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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도열 속에 수영강 어귀로 접어드는 온천천. 장산도 물에 그림자를 담가 갈대와 벗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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荻苗水(적묘수)는 '물억새 이삭이 돋은 시절의 물'이란 뜻. 음력 칠팔월의 黃河(황하)를 가리키는 말이다. 음력 구월의 黃河는 登高水(등고수)라고 한다. '높은 곳에 오르는 시절의 물'이라는 뜻이다.
蘆荻(노적)은 갈대와 물억새라는 뜻. 한살이가 비슷하여 함께 부르는 말이다. 이맘때 물가에선 함께 핀 보랏빛 荻花(적화)와 흰빛 蘆花(노화)를 볼 수 있다. 荻花는 물억새의 꽃이라는 뜻. 참억새나 개억새는 마른 땅에 나고 물억새는 이름처럼 진땅에 큰다. 늘 물을 가까이한 탓인지 潤氣(윤기)가 반지르르하다. 蘆花는 갈대꽃이라는 뜻. 갈꽃이라고도 한다.
우리네 삶에서 갈대는 아주 뜻 깊다. 더구나 洛東江(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우리 釜山(부산)이나 金海(김해)의 갈대는 삶이었다. 갈대의 어린 순은 먹고 잘 자란 줄기는 발, 이삭은 빗자루, 이삭에 붙은 털은 綿花(면화)가 들어오기 전에 솜으로 썼다. 버릴 것이 하나 없다. 복사나무 가지와 갈대 이삭을 엮은 빗자루인 桃列(도열)은 특별한 물건. 雜鬼(잡귀)를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일본에선 억새가 우리 갈대에 該當(해당)한다. 일본의 풍습 가운데 달맞이인 쓰키미(月見·월견)가 있다. 十五夜(십오야)라고 부르던 음력 8월 15일과 十三夜(십삼야)라 부르던 음력 9월 13일에 행했다. 가을걷이를 신에게 감사하고 내년의 豊年(풍년)을 바라는 행사가 쓰키미. 토란과 억새는 빠지지 않는 祭需(제수)였다. 쓰키미는 메이지(明治·명치) 이후 거의 사라졌다. 삶에서 멀어져 한낱 구경거리가 되긴 우리 갈대나 일본 억새나 매한가지. 아쉬운 일이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