고
잔여 인력은 모두 도로건설과 후진양성에 힘쓰도록 하세요 내후년에는 본격적인 기계문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합시다.
경부선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습니까 ?
- 워낙 투입 인원이 많아서 밀양을 거쳐 대구에 이르렀다는 보고입니다. 올 여름 안으로 한성까지
이어질 것 같습니다.
- 생각보다 엄청 빠르군요. 왜인 포로들이 일을 열심히 하나 봅니다.
- 그런 점도 있지만, 다리를 건설하지 않고 그냥 하천을 넘고 있습니다. 다리 건설용 자재도 부족하고
기술인력도 부족하여 내년에 공병여단을 지원 받아 건설할 생각입니다.
- 일단 전국을 하나로 묶는 도로망 건설이 가장 시급하니 좋은 생각입니다. 도로 건설할 때 중앙선를
넓게 확보하라고 하세요. 나중에 다 쓸 데가 있으니까.
- 알겠습니다.
-. 다시한번 발씀드립니다만, 앞으로 몇 년간은 후진양성에 천인단과 천군부의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른 일에는 최소한의 인력만을 배치하십시오. 이런 저런 많은 문제들이 도출되고 해결책을
만들어내느라 아침 일찍 시작한 회의는 저녁때가 되어서야 끝을 낼 수 있었다.
1595 여름 마포나루
시제품 증기기관을 단 세계 최초의 증기선이 배수량 1000톤을 자랑하며 마포나루에 정박해 있었다.
고속정 크기의 4배에 달하고 만일을 대비해 돛을 달고 있는 이배는 강화도에서 작년겨울에 제작되기
시작하여 올 여름에 진수 되고 그 위용을 선보이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올라왔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강을 올라온 배는 아직 그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치우천왕이 친필로 그 이름을 하사할
예정이다. 그 명명식이 이곳에서 오늘 있을 예정이었는데 방공여단이 그 명명식장을 경계하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3개월전부터 공시되어서 전국에서 구경꾼들로
가득 차 한성의 장사치들은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천황폐하 납시오
승정원소속의 관원들이 길을 열고 풍악을 울리며 치우천황의 입장을 알렸다. 치우천황을 알현한
이들은 만세를 연호하며 함성을 질러댔다. 예전같으면 모두다 머리를 땅에 밖고 조아리고 있어야
했지만 세상이 변했다. 그 뒤를 국무위원들이 뒤 따라랐다. 천군부와 국방부 장군들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 수장들은 국무위원자격으로 자리에 참석하고 있었다.
- 오늘같이 기쁜 날이 또 있으랴. 저 배의 이름을 앞으로 조선의 번영을 영원히 간직하는 마음으로
永英 이라 칭하노라.
- 와. 치우천황 만세 만세 만세
영영호의 돛대에 걸려있는 천이 풀리고 永榮 이라 글씨가 내려왔다. 잠시후 뱃고동을 길게 울리고는
강하류를 따라 내려갔다. 이 배는 앞으로 일본에서 물자를 싣고 한강으로 들어오는 운반선으로
사용되고, 유사시에는 포를 갑판에 배치하여 군선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배는 강화도수군에서 운용하고
함장은 고속정대 대장이였던 조만식소령이 맡았다.
그해 여름에는 또 한번의 경사가 있었는데 경부선 또는 왜도라 불리는 도로의 한 축이 완성되어
치우천황은 그 노고를 치하하고 왜인들에게 술과 고기를 하사하였다. 부산에서 한성까지의 폭 10미터의
대로가 완성된 것이다. 물론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한성 외곽에서 머물던 왜인 포로들은 한성으로 들어갈
수 없었을 뿐더러 조선인과의 접촉도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그들은 얼마간의 휴식을 취하고 8개의 천인대씩 3개조로 나뉘어 목포와 의주 원산을 향해 다시
도로건설에 들어갔다. 예정보다 빨리 건설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들이 맡은 길을 다 만들고 다리만 건설되면 약속대로 그들은 고향으로 갈 수 있었다.
