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자란 "고구마 잎"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기발하게도 고구마 잎을 "문장"으로 인식해본다. 하지만 나는 "고구마 잎"이 내게 전하는 암호와도 같은 메시지를 쉽게 해독하지 못한다. 대신 고구마를 화분에 옮겨 심고 "화병"의 마음으로 고구마에 물을 주고 있다.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고구마를 가꾸던 중, "줄기들 창문을 붙잡고 기어오르는" 고구마 잎을 "날갯짓"으로 파악하여 "하트 모양 둥근 잎들이야말로 내게 하는/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 인식하기에 이른다. 곧 "사는 일은 안간힘을 다해 비행을 꿈꾸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고구마 잎과 교감하고 있다. 즉 고구마 잎이 가닿으려는 곳이 천상 즉 우주적인 세계로 파악한다. 자연에서 참된 나를 찾는다.
이순주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다. 2001년 「미네르바」를 통해 시로 등단했으며, 200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2008년 <기독공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저서로는 시집으로 『목련미용실』 『어떤 계절은 구석에서 시작된다』(시산맥사) 동시집 『나비의 방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