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이해 안되는 3대 무기 도입…정권에 '과잉충성'하는 방사청도 문제
“방사청과 청와대는 먹튀인가?”
현 정권이 정권 말기인 2012년말까지 △ 스텔스전투기 도입, △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 △ 대형공격헬기 아파치 도입 계약을 끝내겠다는 방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을 3건이나 한꺼번에 실행하겠다는 태도에 대해 ‘먹튀’가 아니냐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정권은 끝나면 그만일지 몰라도, 졸속 도입이 국방에 끼칠 부정적 영향은 오래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9월26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군 수뇌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합동화력운용시범'행사에서 AH-64 아파치헬기가 전투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스텔스기, 글로벌호크, 아파치헬기 도입 ‘3대의혹사건’ 될 것
우선 3개의 사업을 밀어붙이는 방위사업청의 태도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다. 이 3개 사업은 대상기종도 모호하고, 가격과 도입비용 등이 모두 안개 속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입하더라도 말썽이 많고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정확한 도입 이유와 방식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고 있다.
무엇보다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 중 하나인 가격 문제부터 ‘엉터리’ 투성이다. <디앤디포커스>의 취재에 따르면, 글로벌호크의 경우 4조 1세트 도입가격이 방위산업청이 제시한 4천억원대가 아니라 그 2배가 훨씬 넘는 1조2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이 개발비용 4천억원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탓이 크다(“9600억원 내라” 미국 요구에 글로벌호크 도입계획 ‘빨간불’ <디펜스21> 4월29일치 보도).
또 스텔스 전투기 60대를 8조2000억원이면 도입 가능하다는 주장이나, 아파치 공격헬기가 대당 390억~410억 정도로 도입된다는 주장이 방사청 등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 어려운 수치다. 스텔스 전투기는 미국 공군, 아스라엘, 캐나다, 일본 등 세계 각 국이 개발기간 지연, 비용 상승으로 한결 같이 도입을 유보하고 있는 기종이다.
아파치 헬기도 마찬가지다. 아파치 헬기의 경우, 2009년에 미국이 중고 아파치 헬기를 반값인 260억원에 판매하겠다고 제안하자 이에 현혹되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군이 요구하는 임무수행장비와 데이터링크를 추가하니까 대당 가격이 460억원으로 올라서 사업을 포기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품을 그 가격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도입한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방사청이 어떤 셈법을 가지고 있는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미국 업체가 불러주는 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순진하다고 해야 할 지, 무지하다고 해야 할 지, 분간하기 어려운 행태다.
방위사업청 홈페이지
청와대의 갑작스런 입장선회, ‘실세비서관’의 입김탓?
이런 졸속 도입은 우리 국방을 멍들게 할 가능성이 높은데 왜 방사청은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한 예비역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정권 말기에 먹고 튀자는 거냐?”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또 다른 국방 관계자는 “스텔스 전투기,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아파치 헬기 3대 무기가 정권 말의 ‘3대 국방 의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만약 졸속으로 도입이 이루어지면 정권이 끝난 뒤 국회 국정조사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방 관계자들은 또 이런 초대형 사건을 방사청 혼자서 기획·추진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결과과 뻔한 일을 추진하기에는 ‘공직자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 3대 무기 도입 추진에는 청와대의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방사청 주변에서는 “청와대의 한 실세비서관이 이를 강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지금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2009년에 “무기도입 리베이트를 20%만 안 받아도 국방예산을 절반으로 깍아도 된다”며 외국 무기 직구매 자체를 적대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정부의 F-15K 도입의 비리의혹을 거론하면서 보잉사 관련 업체를 검찰을 시켜 조사하기까지 했다. 이런 청와대가 갑자기 미국 무기를 서둘러 도입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청와대가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돌아다닌다. 심지어는 “나도 한탕 하자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부담될까 ‘한국형 헬기연구’ 중단시켜
무기 도입과 관련해서는 방사청이 알아서 정권에 충성하는 사례들도 드러나고 있다. 2009년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이 우리나라가 스스로 한국형 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 타당한지를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방사청 발주사업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차 미국을 방문하게 되자 혹시 미국으로부터 아파치헬기 구매 요청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방사청 실무자가 KID에 전화하여 연구용역을 중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아파치 헬기도입에 불리한 데이터가 나올까봐 알아서 처신한 것이다. 다행히 한미정상회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용역을 재개되었다.
이 사건은 그간 연거푸 정권 실세가 방사청장으로 부임한 이래 정치논리가 국방을 잠식하고 있는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방사청은 국방부의 ‘박해’와 ‘핍박’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던 방사청이 이제 정권 실세들이 청장으로 연거푸 임명되면서 정부 기관 중 가장 막강한 기득권을 차지하고 정부의 개혁 요구에도 버틸줄 아는 기관이 되었다는 평가가 높다. 그러면서 권력과 밀월관계를 형성하고 타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방사청이 탄생하기 이전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국방부 ‘획득실’과 무엇이 다르냐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현역 군인이 아니라 민간으로 얼굴을 바꾸었으나 그 본질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출처: http://defence21.hani.co.kr/9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