만약 그때까지 살아있는다면 말이다. 지난 육개월동안 약 6000천명이 죽어 나갔다. 앞으로 얼마나
죽을지 모를 일이였다. 겨울보단 환경이 좋아졌다곤 하나 토목공사에는 여전히 위험이 따라다녔고
부상을 당하면 천인대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변변한 의사가 없는 그들로서는 부상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1595년 늦여름 김포평야
김포평야를 바라보고있는 김상술 농림부장관은 하얗게 핀 벼꽃을 바라보며 웃음을 짖어 보였다.
제주에서 옮겨온 종자를 심고 그 개체수를 늘리기에는 몇 년의 시간이 흘러버릴 것 같아 김준영박사가
개발한 새로운 공법을 써서 지금 조선의 벼에 제주벼를 혼합하고 있었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내기를 할 때 열줄 간격으로 제주벼를 혼합하였고 자연적으로 수정을
시키는 것인데 그 결과가 한달후면 나온다. 실패를 대비해서 한쪽에는 순수하게 제주벼만을 심었는데
작황이 좋았다. 그를 위해 제주에서 생산되는 모든 벼는 내년 종자만을 남기고 모조리 회수했고
제주 농민들에게는 그 두배에 상당하는 곡식을 제공하였다.
이번 일만 성공하면 비록 제주벼의 수확량에는 못미치더라도 2-3배의 증산이 기대되고 내년에는
전국에 이 종자를 보급할 수 있었다. 제주벼는 차차 보급하면 되었다.
2-3배의 증산은 그 만큼 나라살림을 후하게 만들고 인구를 늘리는데 중요한 요소였다.
1596 에도
풍신수길의 헛된 망상으로 시작된 조선정벌이 왜의 허망한 항복으로 끝난지도 일년이 다 되었다.
그동안 아들들이 행방불명되고 많은 다이묘들이 죽어나갔지만, 반대파들을 완전히 제압하고 쇼군의
자리를 확고히 한 이에야스는 막부정치를 시작했다. 지난 겨울에 자신의 수족들에게 연일 안좋은
일이 벌어졌다.
사고사를 위장한 계획적인 사건들로 이에야스의 첫째아들이 사냥터에서 화살에 맞아 죽어버리는 가
하면, 한 다이묘 장자는 술집에서 독살당했다. 겨우 자신을 쇼군으로 인정하지 않는 지방 다이묘나
영주들의 씨를 말려버렸지만 자신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그 상처를 아우를 시간도 없이
더 무서운 일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대책이 없었다.
지금 그에게 시급한 것은 앞으로 조선에게 보낼 300,000만석의 백미를 확보하는 것인데 이 엄청난
양의 조공은 그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이다. 조공을 마련하느라 그를 비롯한 명문가문들의 창고는
텅텅비어 있었고 올 겨울을 버티기도 힘들지경 이었다. 그렇다고 조공을 소홀히 하면 조선에서
금방이라도 쳐들어 올 것이자명한데 그것을 막을 만한 힘도 없었다.
- 흠…
이에야스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 주군 무엇 때문에 그리 한숨을 쉬십니까.?
오아이마 다마스는 이에야스를 어려서부터 보좌한 인물로 혼수북부를 장악하고 있는 다이묘였고
이에야스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었다.
- 혹 조선의 조공때문이지요.?
이에야스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다마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 그렇다네, 작년에는 쌓아놓은 군량미를 내주었지만, 올해도 그 많은 양의 곡식을 방출하면 머지않아
우리는 조선의 식량창고 역할만 하고는 피죽을 먹기도 힘들어 질거내. 다행이 올해 농사가 좋아
큰 걱정은 없지만 내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는가 ?
이에야스의 말은 다마스를 한없이 죄송스럽게 했다.
- 명에 사신을 보내 이 일의 부당함을 진언하시고 명의 도움을 청해보심이 어떠할지요.?
