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문] 호국성지 표충사의 위상과 載嶽山(재악산) 제이름 찾기에 즈음하여
— 표충사와 밀양 유림에 드리는 충심 어린 고언(苦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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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사(사명·청허·기허 대사)의 거룩한 호국영령이 숨 쉬고, 호국불교와 유교적 충절의 기치 아래 국가적 난을 극복한 숭고한 보금자리가 바로 우리 밀양의 **표충사(表忠寺)**와 **표충사당(表忠祠)**입니다.
매년 정성으로 올리는 삼대사의 향사(享祀)는 단순한 문중이나 종교의 의식이 아닌, 민족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장엄한 역사적 유산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이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
호국성지 표충사와 표충사당이 웅거한 바로 그 뿌리요 정수리인 산이, 역사적 문헌과 수백 년 내려온 고지도 속 **‘載嶽山(재악산)’**의 당당한 제이름을 잃어버린 채 있습니다.
도리어 일제강점기 지형도 수록 과정에서 왜곡되어 고착된 ‘천황산(天皇山)’이라는 이름으로 지적도와 지도, 심지어 문화유산 명칭 등에 버젓이 남아 있는 까닭입니다.
특히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현행 지명고시대로 한다’는 행정 명분과 문화유산 지정 등을 내세워, 호국영령을 모신 표충사 경내에조차 《천황산 표충사》라는 왜곡된 표기의 안내판을 설치해 놓은 실정입니다.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호국영령의 기개가 서린 성지의 머리 위에, 호국사상과 전연 맞지 않는 왜곡된 일제 지명이 당당히 놓여 있다는 것은 호국성지의 위상에도 참으로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일제가 왜곡한 지명을 바로잡고자 94건의 명백한 문헌적 증거와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차례 문제를 제기하고 호소하였음에도, 지방자치단체와 사찰, 유림 모두가 이를 귀담아듣기는커녕 지명고시에 의거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올바른 역사를 세우려는 정당한 목소리를 도리어 외면하고 폄훼하려는 안일한 태도마저 보이는 현실은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수백 년간 지켜온 94건의 載嶽山의 역사적 증거들이 명백히 존재함에도, 천황산 간판은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책임은 아니지만 고시 타령 뒤에 어쩔 수 없어하고, 관련 국가기관이 바로잡지 않으므로 인해서 경내의 왜곡된 표지판 하나조차 바로잡히지 않는 것은 삼대사께서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땅의 역사적 존엄과 호국정신을 다 마음에 담아내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에 표충사 관계자 여러분과 밀양의 역사를 지켜온 유림(儒林)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첫째, 호국성지의 정체성 확립에 앞장서 주십시오.
삼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향사의 주최·주관자로서, 표충사의 정수리에 위치한 산 이름이 본래의 **‘載嶽山(재악산)’**임을 밝히고, 지방자치단체의 부당한 지명고시 개정을 끌어내는 데 침묵이 아닌 행동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둘째, 역사 바로잡기 목소리에 귀를 열고 잘못된 표기부터 바로잡아 주십시오.
시민들과 향토사학자들의 간절한 고언을 외면하지 마시고, 지방자치단체와 적극 협의하여 표충사 경내 안내판을 비롯한 공식 기록물에서 일제 흔적이 투영된 지명 대신 우리 선조들이 대대로 불러온 **‘載嶽山’**을 우선적으로 바로 사용하여 호국성지의 품격을 드높여 주십시오.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과거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우리의 거룩한 의무입니다.
호국성지 표충사와 밀양 유림이 앞장서서 載嶽山의 제이름을 되찾아줄 때, 삼대사의 호국정신 또한 비로소 온전하게 빛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