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산 고려엉겅퀴
오월 끝자락 주말이다. 전날 대산 도예 교실에서 머그잔을 빚어두고 북면 텃밭을 둘러왔다. 어제 본 주천강 둑길 언저리 ‘익은 살구’를 한 수 남겼다. “잎보다 먼저 피어 눈길 끈 매화 벚꽃 / 화사한 꽃이 지자 살구꽃 뒤이어서 / 어느새 연분홍 봄날 무르익어 보냈다 // 신록이 물들어서 녹음이 우거지니 / 살구꽃 저문 가지 열매가 조랑조랑 / 초여름 간식거리로 새콤달콤 맛본다”
계절은 성큼 여름으로 접어든다. 이른 아침 근교 산행을 나서려고 농어촌버스 출발지 마산역으로 나갔다. 역 광장으로 오르는 노점에는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푸성귀들이 가득 보였다. 상춧잎과 열무는 미처 다듬지 못해 흙이 묻은 채 펼쳐 놓았다. 주중은 한산해도 주말 노점은 언제나 풍성하다. 며칠 뒤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와 운동원들이 장터를 찾은 손님보다 많았다.
서북동으로 가는 73번 버스를 타고 구암동에서 삼성병원을 둘러 어시장을 거쳤다. 댓거리와 밤밭고개를 넘어 진동 환승장을 둘러 지산에서 덕곡천 따라 올랐다. 차창 밖 논에는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금산에서 학동을 지난 서북동 종점에서 내렸다. 같이 내린 내보다 나이가 더 덜어 뵌 사내는 초행으로 서북산 가는 길이었다. 등산로를 물어와 안내해주고 난 뒤처져 천천히 걸었다.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밀양 박씨 선산에는 자주색 엉겅퀴꽃이 점점이 피어 있었다. 산허리로 뚫은 임도 T자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가면 부재고개로 미천과 의림사로 내려선다. 오른쪽은 감재 가는 길로 들어 길섶에 보인 쇤 취나물 잎맥 끄트머리만 골라 땄다. 숲 그늘에 자란 산뽕나무 잎도 몇 줌 따 보태면서 감재에 이르렀다. 무덤가에 자란 비비추는 쇠어 그냥 지나쳤다.
감재를 넘어간 여항산 임도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건장한 젊은 부부를 만났다. 평지산을 거쳐 묘법사로 가려는 길을 물어와 방향을 돌려 오른편 산기슭으로 가십사고 했다. 감재 너머는 북향 응달이라 덜 쇤 산나물이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려 길섶을 살폈다. 바디나물과 영아자가 보이긴 해도 대부분 쇠어 잎맥 끄트머리만 골라 따 모으면서 봉성저수지 방향으로 내려갔다.
나는 창원 근교 식생에 대해 훤하다. 봄날에 어느 산자락에 가면 무슨 산나물이 자라는지 꿰뚫고 있다. 올봄에 시간이 나질 않아 들리지 못한 곳 가운데 하나가 서북산 감재고개다. 이 밖에도 용추계곡에서 진례산성을 넘어간 평지 임도에서 깊숙한 대암산 꼭뒤도 가볼 겨를이 없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곳이 내 발길이 닿지 못해 산나물은 안식년을 맞아 마음 놓고 자라도 될 테다.
봉화산과 평지산으로 가는 갈림길 쉼터에서 준비해간 김밥과 간식을 먹었다. 낮 기온은 올라가나 대기 중 습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 더위는 느끼지 못했으나 얼음 생수는 청량감이 더했다. 쉼터에서 일어나 숲길을 걸으면서 넝쿨로 뻗어 자란 산딸기가 익어 따 입에 넣으니 달달했다. 인적 없는 산자락에 무성한 나무로 자란 딸기는 아직 익지 않았으나 곧 선홍색으로 익지 싶다.
좌촌마을에서 길고 긴 여항산 임도 전 구간 단 한 구역 우리 지역에서는 드물게 보는 곤드레 자생지가 있다. 고려엉겅퀴로 불리는 곤드레나물은 강원도에서는 흔해 묵나물로 밥을 지을 때 섞기도 한다. 엉겅퀴는 산짐승에서 뜯기지 않으려고 삐죽한 가시 침으로 진화했으나 고려엉겅퀴는 잎사귀가 밋밋해 어린 잎담배를 연상하게 했다. 늦은 감 있었지만 손쉽게 곤드레나물을 뜯었다.
곤드레나물로 채운 봉지를 들고 길섶에 보인 취나 까실쑥부쟁이를 몇 줌 더 보태 버드내로 가는 지름길로 내려섰다. 거기는 게발딱주로 불리는 단풍취 자생지인데 이미 경화되어 산나물로 가치를 잃어 손대지 않았다. 솜털로 감싼 보드라운 잎이 게 발처럼 생긴 풍미 좋은 산나물은 제철이 한참 지난 때였다. 버드내에서 가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려 마산을 거쳐오니 해는 중천이었다. 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