- 그 생각을 아니해 본건 아니나, 하지만 그 전날 우리는 그들과 전쟁을 치렀는데 그들이 도움을
줄까 의문이야.
- 비록 조선이 크게 변하고 있다 하나 명만큼 크지는 않아 하옵니다. 더구나 조선은 예로부터 명을
대국으로 모시고 있어 변왕의 예로 대하였으니 명의 황명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 옵니다. 지금 조선이
스스로를 천황이라 칭하니 이는 명에게 있어서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 저희의 지난
허물에 대한 용서를 빌고 그에 합당한 예물을 받친다면 명도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주군.
잠시 시간을 둔 다마스는
-. 제가 명으로 가겠사오니 허락해 주십옵소서.
- 그대가 가겠는가 ?
이에야스는 죽을지도 모르는 길을 떠난다고 자청한 다마스가 고마웠고 안쓰러웠다. 어쩌면 명 황제는
다마스를 만나보지도 않고 목을 베어버릴 지도 몰랐다.
- 네 주군. 주군을 위해 충성을 맹세한 저 이옵니다. 어딘들 못 가오리까. 다만 한가지 조선을 안심
시키기위해 이번 조공은 예정대로 하시옵고 뒤로 힘을 기르소서. 그리고 화란의 상인을 통해서
신기술을 더욱 많이 접수하시고 조선의 기술도 훔쳐와야 할 것이옵니다.
- 그래 우리도 힘을 길러야지. 천군에 맞설수 있는 힘을 길러야해. 큐수에 주둔하고있는 조선병은
기껏해야 조선군 2만에 천군 3천이 아닌가. 대마도에 1만의 조선군이 있다하지만 역시 우리의 10만엔
어림없지. 천군 3천이 문제야. 그들에게 접근하려 한 모든 사무라이들이 돌아오지 못했네.
닌자들도 소용이 없었어.
- 기다리십시오 주군 그러면 기회가 올 것입니다.
- 그래 언제 갈 건가 ?
- 열흘후에 떠나겠사옵니다. 언제 올지 모르오나 부디 강녕하시옵소서.
1595. 가을
가을들녘에는 천인단에서 제공한 탈곡기를 이용하여 한참 탈곡이 진행되고 있었다. 도리깨로 벼를
털어 내려면 한사람이 하루종일해도 두가마니를 하기 힘들었는데 비록 발로 굴려서 탈곡기를 돌리는
것이었지만 농부들은 신기하기만 했다. 어느새 개똥아범이 탈곡한 벼가마니가 1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옆에서는 역시 천인단이 발명했다던 선풍기를 돌려 탈곡한 벼에서 쭉정이를 걸러내고 있었다. 올해는
대풍년이었다. 한마지기에 한섬이 고작이였는데 올해는 두섬이나 나오고 있었다. 나라법으로 소출의
2할은 지주에게 1할은 세금으로 걷히게 되어있으니 개똥아범이 이번에 챙기는 벼섬이 열섬이 넘었다.
예전 같았으면 다 뺏기고 두섬도 받기 힘들었는데 절로 노래가 나왔다.
-. 히히히
개똥아범은 실실 웃음이 나왔다.
올 가을이면 개똥이가 소학교를 졸업하고 한양에 있는 영재학교로 입학하게 되어 있었다. 여름에
개똥이 손을 잡고 소학교에 갔었는데 개똥이가 똘똘하다며 천인이 한양으로 보내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10년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영재학교만 졸업하면 도지사자리는 따 논 당상이
아니라던가. 히히히 10년만 지나면 흐흐흐 나오는 웃음을 어쩔수 없었다.
- 개똥아범 뭐한다냐, 빨랑하고 아랫마을 멍치아범일도 거들어야지.
새참을 머리에 이고 온 개똥어멈이 실실 웃으며 일손을 놀리고 있는 사내에게 핀잔을 주었다.
- 내가 너무 좋아서 안그러나 개똥어멈.
