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에서 이명박을 지지했던 상당수의 논객들이
지난 정부시절 2인자였던 이재오를 지지하고 있는 듯하다.
나도 이재오에 대해 호의적이었고 친박의 비판에 맞서 그를 옹호했던 사람이다.
그랬던 내가 이재오를 지지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이재오가 집권하기에는 정치현실이 녹녹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국민들이 주목하는 대중정치인이라면 모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정권에서건 2인자가 최고권력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전두환 정권때 2인자였던 노태우의 사례가 있지만
그는 전두환의 친구로서 목숨을 걸고 함께 일을 도모한 인물이었다.
노무현을 김대중의 2인자로 보기는 어렵다.
김대중이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국민들도 진보좌파가 10년 정도는 집권해 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의 권력이동 과정을 보면 시대정신도 중요한 것 같다.
안철수는 대중성과 시대정신 모두 긍정적이지만
이재오는 시대정신 측면에서도 부각될 만한 점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이재오가 분권형 개헌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김종필이 내각제 개헌을 주장한 것과 상통한다.
어느 정도 대중성이 있었던 김종필도 끝내 집권에 이르지는 못했다.
사실 나는 이재오의 정의감을 높히 평가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정의감만으로 정치를 볼 수는 없다.
현실 인식과 더불어 그에 대한 대처 능력도 정의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재오의 나이는 곧 70줄에 들어선다.
그 나이에 대중성이 약하고 확고한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다면
집권보다는 밀알의 역할이 좀 더 현실적이면서 바람직해 보이는 것이다.
이재오는 김윤환이나 김덕룡 만큼 이미 성공한 정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