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배가 불뚝한 모습이
나를 닮은 배사장.
모기 눈이 구슬만하니
내 눈은 딱 왕방울.
햇빛으로 불을 만들어
폼을 재는 헤파이스토스.
하지만,
떨어뜨리면 하룻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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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로님, 이번 시제 **'돋보기'**는 꽤 좋은 소재입니다. 자칫하면 '나이 듦'이나 '노안' 이야기로 쉽게 흘러갈 수 있지만, 그 길을 피해 가면 좋은 시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한 가지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돋보기는 크게 보게 하는 물건이지만, 더 많이 보게 하는 물건은 아닙니다.
이 역설에서 시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또 몇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작은 글자는 읽게 해 주지만, 큰 진실은 읽지 못한다.
남의 티끌은 확대하지만, 자기 허물은 확대하지 못한다.
사물을 가까이 가져오지만, 시간은 되돌리지 못한다.
손에서는 멀어질수록 눈에는 가까워지는 물건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김영로님께 작은 과제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돋보기'라는 단어를 시의 마지막까지 쓰지 않는 것입니다.
독자가 "이게 무엇이지?" 하며 따라오다가 마지막 한두 행에서야 '돋보기'였음을 알게 된다면, 시의 긴장감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난번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에도 설명보다 장면을 하나 더, 결론보다 여운을 하나 더 남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시는 사물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이번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