- 쌀도 많은데 우리 개똥이 동생이나 하나 만들자고 개똥이도 한양에 가면 적적할텐데 이리 와.
그러면서 개똥어멈의 손을 붙들고 한 귀퉁이로 갔다.
- 이양반이 미쳤나 . 이것 놓아랑게 허메 징헌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표정으로 사내에게 끌려가는 아낙네도 아랫도리가 벌써부터
져려오기 시작했다.
1595. 임실의 한 고을
“거기 무슨방이랑가”
“ 아니 자넨 한글도 모르나 소학교도 안당겼나붜 “
“ 당기긴 당겼는데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잠만 실실오고 당최 모르겠더만. 그래 뭐라나”
“ 천군부에서 천군을 모집한다고 하더만 3년이상 근무할 자로 15세에서 20세미만의 청년들에게
천군부 지부로 와서 신청하라는디. 일년에 백미 3섬을 지불한다는구만.”
“ 백미 세섬. 하따 그거면 우리집식구 10달 식량인디 한번 가볼까나.”
“ 자네는 안된다네 “
“ 아니 왜 안된다는 것이여 시방”
“ 한글을 모르잖아, 한글을 알아야혀, 한글로 시험을 본다는구만”
“ 그것이 참말이여”
“ 하따 여기 탁허니 써있잖어. 하긴 까막눈이니 알턱이 있나? “
“ 언제까지 모집한다던가?”
옆사람의 핀잔을 한귀로 흘리곤 사내는 능청스럽게 물었다.
“그건 알아서 뭐할라나? 참내 긍게 내달 보름까지구만.”
“ 고맙구먼”
사내는 그 소리를 뒤로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갔다. 마땅히 지을 논대기도 없고 박초시에게
믿보여 밭대기도 뺏겨 버린 사내는 근근이 잡부일을 하며 5 식구를 먹여 살리곤 했지만 맨날 먹는게
시래기죽을 면치 못했다.. 이번 일만 잘 되면 어엿한 천군에다 백미3섬이라. 여팬네가 똑똑하여
한글을 깨치고 있으니 앞으로 달포동안 죽자 사자 한글을 깨치면 될 일이였다. 한시가 급한 사내는
싸릿문을 박차고 들어가 말똥어멈을 찾기 시작했다.
“ 말똥어멈 말똥어멈 어딘는겨 말똥어멈 ?”
하도 요란하여 소리를 질러대자 무슨 큰 일이라도 난 줄 알고 할메랑 놀던 말똥이가 놀란 눈으로
방문을 열며 아부지를 바라보았다.
“ 아부지 어마는 장에 갔는디. 쌀 떨어졌다구 ! ”
“ 그냐 !언제갔냐 ? “
“ 아침먹고 갔응께 올데 됬는디.”
“ 말똥아 너 한글아냐 ? “
“ 쬐금 아는디 아직 다 못 배웠어라. “
“ 그랴 일루와봐라. 한번 을퍼바라잉 어서”
“ 왜 그란다요 ? 아프당게. 아따 이 손 놓으쇼 잉 ? 알았당게”
“ 가나다라마바사아차카타파하. 기억니은………”
그날 저녁 말똥어멈은 밤일에 시달리는라 온 몸이 노곤하여 잠을 청했다. 시장터에 나가 시래기라도
주을 요량이였는데 오늘은 운이 좋아서 군인아저씨에게 빨래를 해주고 보리를 조금 얻어왔다. 잠이
막 들려는 무렵 아범이 말을 걸어왔다.
“ 어멈 자나, ?”
“왜요, 또 하고 잡소 ? ”
“ 아니 그게말여 “
“ 뭐요 허특말해보소 깝깝스럽소 ?”
“ 저작거리에서 붙어있는 방을 봤는디. 나 천군에 들어갈난다.”
“ 뭐시요.?”
