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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그리움을 두 손으로 받아서, 놓지도 움켜쥐지도 못하는 펄럭이는 마음 한 자락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펄럭임은 서로 다른 속도로 서로 다르게 떠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데서 가장 먼 데까지 수많은 날짜와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가
내 안에서 설렘으로 떨고 있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보내고 맞이한 이름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안과 바깥의 거리, 그 떨림의 파동
그 어느 지점에 뜨거운 심장이 녹아 간절해진 간절곶이 있는 걸까요?
그 어느 지점에 사무친 설렘을 새긴 간절한 마음이 있는 걸까요?
겨우 한 자락의 얇은 햇살이 한 아름의 두꺼운 어둠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새벽입니다.
두 손으로 받았던 당신의 펄럭이는 마음 한 자락이 나에겐 간절한 간절곶이었습니다.
<시작노트>
간절곶에는 편지가 느리게 가는 우체함이 있었고, 나에게 느리게 도착할 엽서 한 장을 꾹꾹 눌러 썼습니다. 엽서가 도착할 즈음이면 내가 가진 슬픔이 햇살처럼 부드러워지질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지난한 삶의 어떤 곡절을 건너는 중이었습니다. 약해지지 말자고, 무너지지 말자고 간절하게 다짐과 위로를 썼습니다. 눈물뿐인 눈으로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보며 내가 가진 슬픔에도 밝음과 어둠이 있어서 이 지난을 견딜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강미정
경남 김해에서 출생했다.
1994년 월간 『시문학』에 「어머님의 품」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타오르는 생』(도서출판 빛남, 1996년),
『물 속 마을』(도서출판 전망, 2001년),
『상처가 스민다는 것』(천년의시작, 2003년),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문학의전당 2008년, 2019년 복간본) 등 네 권을 출간했다.
E-mail : mij14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