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시인방에는 초포 황규환 님의 시가 올랐다.
내가 '세상사는 이야기방'에도 올려서 시 문학감상을 더 한다.
산골아이 촌아이였던 나한테는 많은 추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산골에서 쓰던 옛말이 들어 있어서 시가 주는 감흥이 더욱 짙다.
수랑골의 추억
초포 황규환
재 넘어 산길을 내려오면
호랑이 얘기가 무성한 대나무 숲이 있었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고 라디오도 없던 시골집
내리는 눈을 입 벌려 받아먹고
처마 끝에 열린 고드름을 따먹던 시절
싸리문 밖 개울의 깊은 소는 파랗게 질리고
물고기는 꼭꼭 숨어 보이지 않던 겨울 속에
숲정이를 흔들던 바람이 장군봉을 줄달음쳐 넘었다
달빛마저 얼어붙던 섣달그믐 즈음이면
아궁이에서 구어 낸 군고구마가 유일한 낙(樂)이고
불빛에 살갑던 형수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환하던 날
때를 잊고 우는 수탉의 울음에
끌끌글끌 큰 당숙의 혀 차는 소리가
문풍지를 뚫고 들어왔었다
지금은 돌담을 두른 아랫집 석배네 집도 없어지고
탱자나무가 우람했던 당숙 집 옆으로
호남고속도로에는 오가는 차들만 무심하게 달리는데
추억이 깃든 수랑골은 고라니, 산토끼가 깃든
인적 없는 도로공원의 분지가 된지 오래
가을이면 호두가 떨어지고 수수도 붉던 수랑골은 먼 추억
주) 수랑골 : 대전에서 두계로 넘는 언덕에 있는 깊은 골
내가 댓글 달았고, 퍼서 여기에 올려서 내 글감으로 삼는다.
글 정말로 고맙습니다.
엄지 척! 합니다.
수랑골이 어디에 있는지 인터넷 지도로 검색하니 남한에도 여러 곳 나오는군요.
지명을 보충설명했기에 대전에서 두계로 넘는 언덕이 있는 곳을 검색해서 들여다봅니다.
'수렁골'로 검색해도 엄청나게 많은 곳이 뜹니다.
'수랑골, 수렁골, 수렁'은 물이 많은 고장이지요.
우리네 말투가 많이 든 시이기에 빙그레 웃습니다.
산골태생인 제 귀에 익숙한 옛말이니까요.
아궁이에서 구어 낸 군고구마가 유일한 낙이고
→ ...... 구워낸 .....
* 구워내다 :
싸리문 : 싸리나무 가지를 엮어서 만든 문인가요?
충남 보령에서는 '싸립문'이라고 말하지요. 인터넷 어학사전에는 '사립문'으로 부드럽게 설명했군요.
오래 전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무창포-톨게이트가 있는 화망마을에서 대전으로 가려면 두계를 지나쳤지요.
이제는 대전에 갈 일이 별로 없기에 아쉬움만 남는 고장이 되었군요.
위 시에서 '호두, 탱자나무, 붉은 수수가 나오는군요.
제 시골 텃밭 안에도 호두나무, 탱자나무가 있지요.
붉은 수수 농사도 짓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텅 빈 시골집, 텃밭이 되었지요.
글 또 기다립니다.
위 시에서 나오는 '수랑골' 이란 우리 토박이 말이 많은 뜻을 함축했다.
위 시에서는 독자를 위해서 '수랑골' 뜻풀이를 보충설명했다.
수랑골 : 대전에서 두계로 넘는 언덕에 있는 깊은 골
인터넷 어학사전으로 더 검색한다.
수렁골 :
수렁논 : 수렁처럼 무른 개흙으로 된 논
수렁배미 : 수렁처럼 몹시 질어 질퍽질퍽한 개흙으로 된 논배미
논배미 : 논두렁으로 둘러싸여 다른 논과 구분되는 논의 하나하나의 구역
둠벙배미 : 샘 둠벙이 있는 논
새암배미 : 논 한가운데 샘물이 나오는 논
샘골 : 산자락 하단에서 샘물이 나오는 골짜기
다랑이 :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 따위에 있는 계단식으로 돈 좁고 긴 논배미.
구렛들 : 바닥이 낮고 물이 늘 괴어 있어서 기름진 들
구렛논 :
전국에 걸쳐 '수랑골, 수렁골'의 지명이 무척이나 많이 뜬다.
산이 많은 고장의 논에서는 이따금 물이 샘물처럼 흠뻑 나오는 곳이 있다.
내 고향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서 군데 군데 있는 다랑이논에서는 샘물처럼 물이 늘 차오르는 곳이 있었다. 논 한가운데에 둠벙처럼 늘 물이 고여 있어서 논농사 지을 때 물을 퍼서 활용했다.
우리는 그런 곳을 '둠벙'이라고 불렀으며, 그런 논을 '둠벙배미' 또는 '샘배미'라고 불렀다.
내 고향 화망마을의 들판은... 아쉽게도 거의 다 사라졌다.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나들목 개설, 무창포로 도로확장 등으로 산 아래 있던 논들이 사라졌으며,
훗날에는 웅천농공단지, 웅천산업단지 조성으로 구렛논 일대가 깡그리 사라졌다.
앞산인 상전산을 깎아서 그 흙으로 저지대 논이었던 곳을 모조리 메꿔 흙을 높게 돋았으니 논 한 가운데 있던 샘, 둠벙들은 모두 모조리 없어졌다.
인터넷 지도에 '화망마을'을 입력하면 현지 지도가 뜬다.
잠시 쉬자.
지친다.
2024. 7. 29.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