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면서 온양온천역 옆 마켓에 들려 '국제전화카드' 를 한장 구입하였다. 유럽에 머물던 시절 전화카드를 원없이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유럽을 떠나오면서 한장에 20유로나 하던 그 카드를 다시 사용할날은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딸래미의 동경유학으로 어쩔수 없이 다시 구입하고 보니 감개가 다 무량하기까지 하다.
유럽 특히 네덜란드의 공중전화기는 이 '국제전화카드'를 사용하여 전화를 걸수있는 전화와 전화를 걸수 없는 전화로 구분되어 있다. 공중전화가 한곳에 4~5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중 한1개만 '국제전화카드'를 사용하여 전화를 걸수 있었기에 고국으로 전화를 걸어야만 하는 이방인들에겐 참 불편하기만 했던 것 같다.
Amsterdam(암스테르담)시내엔 몇 곳의 공중전화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단독으로 설치된 공중전화기는 없고 대부분이 4~5개가 한조가 되어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주로 Amsterdam Centraal station(암스테르담중앙역)에서 Dam Square(댐광장)쪽으로 직진하다보면 빅토리아호텔이 나오고 중앙역과 댐광장의 중간쯤지점에서 좌측으로 건널목을 건너면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길목이 나오고 큰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던 운하를 가로지르던 다리위에 부스도 없이 장승처럼 서있던 직사각형 청색 공중전화기를 자주 애용하곤 했는데 오랜시간이 지나버린 후인 지금도 그곳의 풍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아무튼 그렇게 세상과의 연결을 시도 할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였던 직사각기둥의 공중전화와 20유로짜리 국제전화카드는 적어도 그때엔 가난하고 초라하기만 했던 내생의 전부였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이후엔 경제적 상황이 좋아져 휴대폰전화써비스가 발전하여서 가입지 이동 통신망을 벗어난 해외에서도 통화가 가능한 Roaming 이란 편리한 방식으로 거의 공중전화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아무튼 그런 씁쓸한 추억이 있는 '국제전화카드'를 또다시 구입을 해서 일반전화기가 있는 거실의 탁자앞에 쪼그려 앉아 몇번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통화가 가능한 전화카드를 앞에 놓고 더듬거리다가 동경의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게되니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다.
'아빠'''지금 지금 몇시야,,,퇴근은 한거야,,,글구 밥은 먹었어? 근데,,,근데,,,오늘 통장확인해보니까 통장에 입금이 안되있던데,,,,'
'아'''그게''그러니까'''요즈음 회사사정이 좀 그래서'''이달 말일날쯤에나 가능할꺼 같은데'''그때까지는 안되는 건가,,,'
'괜찮아'''아마도 말일까지라면 문제 없을꺼야'''기숙사비도 내야하구''''전기세도 내야하구,,,샤워비도 내야하구,,,그러니까,,,약속은 꼭 지켜야 대,,,알았지,,'
'그래,,,그래,,,,아빠가 꼭 약속 지킬께,,,'
딸래미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얼마나 당황을 하였던지 전화를 끊자마자 나도 모르게 손에 들고있던 전화카드를 획하고 거실바닥에 내던지고 말았다. 이 세상에 남겨놓은 자식이라고는 딸랑 딸래미 하나 있는거 함께 살지는 못할망정 경제적으로나마 불편함이 없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내 현실과 무능함에 화가 치밀어 올랐기에 그랬던 모양이다.
하여튼 '국제전화카드'는 유럽에 있을때나 지금에나 내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일때마다 사용하게 되는 묘한 징크스가 있는 것 같아 그저 입맛이 씁쓰름할 뿐이다. 내일이라면 몰라도 오늘만큼은 정말 쳐다보기도 싫은 유럽의 멋진 풍경이 인쇄되어 있는 프라스틱 '국제전화카드'인것 같다.
도시였습니다
첫댓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국제 전화로 딸래미와 통화 할 수 있는 국제전화카드 그래도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다정한 아빠의 고운 소리 듣는 거운 시간 이었습니다.감사합니다 ^*^
네,,,,딸아이와 전화통화조차도 하지 못하고 살던 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요. 요즈음 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