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 16,1-15.60; 마태 19,3-12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2020.8.14.; 이기우 신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주어진 자연현상과 하느님의 나라를 드러내야 할 사회현상을 통해
시대의 징표로써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이 이를 식별하여 알아보고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지듯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시는 방식입니다.
둘째는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이 아니라 직접 하느님을 믿는 증인의 삶,
즉 인간현상을 통하여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시는 방식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2019년 10월에 로마에서 주교대의원 회의 범아마존 특별회의를 개최하고,
‘아마존, 교회와 온전한 생태를 위한 새로운 길’이라는 제목의 최종 문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문서를 받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하는 아마존」이라는 제목의 교황 권고를
반포함으로써 주교대의원들에게 응답하는 한편 온 세계 인류에게 호소하였습니다.
이 권고 문서에서 교황은 아마존 지역이 최근 겪고 있는 생태적 위기현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사회적이고, 문화적이며, 생태적이면서도 교회적인 네 가지 원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남미 아마존 지역은 지구 열대우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성하기 때문에 지구의 허파라고도 불리는 절대 보존 지역인데,
이 지역 안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9개국 100만명이 넘습니다(김종화, “「찬미받으소서」에서
「사랑하는 아마존」까지”, 경향잡지, 2020년 8월호). 그런데 이미 10여 년 전 지상파 방송에서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어 100만 원주민들의 삶을 보여주었는데,
20% 이상의 높은 시청율을 기록할 만큼 장안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비상한 주목을 받은 이유는 「아마존의 눈물」이 원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의 모습만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아마존 지역에서 벌어지는 환경 파괴와 개발 사업으로 인한 심각한 파괴와 그들의 눈물을 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꾸는 아마존의 꿈은 교회 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사랑하는 아마존」 8항;「찬미받으소서」49항) 에
응답하기 위한 생태적 회심이었습니다(황인철, . “삶의 자리에서 꾸는 생태적 꿈: 아마존은 멀리 있지 않다”,
위와 같은 문헌). 교황의 호소에 화답하려는 움직임이 ‘가톨릭 기후행동’에 참여한
가톨릭 그리스도인들의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교회가 성모 몽소 승천 대축일을 하루 앞두고 기억하려는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사신부로서 히틀러와 나찌 세력으로부터 박해받던 유다인들 2천 명을
수도원 내에 은신할 수 있도록 돕다가 체포되었는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 수감생활을 하다가
다른 죄수를 대신하여 죽겠다고 자원하였으며, 같은 형을 함께 받은 수감자들과 처절한 옥중생활 속에서
아사형 즉 굶주림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면서도 성가가 울려 퍼지게 하는 증거 행동을 했습니다.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나찌 정권은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수백만 명의 유다인을 말살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전쟁을 수행했는데, 특히 죽음의 수용소라고 불리던 아우슈비츠의 프리취 수용소장은 한 명이
탈출하면 열 명을 지목하여 처형하는 벌칙을 수용소장 재량으로 시행했는데,
탈출을 예방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악마스러운 소행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탈옥자가 발생하자, 악인 프리취는 수감자들을
모두 모여 놓고 무작위로 열 명을 지목하여 아사형을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프란치세크 가조우니체라는 사람이 이미 자기의 온 가족이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며
울부짖자 콜베 신부가 그를 대신해서 죽겠다며 자원하였습니다.
프리취는 열 명을 아사 감방에 가두고 물과 음식을 일체 주지 않았는데 3주 동안 여섯 명이 굶어서 죽어갔습니다.
기도와 성가로 죽어가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던 콜베 신부와 세 명의 죄수는 기도의 힘으로 3주를
넘겨서도 살아 있었는데, 프리취는 결국 독극물인 페놀액을 주사하여 이 네 명을 모두 살해했으니,
그 날이 1941년 8월 14일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이 일은 전후의 혼란을 수습하느라 자연스럽게 잊혀질 뻔 했으나,
콜베 신부 덕분에 살아난 가조우니체가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콜베 신부의 영웅적 선행에 대하여 증언하는 강연 활동을 함으로써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 콜베 신부에게 전구하여 기적적으로 낫게 된 불치병 환자들도 나오게 되면서
1971년 교황 바오로 6세는 콜베 신부를 증거자로서 복자로 시복하였으며,
1982년 10월 10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콜베 신부를 순교자로 기록하고 그의 성인 시성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 신부는 신앙의 이유로 목숨을 바친 전통적 의미의 순교자가 아니라
이웃 사랑을 증거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새로운 의미의 순교자로 추앙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미군부와 자본에 의해 조종당하며 엘살바도르 민중을 억압하던 군부정권의 불의에 항거하다가
미사 중에 총격을 받아 죽은 오스카 로메로는 가난한 이들과 정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더 새로운 의미의 순교자로 추앙을 받아서,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하였습니다.
사랑의 순교자에 이어 정의의 순교자가 나오는 시대로 전환되는 성령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신앙과 사랑과 정의라는 진리를 목숨 바쳐 증거한 증인들의 삶으로 하느님의 나라가 앞당겨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