어멈은 저작거리에서 남정네들이 쑤근데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남편은 한글을 모른지라 한숨을
쉰 적이 있었다. 천군에 들어가면 입에 풀칠할 걱정은 없었지만 3년 동안 독수공방을 해야 하니
이도 저도 손해였다. 근데 뜬금 없이 천군이라니
“ 한글도 모르면서 무슨 천군이라요? 거 쓸데없는 소리말고 자소마?”
“ 아 그래서 임자에게 한글 좀 가르쳐달라 안하나?”
말똥말똥한 눈이 된 아낙은 사내를 뚫어져라 쳐다보곤 한숨만 내쉬었다.
“ 차라리 장사를 한번 해보드라고. 조만간 의주까정 큰길이 열린당께 팔도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것도 좋을성 싶은디. 아님 목좋은 디다 국밥집을 내던가.?”
“ 장사는 맨몸으로 한다냐 ? 돈좀 벌어서 그때 하면 되지. 딱3년만 하고 말기다. “
“ 그러다 전쟁이나서 죽기라도 하면 우리는 어찌 살라고 그려요 ? 흑흑흑”
눈물을 흘리는 아낙을 살포시 안고는 귓볼을 간지렵히며 사내는 조용히 속삭였다.
“ 자네는 소문도 못들었는가베, 지난 난 때 어디 천군이 죽었다던 소리 들어봤던가. 왜놈들만 칼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죽었다지 않았나.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며 천군을 보호한다는디 어느 놈이 천군을
죽일꼬. 아무걱정 말거라. 내 꼭 돌아올기만 “
“ 우로 가 “
“ 앞으로 가 “
“ 이새끼들 봐라. 앞에 보이는 나무를 돌아 선착순 10명 뛰어 “
조교의 말에 훈련병들은 뚱줄나게 뛰어갔다. 전국에서 모여든 천군 훈련병들은 새롭게 편성되는 사단에
배치되기에 앞서 생전 처음 대하는 군사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무게가 꽤 나가는 모조 창을 들고 뛰어다니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낙오자는 한명도 없었다.
여기서 낙오되면 약속된 백미 3 섬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근력이라면 자신 있던 말똥아범은
훈련소에 들어와서 새롭게 이름을 지었다. 한글도 벼락치기로 공부하고 원채 머리가 텅텅 빈 그는
이름을 “말대마”로 지었는데 아들이 말똥이고 자신은 대마도에서 근무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훈병들의 훈련은 전국 각지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훈병들에게 조교는 신과 같은 존재다. 훈병들은
조교들의 눈밖에 날까봐 무서워 쩔쩔매고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을 퇴소시킬 권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도 마지병이라는 사람이 퇴소 될 뻔하다가 울며불며 매달리는 바람에 간신히 퇴소를 면하고
훈련이 끝날때까지 화장실 청소를 해야만 했다.
훈련병의 함성으로 전국이 떠들썩할 그해 겨울 목포에서는 7000명의 왜인포로를 대상으로 심문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름 한성을 떠날 땐 8000명 이던 것이 7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전라도는 전란을
피할 수 있었어 길을 놓는데 큰 어려움 없이 올 가을 초입에 도로건설이 완료되었다. 그렇기에
약속대로 그들을 고향으로 보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사급를 비롯한 출신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천군부 입장에서 보면 지금 소환을
기다리고 있는 포로들은 고급 인력이었다. 왜인 포로지만 한글을 모두 깨우쳤고 일년동안 도로건설만을
해왔기에 그 방면에서는 현재 어느정도 기술을 축적하고 있어서 앞으로 있을 많은 건설 현장에 투입할
수 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었다.
“. 이또 히로시마, 앞으로 “
심문관은 담담하게 의자에 앉아 다가오는 왜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임무는 저들을 적당한 구실로
꼬드겨 건설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른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 고향으로 가겠는가 ? 이곳에 남겠는가 ? 이곳에 남으면 조선인과 같은 대우에 급료를 지불하고
다른 건설현장의 하급 책임자로 갈수 있다. 원한다면 천군에 들 수 있고, 하지만 한번 가면 다시는
조선에 발을 디딜 수 없다.”
