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SSD로만 PC를 꾸미기에는 용량과 비용 문제로 하드디스크가 빠지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MLC에 TLC, QLC, 3D, 1ynm 공정 등, 낸드 플래시의 가격 인하와 수명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술 개발이 계속되면서, 개인용 PC 시장의 스토리지 중심은 하드디스크에서 SSD로 넘어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NAS와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원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대중화와 단일 용량 하드디스크의 대용량화, 4K 디스플레이가 대중화의 길을 가고 있다지만 아직은 체감하기 쉽지 않은 컨텐츠 볼륨 확대의 더딘 속도는 결과적으로 개인용 하드디스크 시장의 축소를 가속했다.
위 차트는 2011년 태국 홍수로 인한 가격 폭등이 진정 세를 보인 2012년 1분기부터 2016년 1분기까지 씨게이트의 하드디스크 출하량 자료로, 소비자(Client)용 제품 출하량은 4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산업용 제품은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인 하드디스크 시장은 점차 침체되고 있는 반면, SSD는 눈에 띄는 성능 향상과 쓸만한 용량 및 가격 안정화의 삼 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이에 씨게이트와 같이 하드디스크를 대표하는 업체들도 SSD 관련 기업과의 협력 및 인수 합병을 통해 SSD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면서, 관련 업체들 또한 하드디스크보다 SSD를 우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는 하드디스크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일까?
하드디스크의 미래는, 그 안에 담길 데이터의 트랜드를 알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 데이터의 중심, 개인과 기업에서 데이터센터로 이동
올해 4월 발간된 IDC의 'Data Age 2025' 백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2016년에 비해 10배에 달하는 163ZB(제타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넷플릭스 전체 영상을 4억 8900만회 보거나, 저장을 위해 지구와 달을 1억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 약 400조개의 DVD가 필요한 어마어마한 용량이다.
10배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증은 기존의 개인과 기업, 데이터 센터등 각각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강했던 데이터가 IoT 및 웨어러블, 소셜 미디어, 클라우드, 자율 주행 자동차, 원격 의료와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커넥티드 디바이스 및 서비스의 등장에 기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IDC는 IoT와 임베디드 시스템과 관련해서 2025년에는 개인당 커넥티드 디바이스와의 상호 작용 횟수가 20배 증가한 하루 4800회에 달하고, 임베디드 시스템 디바이스와의 상호작용은 2017년 하루 1회 수준에서 2025년 하루 4회 이상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글,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인텔 등 굵직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국내에서도 국책 사업으로 진행 중인 자율 주행 자동차는 하루에 4TB의 데이터를 발생 시킬 것이라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의 예측이 있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생성 장소도 PC와 모바일, 카메라, 웨어러블 등의 엔드포인트 비중은 줄고, 커넥티드 디바이스와의 빠른 응답이 요구되는 지역 서버 및 데이터 센터등의 엣지 및 중앙화된 엔터프라이즈 및 클라우드 등의 코어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데이터가 저장되는 장소도 모바일과 데이터 센터, SNS 서비스 업체 등 엔터프라이즈 영역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IDC는 2017년 38%였던 엔터프라이즈 분야의 비중이 2025년에는 57%, 같은 기간 모바일의 비중은 5%에서 12%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2016년 대비 2025년 데이터 생성량이 10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아 보이는 점유율 변화에도 실제 변화하는 데이터와 스토리지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변화하는 IT 환경, 변화하는 HDD 시장의 무게 중심
단일 하드디스크의 용량 증가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컨텐츠 용량 확장 속도, SSD 가격 및 용량의 현실화, 데이터 센터류 및 클라우드류의 새로운 저장소 출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 일반 소비자 대상의 하드디스크 수요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엔터프라이즈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리 SSD의 가격과 용량이 개선된다 해도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가격대 용량 비에서 하드디스크를 추월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이같은 시대의 흐름은 하드디스크 업계를 엔드포인트 영역에 속한 일반 소비자용 하드디스크 제품군의 경우, 자체적인 용량 증가 덕에 백업용을 제외한 고성능과 가성비 라인으로 재편하도록 만들었다. 전성기 때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해 고성능/ 가성비/ 백업 세 가지 용도로 구분해 마케팅을 펼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씨게이트는 가성 비 라인업에 최대 4TB의 바라쿠다 시리즈, 고성능 라인업에 최대 10TB의 바라쿠다 프로 및 2TB 용량의 파이어쿠다(SSHD)를 런칭 중이며, 백업이 주 용도였던 바라쿠다 LP 대응 제품은 현재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이 사용되는 PC와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데이터 저장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IDC의 예측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드디스크 시장의 중심이 클라이언트 중심에서 엔터프라이즈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은 신제품 라인업에서 그 징후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DVR 마켓과 NAS 시장 겨냥한 제품을 들 수 있다.
