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이제 슬슬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는 드립이 나돌겠네요.

[인유팬, 정인환빠.]

저를 결정적으로 야구에게서 멀어지게 만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기저기에서 축구를 바보로 만드는 말들이 나돌았었죠.

이번 올림픽에서 또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는 말이 나돌아다닐테고, 그와 동시에 만만한 축구를 까겠죠.( 특히 마봉춘)

솔직히 이런 시선에 대해서 전 고깝게 생각합니다. 축구팬, 그것도 K리그 팬이라서가 아닙니다. 제가 비인기 종목의 팬이기 때문이죠.

전 2007년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이 되었습니다. 군대에서 축구를 하던 선임 덕에 베스트 일레븐을 읽을 수 있었고, 인천 유나이티드에 대한 기사를 읽고선 팬이 되었죠.

그 전에 좋아하는 스포츠는 럭비, 미식축구, 유도였습니다. 럭비와 미식축구는 치열한 전략과 넘치는 힘이 있어서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제가 좋아하는 미식축구 팀이 볼티모어 레이븐스입니다.)

이 중에서도 유도라는 스포츠는 제가 직접 했고 단까지 땄습니다. 유도를 직접 했기에 유도의 매력을 잘 알고 있구요, TV에서 중계를 해주면 녹화를 해서라도 봅니다. 당연히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관심있는 종목이자, 반드시 보는 종목 3개 중 하나죠.(유도, 축구, 농구)

하지만 위에 적은 스포츠 3개는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입니다. 뭐 그나마 유도는 실업팀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좀 사정이 나은 편이죠. 그래도 한국에서 메인스포츠는 아닙니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프로리그가 없는 스포츠는 죄다 비인기 스포츠지요.

지원도 빈약하고, 알아주지도 않는데 실업팀 체계도 잘 되어있지 않는 종목이라면, 거기다 그 종목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 종목이 칭찬받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전 두 가지 면에서 불만이 있어요.

첫 째는 인기 종목을 공격하는 수단이 되는 거죠. 아니 어느 종목에서 잘 했다는 것이, 왜 다른 종목을 헐뜯을 수 있는 계기가 되죠?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그 스포츠가 왜 비인기 종목이냐는 겁니다. 당연합니다. 사람들이 안 보니까요. 그리고 그 안 보는 사람들 중에는 평소에 그 비인기스포츠 안보는 사람들도 포함됩니다.

전 유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유도 경기가 중계되면 반드시 보지요. 하지만 유도 금메달 땄다고 비인기 종목 운운하는 사람들이 유도를 봅니까? 안 봅니다. 그러니까 비인기종목입니다.

물론 시청률이 낮다고 비인기종목이 되는 것은 아니죠. 대표적인 예가 배드민턴입니다. 배드민턴 대회 시청률은 낮은 편이지만, 세계 탑랭커에 한국인들이 많고 동호인 인구도 많아서 배드민턴 협회에는 많은 스폰서기업이 줄을 선다고 들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체육 협회에서 배드민턴의 재정자립도가 축구에 이어 두 번째로 탄탄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인기 종목 운운하는 사람들이 동호회 활동으로라도 비인기 종목을 즐기나요? 하키, 핸드볼, 유도, 역도 등등 많은 사람들이 즐깁니까? 안 즐깁니다. 그런 사람들은 시청률에 도움도 안되고, 스폰서들의 구매대상이 되지도 못합니다. 한 마디로 비인기 종목에게 아무런 도움을 안 준다는 거지요. 그런데 올림픽 때만 되면 비인기 종목을 위로한답시고 말만 내뱉습니다. 그리고 인기 종목의 지원을 줄이고, 그 돈으로 비인기 종목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기종목에게 가는 돈 줄이고 비인기 종목에게 투자한다고 해서 비인기 종목이 인기종목이 될까요?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 올림픽 때만 환장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면 실업체계가 잘 잡혀있는 유도와 탁구 그리고 배드민턴 같은 종목의 시청률이 실업체계마저 잘 안 잡혀 있는 역도나 BMX보다 시청률이 높아야 하는데, 전혀 아닙니다.

솔직히 까발리자면,그 사람들은 비인기 종목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금메달만 보고 싶은 거에요. 그 금메달을 따오는 것이 어떤 종목인지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경기를 보던지, 경기를 직접 하지요. 어떻게든 그 종목에게 도움이 되는 겁니다.

현재 축구가 인기종목이고, 선수들의 급여체계가 다른 종목보다 나은 이유가 이겁니다. 많은 축구팬들이 축구를 보고 있구요, 또한 많은 축구동호회에서 축구시장을 넓혀줍니다. 결국엔 그거에요.

전 정말로 비인기종목의 설움으로 탄식을 토하며, 인기종목의 장점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고합니다. 그렇게 비인기 종목이 걱정된다면 경기를 보던지, 아니면 경기를 직접 해 보십시오. 그게 도움이 되고 진정으로 그 종목을 사랑하는 겁니다. 경기를 하지도 않고, 보지도 않고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논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간단합니다. 돈 늘려줄테니, 금메달 더 따와라.

이건 이기심이자, 그 종목에 대한 능욕입니다. 만약에 제가 유도경기를 보지도, 하지도 않는 사람이 유도의 설움을 논하고, 인기종목을 깎아내린다면 진짜 화낼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유도에게 도움 준 것이 뭐냐고 말이죠.

부디 비인기 종목을 논하기 앞서, 진정으로 그 종목을 걱정한다면 당장에 동호회를 만들어 즐기길 바랍니다. 물론 비인기종목은 경기장 구하기도 힘들고, 팀 경기 주선하기도 힘든 것 압니다. 하지만 축구는 안 그랬나요? 2002년 이전에는 잔디구창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누군가가 선구자가 되어 후계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즐기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추억이 되는 거구요.

이후 어머니의 권유로 검도를 했습니다. 검도 재밌더군요. 그 뒤로는 검도 중계도 녹화해서 보고 있습니다. 세계검도 선수권 대회DVD도 갖고 있어요. 전 이렇게 비인기 종목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논한다면 이렇게 이야기 하세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비인기 종목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었냐고. 경기를 봐서 시청률에 도움이 되려고 했는지? 그 종목의 물건을 사서 즐기고 있는지? 축구팬들은 그러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러고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