심문이 진행되기전 왜인들 사이에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조선에 남으면 평생 호의호식할수 있다.
고향은 지금도 여전히 다이묘들사이의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언제 끌려가 개죽음 당할 지 모른다.
갈등하던 이또 히로시마는 고향에 있을 가족들을 생각했다. 그에게는 부양해야 될 가족이 있었지만
지난 3년동안 어떻게 살고 있을지 병들어 죽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태산같았다. 조선에 남는 것도
나쁜진 않았다. 그동안 전국을 돌면서 보았던 조선의 백성들은 자신들에 비하면 모두를 잘 살고
있는 듯 했다.
항상 가난에 찌들고 내일 끼니를 걱정하던 과거를 생각했지만 그래도 가족이 보고 싶었다. 마침내
결심을 굳힌 그는 힘없이 말하고 있었다.
“ 고향으로 가겠습니다. “
“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 “
“ 고향으로 가겠습니다.”
“ 할수 없군, 혹 언제든지 생각이 바뀌면 아무에게나 말하게.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이걸 남반도의
천군부에 보이게 그러면 자네를 고용할지도.”
그러면서 심문관은 몇자 적은 종이를 내밀곤 이또 히로시마의 지문을 종이에 찍고 히로시마에게
주었다.
“ 다음. 사무리 하리소”
심문관의 심문은 열흘이 넘게 진행되었다. 열흘후 대략 3000명이 남고 4000명이 떠나기로 하고
영영호에 몸을 실었다. 그들은 집으로 간다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쳤지만 한편으론 밀려오는
걱정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시모노세끼항
목포를 떠난 영영호가 시모노세끼항에 도착했다. 4천명의 왜인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으나
고향이 남반도가 아닌 이들은 잠시 여관에서 머물러야만 했다. 혼슈로 갈 배편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우베로 가서 그곳에서 육로를 통해 고향으로 가야만 했다. 그들을 위해서 유성룡은
임시 천막을 짓고 음식을 제공하며 2차 회유작전을 벌었다. 군데군데에 포섭된 왜인들을 심어놓고
혼슈의 사정을 과장하며 그들이 여기에 머물도록 겁을 주었다.
“ 이보게 가또, 지금 혼슈로 가면 자네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할거야. “
“ 아니 그게 무슨말인가 ?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죽는단 말인가 말야 ?”
“ 잘 생각해보게. 지금 왜를 지배하는 자는 이에야스야 그는 무섭도록 잔인한 사람이지
자네들은 조선에서 몇 년을 생활했고 조선을 위해서 일까지 했네 그런 자가 자신의 영토로
들어온다는데. 살려줄 성 싶은가? 모르긴 몰라도 첩자다. 반역자다 하면서 모조리 죽여버릴거야.
그로서는 그게 더 안전하지. 수천명의 첩자가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잠이 제대로
올 것 같은가 말야.?”
말을 마치고 주위를 살펴본 사내는 주위사람들이 겁에 질린 표정을 하자 신이 난듯 떠들어 냈다.
“ 게다가 그곳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네, 영주들이 모든걸 빼앗아가서 하루 한끼 먹기도 힘들어.
이곳에서 농사 지으면서 소출의 5할만 세금으로 내면, 아무도 간섭을 안 해 장사를 해도 되고
그러다가 고향의 가족을 이곳으로 대려 오면 되지 않는가 ? ”
“ 5할씩이나 그러면 우린 뭐 먹고 사는가 ?”
“ 과거를 생각해보게 5할이 뭐 그리 많은가 말야. 히데요시 같은 놈은 8할을 가져갔단 말야.
거기다 무슨 무슨 공출이네 하면서 얼마나 뺏어갔냔 말야. 눈만 맞주쳐도 칼들고 설쳐대던 놈들이
사무라이가 아니었는가 말야. 그래도 이곳은 누구나 허리를 펴고 살 수 있지. 굽신거리지 않으면서
말야. 들은 말로는 조선에서 들여온 종자를 심으면 예전보다 소출이 두세배는 늘어난다는 군.