씨게이트는 이들 제품을 내장형 특수용도(Internal/Specialized) 제품으로 분류하고, 각 제품 군을 스카이호크(서베일런스), 아이언울프(NAS)로 이름 지었다. 물론 이들 용도의 하드디스크가 사용되는 개인용 커넥티드 디바이스도 있지만, DVR 시스템과 NAS는 별도 구성은 물론 연동 운영도 가능하고, 각 하드디스크의 용도가 주택단지나 기업, 공공시설의 CCTV 촬영 기록, 구성원의 데이터 공유 및 저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IDC 분류상 엣지 - 엔터프라이즈에 가깝다.
이러한 제품 군이 비록 일부지만 개인 영역으로 넘어왔다는 점에서, 스토리지 시장의 중심이 엔터프라이즈 환경으로 이동 중임을 짐작 케 한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데이터가 저장되는 최종 장소는 서비스 기업의 데이터 센터가 되고, 아마존 알렉사나 애플 시리 같은 인공지능, 자율 주행 자동차의 주변 상황 인식,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IoT 장비의 사용자 상태 분석 및 대응 방안 제시와 개선은, 결국 수많은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확보(저장), 분석된 자료가 필요하다.
때문에 일부 독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력 그리드나 전화 네트워크 등을 포함한 본격적인 코어와 엣지에 해당하는,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환경에서 하드디스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DC의 예측처럼 데이터가 폭증하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이들 자료가 저장될 장소로 SSD보다 하드디스크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위 차트는 2014년 1분기부터 2016년 1분기까지 약 2년간 씨게이트의 니어라인과 미션크리티컬 분야를 더한 분기별 하드디스크 총 용량(페타 바이트) 및 드라이브당 평균 용량(기가바이트)을 정리한 것이다.
2년 사이 씨게이트 엔터프라이즈 하드디스크의 분기별 총 출하 용량은 약 87%(9300페타바이트), 드라이브당 용량은 70%(약 2TB)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는데, 드라이브당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드라이브 출하량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증가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대용량 데이터 저장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캐퍼시티(Capacity) 및 아키이브, 퍼포먼스 15K/ 10K 시리즈를 운영중인 씨게이트는 현재 최대 12TB에 머물고 있는 HDD 용량을 2018년 16TB, 2020년 20TB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하드디스크의 미래, 엔터프라이즈로 이동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공기가 없는 것은 아니듯, 시대의 변화는 클라이언트 시장의 하드디스크 필요성을 크게 낮췄지만,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강화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나 IPTV,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컨텐츠 스트리밍과 구매/ 구독에 익숙해졌고, 여기에 리퀴드 스카이와 지포스 나우류의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지금보다 활성화될 경우, 개인의 대용량 하드디스크 필요성은 낮아지는 반면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물론 소비자 대상의 하드디스크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콘솔 게임기 대응 제품이나 드론용 드라이브 등 새로운 방식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새로운 커넥티드 디바이스의 등장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자료 저장소의 중심이 데이터센터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하드디스크 역시 이들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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