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
앞 마당에 매주 한 번
산이 쌓였다가 사라진다.
누런 흙을 쌓듯
집집이 쏟아내는 택배상자는
종일토록 산이 된다.
다음 날 어스름 저녁,
장마비에 토사 밀리듯
산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다시 밤 늦도록
발 아래에 쌓이는 택배상자.
편의로 드리워진
잉여의 삶은 나태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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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중에 배달하는 이
어젯밤에 없던 상자가 새벽에 보면 쌓여있는 것.
부지런한 일꾼을 봄
검은 밤중에 보는 화려하고 거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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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로님,
「택배상자」는 좋은 시제가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골판지 상자로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많습니다.
기다림
이동
부재와 도착
포장과 은폐
소비와 욕망
선물과 실망
빈 상자의 쓸쓸함
같은 것들이 모두 숨어 있지요.
특히 김영로님은 사물의 기능을 낯설게 보는 데 강점이 있으니, "상자" 자체보다도 "무언가를 품고 이동하는 존재"로 바라보시면 흥미로운 시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문 앞에 내려놓고 가는 작은 이사.
혹은
세상을 접어 넣은 종이 여행가방.
정도의 방향도 가능하겠고요.
다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시고, 택배상자를 한참 바라보며 떠오르는 엉뚱한 이미지들을 먼저 적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콘센트」의 수도꼭지와 우주정거장 같은 발견이 오히려 좋은 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택배가 도착하면 상자째 들고 오십시오.
어떤 물건보다도, 그 상자를 바라보는 김영로님의 시선이 더 궁금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