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등업을 위해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원래 아이디가 있었는데 다음을 많이 이용 안하다 보니 휴먼에 들어가버려서 새롭게 가입을 하게 되었네요.
별로 할말도 없지만 만만한게 자유게시판이니 글 한번 적어 봅니다. 쓰다보면 지칠 것 같으니 편하게 반말 할게요. 오타 많음 주의.
안녕 다시 인사할게. 난 졸업을 반 년 남기고 일본으로 와 버린 한 대학생이야.
워홀은 그래, 나에겐 오기였고 반항이였고 도주였지. 졸업하긴 무서웠고 꼴에 내가 하고 싶은걸 해 보고 싶다는 미지근한 꿈도 있었으니. 과제할때 말고는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거나 하는 타입은 아니였는데, 게으름보다 졸업이 무서웠는지 워홀에 대한건 빠릿빠릿 나름 잘 찾아가면서 준비했어. 부모님을 설득하다가 지쳐 나중에는 거의 의절하다 싶이 하고 일본으로 왔지. 그 와중에도 도둑놈마냥 몇백만원 든 통장 주시는 건 잘 챙겨 왔었다. 새로운 인생? 뭐 그런 거창한 거 보다는 일단 저질렀으니 적응부터 해보자 가 처음 든 생각이였다.
처음 3개월은 정말 욕을 달고 살았어. 일단 한국보다 날씨가 더웠어. 7월 초 딱 폭염일때 와서 버티기 시작했으니 다른 건 모르겠고 날씨 때문에 살기 힘들겠다 싶었다. 습하기도 되게 습하고. 또 생활비가 문제였지. 어느정도 였냐면 편의점을 못 갔어. 돈이 없어서. 빵 하나 백몇엔 하는거도 가격 비교해가면서 사먹고. 자취는 여기와서 한 게 처음이라서 가늠을 못 했었지. 집 보증금에 월세에 보험에 살림살이 사고 가전제품 사고 하니까 초기자금도 다 나가더라. 바로 생각한게 아르바이트를 하자 였어. 취업은 상상도 못했지. 귀도 안 열려있었는데 무슨 ..ㅋㅋ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알바는 이자카야 정도더라. 이건 내 주관적인 생각인데 이자카야알바는 왠만하면 다 잦같은거 같아. 욕 안했습니다 운영자님 사랑합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흡연이 자유로워서 카페나 술집은 어디서든 자유롭게 피는데 내가 비흡연자이다 보니 그거 맡아가면서 술취한 손님들 서빙하면서 알아 듣지도 못하는 말 듣고 쓰면서 일하는게 정말...ㅋㅋ
차라리 공부 좀 많이 하고 와서 좀 더 좋은 곳에서 일해. 고생들 하지 말고.
악으로 깡으로 생각을 안하고 버티다 보니 3개월이 지났다. 말로만 듣던 이지메도 당해 보고 고딩이랑 아저씨랑 불륜하는 것도 보고 어떻게 보면 일본 문화 직접체험은 다 했었네. 3개월 지나고 한국에서 친구가 인턴십으로 왔는데 날 처음 딱 보고 하는 말이 '살기 힘들었냐? 눈에 독기가 있는데. 살은 또 왜이리 빠졌어' 였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참 소나무마냥 험난한 나날들을 굳건하게 잘 버텼구나 싶어. 근데 아는 사람이 오니까 또 그게 향수병으로 번지더라. 힘들어서 이자카야도 일 때려 치고 한 달 백수 생활 하는데, 알바 하나에서 4시간 일해 번 돈으로 생활하다가 그마저도 그만두니 안그래도 힘든 살림이 더 빠듯해서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었다. 향수병은 짙어지고 열심히 살았는데 겪은건 잦같은 일들 뿐이라 정신도 피폐해져 갔다. 한 달 딱 그렇게 살다 보니까 이게 사람 사는 것 같지 않더라. 집 앞에 유치원인지 초등학굔지가 있는데 항상 거기 종소리에 눈을 뜨면 오후 1시 반 정도였어. 일어나면 드는 생각이 '저 어린 것들도 뭔가를 하는 데 나는 여기까지 와서 뭘 하고 있나' 였다. 내 자신을 사육하는 기분이 들더라.
