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11월 23일 목요일 경향신문에 인사회 20주년과 관련해 정재홍 회장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선배님들 지방출장중이신데, 지방에서 경향신문 구하기가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복사를 해서 올릴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아서....정성껏 타이핑해서 올립니다. 기사를 읽으면서도, 타이핑하면서도 왠지 기쁘고, 왠지 서글픈 기사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신문이 필요하신 분은 연락 주세요. 6부를 사서 교보문고 직원에게 2부를 드리고 현재 4부가 남아 있습니다.
선착순으로 드리겠습니다. (회장님것은 특별히 따로 남겨두겠습니다.)
인문사회 출판사는 침몰하는 배
인문사회영업인회 창립20주년
정 재 홍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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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의 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연세대 앞 사회과학전문서점 '오늘의 책'이 문닫은 데서도 나타나듯 대학생들조차 '어려운 책'을 멀리한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한 젊은이는 "어려운 말 하는 XX들은 다 죽여버려"라는 투로 말한다.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소비의 주체가 곧 '말'의 주인이라고 여기는 시대의 분위기를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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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재갈물린 언론을 대신해 표현, 이념의 자유를 확장했던 인문사회과학책들은 현재 아사 상태다
(기사시작)
어려운 책을 펴내는 출판사들의 영업자 모임인 인문사회과학출판영업인협의회(이하 인사회)가 12월 8일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편집자 출신이 만든 출판사는 망해도 영업자 출신 출판사는 안망한다'는 출판계 속설이 있듯이 인문사회과학출판사의 영업자들만큼 그 분야 책들의 현재와 내일을 살떨리게 체감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을까.
이 모임의 회장인 정재홍(정재홍.37.도서출판 다른세상 영업부장)씨는 "침몰하는 배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선장이고 싶다"는 말로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들의 위기 실태를 전한다. 그는 '영업부장'을 '선장'에 비유한 이유에 대해 "영업자는 출판사 밖에서 출판사를 대표하고 책을 책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회장이 보기에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는 '침몰하는 배'다. 새로운 독자층이 돼야 할 젊은 세대들은 "책이라는 이미지 자체를 혐오하는 것 같다"고 한다. 서점에는 베스트셀러만 즐비할 뿐 "세상 없어도 이 책(소위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양서)만은 한번 팔아보겠다"고 우기는 사람이 드물다. 인사회 멤버들의 추억은 크게 두 이미지로 집약된다. 1980년대 인문사회과학 책. 저자. 출판사에 대한 정권의 탄압에 저향했던 기억, 90년대 이후에는 인문사회과학 서점들이 대도시에 한 개꼴로 남기까지 잇따라 문닫을 때 폐업서점에 모여 대성통곡한 추억이다.
퇴역이 예정된 듯한 '옛 거함'일지언정 이들이 '마지막 선장'을 자임하는 것은 '배의 침몰' 자체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 위주의 독서풍토가 만들어지리라는 '실날 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정회장은 "인사회 회원사의 영업부장들이 박봉과 적은 출장비 등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것은 애당초 돈을 보고 출판계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인문사회과학책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 사장들이 있는 한 영업자들은 망해도 같이 망하고 흥해도 같이 흥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정가제 문제에 관해서 "초판 2,000부라도 책이 팔려야 책값 할인이 가능할텐데 도서 정가제가 파괴되면 인문사회과학책은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서정가제 파괴에 대한 유일한 정책적 대안은 한국의 공공. 대학도서관이 학술서의 초판부수를 사주는 것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인사회 가입사는 갈무리, 개마고원, 거름, 경당, 깊은샘, 까치글방, 녹두, 다른세상, 당대, 대원사, 돌베개, 동녘, 동문선, 두레, 또하나의문화, 무한, 문학과지성사, 박종철출판사, 보리, 사계절, 새길, 생활지혜사, 서해문집, 세창출판사, 소나무, 실천문학사, 여성신문사, 역사비평사, 예담, 우리교육, 이프, 이후, 일빛, 자료원, 작은책, 장락, 지성사, 창작과비평사, 책갈피, 책벌레, 청년사, 청어람미디어, 토마토, 푸른나무, 푸른숲, 풀빛, 학민사, 한울, 한울림, 해들누리, 현암사, 형성사, 혜안, 효형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