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에 칼 휘둘러 입원 후
병원비 없어 20일만에 퇴원
'내 머리에 폭탄' 망상에 잡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임세원 교수를 흉기로 살해해 구속된 박모(31)씨는
2010년 군 제대 후 혼자 원룸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며 은둔형 외톨이 처럼 지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2015년과 2017년 임교수로부터 진료를 받았고
당시에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약을 처방해 주지 않는다며 소란을 부렸다고 한다.
1년여 뒤 임교수와 세 번째 만남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8일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난 박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여전히 횡설수설했다.
'병원 전체가 공모해 약물과 주사로 나를 힘들게 했다'
'병원이 영화 '메트릭스'에 나오는 장면처럼 나를 심문했다'고도 했다.
박씨는 자신이 해친 임 교수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왜 모르는 사람을 해쳤느냐'고 하자 답을 하지 않고 기자를 노려 봤다.
박씨는 2015년 9월 강북삼성병원에 20여일간 입원했다.
임 교수를 처음 만난 것도 이때다.
경찰과 병원 관계자는에 따르면 감정 기복이 심했던 박씨는 2010년 군을 제대하고 상태가 나빠졌다고 한다.
박씨가 칼을 들고 여동생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자 박씨 어머니가 그를 강북삼성병원에 입원시켰다.
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20여일 만에 퇴원했다.
어머니가 병원비를 댈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박씨는 이때부터 '병원이 내 머리에 폭탄을 심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월 박씨는 임 교수를 찾아 '2년 전에 처방받았던 약과 똑같은 약을 달라'고 요구했다.
임교수가 이를 거절하자 병원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지난해 2월에는 여동생 집을 찾아가 '네가 아를 강제 입원시켰다'며
현관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박씨는 2010년부터 경기도 하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았다.
전에 함께 살던 어머니와 여동생이 박씨의 폭력성을 감당 못해 따로 집을 구해줬다.
박씨는 어머니가 주는 용돈으로 라면이나 즉석조리 음식 등을 해벅으며 짐 안에서는 온 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박씨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퇴원하고 혼자 살며 방치되면서
조현병 증세까지 보인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된 박씨를 기소 의견으로 9일 오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