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마찬가지에요. 4월 16일의 상황이 지워진 게 아니에요.
예은이가 없다는 게, 매 순간 슬퍼요. 간담회를 다니다보면 놀라요.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와요.
그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잘 알아요.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요.
어떤 아이는 친한 친구 일곱 명을 잃었대요.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 뿐이에요.
대구에서 그랬어요. ‘내가 열심히 살고, 꿈을 꾸고 있는 것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가 있구나’.
한 학생이 이번 일로 깨달았대요. 학생들 대부분이 자기들이 세월호 안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요. 내가 저 친구들처럼 될 수도 있었다라고요.
예은이는 다람쥐 같은 아이였어요. 잠도 아끼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위해 노력하는 아이였어요.
예은이는 음악 하고 싶어했어요. 타고 난 건 아니었는데요.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이였어요.
저는 몇 번이나 제지했어요. 그래도 예은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 줄 몰랐어요.
수학여행 전날에도 학원에 갔었어요. 저는 여행가려면 피곤하니까 가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그래도 학원 안 빼 먹고 다녀와서는 짐 싸고 준비하고 했어요. 아마 1시가 다 돼서 잤을 거에요. 저는 예은이한테 네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었어요.
세월호가 침몰하고 그 차가운 물 속에서, 예은이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요. 꿈이 한 순간에 꺼져버리는 그 순간에, 예은이가 후회했을까봐서요.
아이들이 세월호를 느끼고 아파하고 있음을, 어른들은 책임져야 해요.
우리가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왔던 이유는, “우리는 안 돼.”, “해 볼만큼 하지 않았어?” 이 두 가지 때문이라고 봐요.
저도 가끔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간담회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떠올려요.
그럼, 답이 나와요.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파편처럼 세월호를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꼭 해야 해요. 이번에 못하면 죽어야 해요. 어른으로서 자격이 없어요. 아이 낳지 말아야 해요.
이 안전하지 못한 나라에서는 아이 낳는 것도 죄가 될 수 있어요.
저는 불평하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내 탓이다, 나만 잘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쪽이었어요.
그리고,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을 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저를 바꿨어요. 이번에 못 바꾸면 진짜 다 같이 죽어야 해요.
세월호 참사는 참사가 아니라 ‘사고’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맞아요. 사고에요. 그런데요. 구하지 않았잖아요. 구하지 않은 건 참사에요.
외신들이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뭔지 아세요? Mistery에요. 시간은 충분했어요. 해경이 갔어요.
구하지 않았어요. 어선들은 바삐 구하고 있는데 오히려 해경이 철수해요. 왜 그랬던 걸까요?
애들 갑판으로 다들 나오게 해서 뛰어내리라고 했으면 될 일이었어요.
주변에 어선들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세월호 선장은 왜 주변 어선들과는 교신 안 하고 해경하고만 했을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가 자꾸 없어졌어요. 자꾸만 의심하게 돼요.
CCTV, 그 CCTV들 사고 나기 얼마 전에 일순간 꺼져버리잖아요. ‘주희’라는 아이였는데요, 그 아이가 다섯 명 살아있다고 페북으로 했잖아요. 사고 해역에서 보낸 걸로까지 떴어요. 경찰은 아니라고 했어요. 그 다섯 명, 페북에서 말했던 그 자리, 같은 자리에서 다섯 명 같이 나왔어요. 확인절차도 안 거치고 그저 의혹으로 치부해 버렸던 것들이 있어요. 운항궤적도 조작했어요.
왜 교감 선생님을 먼저 조사해서 자살하게 만들고, 다른 배는 모두 출항금지 시켰으면서 세월호만 출항시켰는지 아직도 의문이에요.
아이들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했잖아요. 근데 왜 산 중턱의 진도실내체육관으로 데려갔을까요.
거기에는 천막도 없고, 의료진도 없고, 구급차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어요. 진짜 사복경찰만. 사복경찰만 진을 치고 있었어요. 국정원 직원 말로는 1,000명 이상 나와 있었대요. 구조 인력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 거죠. 정치인들은 우리가 무슨 거지인 줄 알아요. 우리는 그저 진상조사를 요구했을 뿐인데요.
진상조사위원 투표를 해야 해요. 가족대책위 304명 중 2/3이 참석해서 2/3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해요. 걱정했어요. 2/3가 모일 수 있을까. 그런데요 300명이 참가하셨어요. 많은 부모들이 아직도 힘들어 해요. 부모가 아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부모들은 안 그래요....
얼마 전에 눈이 내렸잖아요. 평생을 살면서, 그렇게 슬픈 눈은 처음 봤어요. 분향소도 쓸쓸했고요.
부모들 모두 숨죽였어요. 단원고는 벚꽃이 예쁘게 피어요. 아이들이 벚꽃 필 때 떠났는데, 어느 덧 눈이 내리는 계절이 왔어요.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 아무 것도 이뤄진 게 없어요. 지금도 우리를 떼어놓으려고 해요. 유가족이라면서 정치색을 띠고 있다, 이제 돈 받고 끝내라 이런 말들을 해요. 총회를 부결시키려고도 하고요. 부모들이 악다구니를 써도 우리 300여명의 입을 아무렇지 않게 막을 수 있는 정부에요.
꼭 국민 여러분들이 같이 해 주셔야 해요. 이 나라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해요. 힘 있는 사람들이 두려워 하는 것이 여론이고 국민의 눈이에요.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려요...
분향소에 애들 영정사진이 쫙 있어요. 현수막으로 보는 거랑 직접 보는 거랑 달라요. 사람들은 단원고 학생 중 한 명, 희생자들 중 한 명. 이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아니에요.
우리 가족에게는 우주였고요.
아이에게는 아이 나름의 인생이 있었어요. 저희도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이번 기회에 바꾸지 못하면 또 누군가, 저희처럼 아파야 하잖아요. 그런 건 원하지 않아요.
이런 일은, 저희로 끝내야 해요. 분향소에도 들러 주시고, 4.16 약속지킴이에도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출처 - 416가족협의회
첫댓글 나랑이름이같아서 멈칫하고들어왔다 예은이 하늘에서 하고싶은음악하고 행복하길
아 속상해..
학교선생들 중에도 그만해야 되는데 자꾸 그런다 안 지겹냐 이러는 쌤들 있더라...선생맞는지 진짜
마음아파...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살고있는 살아갈 사람들이라면 알아야 하지않을까...
난 진심으로세월호가안타깝고그래서1년뒤인15년도에도세월호노란리본가방에달고다녔는데같은과 오빠2명이세월호그거언제적건데달고다니냐고고나리ㅈㄴ함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