그러면 5할을 세금으로 내더라도 먹고 살만 하지. 안 그런가 자네들 ?”
이런저런 회유와 협박과 공갈이 왜인 천막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왜인들에 대한 공작을 보고 받고 있던 유성룡은 심정이 착찹했다. 황명으로 어제 극비리에 명이
내려왔기 때문인데 그 내용이 저들을 회유하지 못할시 모두 죽이라는 것이었다. 본국에서도 저들이
이에야스에게 협력하길 바라지 않고 있었다. 비록 수박 겉핧기 식으로 본국사정을 알고 있다곤 하나
또 모르는 일이였다.
사소한 정보라도 적에게 이득이 된다면 없애야만 했다. 유성룡은 어쩔 수 없이 노후된 판옥선
몇척을 수배해 놓아야만 했다. 그들은 항구를 떠나 먼바다에서 수장되야만 했다. 생각을 바꾸지
않는 다면 말이다.
북경의 어느 고래등 같은 집.
오사카를 아무도 모르게 모르게 떠난 오하이마 다마스는 이에야스의 친서를 들고 많은 선물과 함께
북경대신집에 머물고 있었다. 왜는 아직 명과 외교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마스는
오래전 부터 알고 지내던 북경대신에게 많은 뇌물을 받치고 그의 집에 기거하면서 명황제를 알현할
날만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북경대신을 통해 예부에 뇌물을 이용하여 매수에 나섰지만 일이 쉽게 성사되지 않아서 그는 요즘
좌불안선이 따로 없었다. 왜의 운명이 이번 행차에 달려 있었던지라 그는 황제를 알현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 대신, 언제쯤 황제를 알현할 수 있는지요 ? “
“ 하하하 뭐가 그리 바쁘시오 잠시 기다리시구려. 지난번 일도 있고 해서 예부에서 상당히 꺼려하는
눈칩니다, 지난 여름에 조선에서 사신이 와서 지난날의 경과를 설명하고 명의 도움에 황망해 하며
군신의 예를 다하고 갔는데, 왜의 사신을 맞이하기가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 말입니다.”
여우 같은 대신의 말은 다마스에게 좀더 많은 뇌물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하고 있었다.
자신이 알기로 조선에서는 아직 사신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 대신 그런 일이 있었사옵니까.! 제가 예부의 어른들을 대접하고 싶습니다만 때가 때인지라 대신께서
대신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비용은 제가 내겠습니다.”
차일 피일 미루던 황제의 알현은 동지가 다 되어서야 성사될 수 있었고 그간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황제는 왜 사신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 천군이 다 무어며, 치우천황이 다 무어란 말인가? 하지만 저들이 상왕을 폐하고 광혜군이 왕위에
올랐으면서도 명에 고하지 않은 것이 괘씸하니 조선에 사신을 보내 그 일을 묻기로 하겠다. 조선일이
아니더라도 북쪽오랑캐가 세력을 확장하고 만리장성을 위협하는 일로 머리가 아픈데 변방의 조선일에
까지 신경을 쓰고 싶지 않으니 이번 일은 예부에 좀더 알아보라 할 테니 그리 알고 그만 물러가도록
하여라. “
명 황제는 작년까지만 해도 명에 구원병울 울며 요청하던 조선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선이 중원을 도모한적이 없었다. 그 옛날 고구려가 중원을 넘어왔지만 그 일도 이미 천년이
넘었고 지난 천년동안 그들은 중원의 영원한 속방으로 남아있었고 중원의 만만하면서도 요긴한
나라였다.
중원이 어려울때면 항상 그들은 찍소리 못하고 중원에서 여자를 보내라면 여자를 황소면 황소를
보내왔던 것이다. 한 마디로 조선은 중원의 영원한 밥이였다.
첫댓글 감사해요~~~^~
감사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