그래서 일어나 도전하기 시작했어. 급전개지 ?ㅋ ㅋㅋㅋ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사람이 보호본능이라는 게 있는지 한계가 되니까 자동으로 움직여 지더라. 알바 구인 책자가 보이면 다 가져오고 매일 어플들어가서 알바 신청하고. 면접보는게 더 이상 무섭지도 않고 필요하면 쓰겠지 싶더라. 나중엔 면접보면서 웃으면서 농담도 주고 받고 했는데, 그렇게 붙은 알바에서 8개월 잘 일 하다가 이제 돌아간다. 돈이 궁해서 두탕 뛰었는데 첫 알바에서 겪은 건 액땜이였는지 두 곳 다 사람들이 좋아서 모나지 않게 일하다가 간다. 송별회까지 받았으니 크 잘 살았다 싶어. 솔직히 한국에선 돈으로 궁핍해 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 용돈 받아 쓰고 알바도 잠깐씩 하고. 없어지거나 필요해 지면 사는 타입이라 딱히 돈 쓸곳도 없었다. 근데 여기와서 처음으로 겪은 자린고비는 진짜 너무 힘들더라. 돈도 없고 마음도 힘들고 하니까 진짜 아무생각 없이 필사적으로 일하게 되더라. 사람이 둥그러지고 스스로 낮추게 되고 살다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고. 친구가 나 알바하는 곳 와서 보더니 '니 처럼 웃으면서 일하는 사람 처음 봄.' 하던데. 내가 좋아서 웃었겠냐. 내 자리하나 만들어 보자고, 버텨보자고 웃었지. 생각을 해봐. 다 일본사람이였고. 외국인은 나 혼자에 일본어도 부족해서 의사소통도 느린데.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냥 그 사람들에게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잘, 그냥 잘 하는 거였다. 그렇게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녹아들더라.
일본 사람중에 혐한 없냐고 물음을 몇 번 받았는데, 있다. 분명히 있을 거야. 난 아직 겪어본적이 없지만. 현지인 지인이 말하기를 오사카는 특히 심하데. 오사카 사람이라면 일단 드세다는 인식도 있고. 관광지다 보니 치안이 좋지 않은 곳도 많고. 또 여기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안좋은 인식도 자연스레 늘어서 혐한인든 혐중이든 왜 생기는지 이해가 가더라. 야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이 카페 가입 하는 사람들은 왠만하면 장기든 단기든 직접 살아볼 사람이니까 별 상관 없겠지만. 혹시나 지인이 어디 해외여행 간다고 하면 꼭 그 나라 화폐 단위나 간단한 언어는 공부하고 가라고 말해줘.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되지도 않는 영어로 물어보고 화폐 단위도 몰라서 계산대 앞에서 몇 분이나 서있는 사람들 보면 기가 막힌다. 캐리어는 지 몸둥이보다 큰 거 끌고 와서 줄줄이 길 한복판에 세워두고 어딜가든 먹을 수 있는 군것질 거리 하나 들고 사람 오가는 길에 서서 사진찍고 있는 거 보면 참....ㅋ아침 출근길에 그러고 있으면 없던 감정도 생겨난다 진짜. 다들 나쁜 의도가 아니라는 건 아는데, 여기서 일하고 사는 외노자로써 참 답답하더라고. 여행은 좋은데 현지의 문화를 망치지는 말아야지. 그게 배려고 매너라고 생각함. 하지만 뉴스나 기사에서 나오던 혐한 사례들이 옳다고 옹호하는 건 절대 아니야. 그냥 여기서 살다 보니까 어떤 배경으로 그런게 생긴건지 인식은 된다는 거지. 아무튼 난 여기서 대충 그렇게 살았다. ㅋㅋㅋㅋ
뭐 갑자기 마무리 지으려니까 어색한데..ㅋㅋㅋ 여기 오려는 사람들 또는 이미 와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얼마나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듣고 싶었던, 듣고 가장 힘이 되던 말 하나 하고 글 끝낼게.
다들 잘 살고 있고, 앞으로 더 잘 풀릴거야.
나같은 모자란 놈도 어느새 귀국날이 다 됐다. 이거 보는 사람은 나보다 못난 사람 없을거 알아.
다들 준비 잘하고 남은 기간 조심히 보내다 돌아와라. 늦은 밤에 주절이 봐줘서 고맙다.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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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 많았어요 한국 가서도 좋은 일 많으실겁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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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생하셨어요~글보니까 저도 이제 곧 가는데 마음준비 단단히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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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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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봤습니다
저는 9월쯤부터 오사카에서 워킹홀리데이 시작할 계획이라 솔직히 조금 막막하고 그렇긴한데
직접 부딪혀보면 또 다르겠죠?
그래도 일단 가서 집구하는게 젤 문제인거 같네요..
첫월급받기 전까지 버티는것도 그렇고요
돈을 그렇게 많이는 못들고 갈것 같아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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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언젠가는 이런글을 쓰고 싶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국에서 좋은일만 있을겁니다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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