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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병원 위탁기관에 적자보전금 年500억 지원
○ 위탁운영 중인 서울시립병원 6곳의 적자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탁받은 외부기관들은 만성적인 적자에도 뚜렷한 개선대책 없이 매년 적자보전금 50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14일 뉴스1이 입수한 시립병원 6곳의 2012년도 당기손실 자료에 따르면 보라매병원은 지난해 2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폐쇄된 진주의료원의 지난해 적자 69억원과 비교하면 3.5배 많다.
○ 지난해 서울의료원은 172억원의 적자를 보였고 동부병원은 83억원, 서남병원 30억원, 북부병원 13억원, 장애인치과병원 2억90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보라매병원이 786병상, 서울의료원 623병상, 서남병원 350병상, 북부병원 200병상, 장애인치과병원은 단일과목 등을 감안하면 병원의 규모와 적자폭은 비례한다.
○ 누적적자는 더 심각하다. 서울의료원의 누적된 적자는 702억원이다. 다른 병원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서울시는 정보공개를 꺼리고 있다. 서울의료원의 누적적자가 지난해 적자의 4배인 점을 견줘보면 이들 위탁운영 중인 시립병원 6곳의 누적된 적자는 총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의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 보라매병원과 장애인치과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며 서남병원은 이화학당, 동부·북부병원은 서울의료원이 맡아 운영한다. 서울의료원은 시 출연기관으로 특수법인이다.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167억원, 올해 187억의 보조금을 받았다. 보라매병원은 지난해 115억원, 올해 98억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올해 동부병원은 48억원, 북부병원은 49억원, 서남병원은 109억원, 장애인치과병원 20억원을 각각 받았다. 매년 500억여원의 세금이 수탁기관의 수익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서울대병원과 공공의료 교육실시
○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와 서울대학교병원은 13일부터 이틀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에서 지역거점공공병원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공의료의 개념과 활동방법론’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 등으로 공공의료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공공병원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 교육 내용은 ▲의료 환경 변화와 공공병원의 역할(서울의대 예방의학과 이진석 교수) ▲환자중심의 병원관리(서울대학교병원 박정선 고객지원팀장) ▲취약계층을 위한 병원의 사회사업활동(서울대학교병원 이영숙 의료사회복지팀장) ▲건강증진병원(보라매 병원 최정석 교수) ▲적정의료와 공공의료(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 ▲인적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기획과 관리(서울대학교 병원 교육연수부 박중신 교수) ▲지역사회 진단과 공공보건의료사업 기획(이진석 교수)등으로 공공의료의 개념과 공공보건의료 수행에 초점을 맞췄다.
○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관계자는 “지방의료원이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라며 “지난달 오픈한 에듀에스 이러닝센터를 활용해 오프라인 교육도 활성화 하겠다”고 말했다.
■ 입법예고 마친 의료호텔업, 본격 시행 `눈앞`
○ 최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메디텔(의료호텔업)'설립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거두기 위해서는 내ㆍ외국인 투숙객 허용 범위, 객실 내 의료 행위 기준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13일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메디텔 사업과 관련, "투숙대상에 내ㆍ외국인 구분이 없어 외국 환자 유치보다 국내 지방환자 유치 경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문화관광부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협회 측은 의료기관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부작용과 수익 보전을 위해 필수진료보다는 비치료적 영역(비급여 서비스)과 특실ㆍ식대ㆍ부가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의료 서비스의 왜곡을 우려했다.
○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의료관광객을 주요 투숙대상으로 하는 `의료호텔업' 신설을 담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호텔은 의료관광객의 숙박에 적합하도록 취사 시설 등을 갖춰야 하며, 해당 의료기관으로부터 1km 이내에 위치하는 등 출입이 편리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규모는 객실 30실 이상에 객실별 면적 19㎡ 이상을 갖춰야 한다.
○ 운영 주체는 전년도 외국인 연간 3000명을 초과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의료법인 포함)와 실 환자 1000명을 초과하는 실적을 갖춘 외국인환자 유치업자로 한정했다. 단 복수의 의료기관이나 유치업자가 공동으로 사용권을 확보한 경우 유치실적 합계가 기준을 넘으면 설립이 가능하다.
○ 하지만 사실상 이같은 호텔급 숙박시설을 설립ㆍ운영할 여력이 있는 병원은 수도권 소재의 일부 대형병원 혹은 네트워크 병원 밖에 없다는 것이 협회 측 주장이다. 의사협회는 이들 병원의 메디텔 설립이 낮은 수가로 경쟁력이 약화된 동네의원과 중소병원, 지방 의료원 등 의료 인프라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문화부 관계자는 "오는 14일까지 예정된 입법예고 기간을 마치고 7월부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입법예고를 마치고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최근 법 개정을 계기로 메디텔 설립을 추진하는 곳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1일 대구 의료관광 중심 역할을 할 `대구메디센터' 기공식을 갖고 본격 건립공사에 들어갔다. 센터는 18층 중 12개 층을 건강검진센터를 비롯해 성형, 피부, 치과 등 진료시설로 구성하고 이외 층은 호텔 객실로 활용하기로 했다.
○ 인천의료관광재단은 지난달 30일 코암인터내셔널과 위런 커먹스와 메디텔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재단은 송도국제도시에 외국인을 위한 전문 클리닉 및 검진센터 등 의료관광서비스운영센터를 설치ㆍ운영할 계획이다. 각 시행사는 운영센터 설치와 운영, 컨설팅 및 지원 등을 담당하게 된다.
○ 이외에 제주한라병원이 7월 완공을 목표로 서귀포에 약 100여개의 객실과 30병상 규모의 병실을 갖춘 `WE메디텔'을 짓고 있으며, 정부의 메디텔 허용 방침 발표 당시 거론된 강동경희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의 메디텔 추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 [성명] 수련 병원은 즉각 미지급 수당 및 체불 입금을 지급하라! (6/14일)
○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13년 6월 12일 본 회 전공의 회원이 제기한 휴일, 야간 근로 수당 및 체불 임금 미지급 등에 대한 대전 지법 민사 소송 판결 (사건 2011가합7721) 에 대해 환영하며, 유사한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회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에 앞장설 것임을 천명한다.
○ 병원은 대한민국 근로 기준법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근로 현장이다. 금번 사건에서 본 회 회원의 경우 2010년 2월부터 10개월간 인턴으로 시간외 근무와 야간·휴일근무 등의 수당을 받지 못하여 소를 제기하였으나 해당 수련 병원은 포괄 임금 약정 운운하며 정상적인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 갖은 애를 썼다. 법원은 이에 대해 “원고가 이의 없이 임금을 수령했다고 하여 묵시적 포괄 임금 약정에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 하다고 적시하였으며, 나아가 “근로 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 기준법 상 근로 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가혹한 근로 환경에 놓인 병원 근로자와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큰 희망의 빛을 던져 주었기에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 아울러 대전지법은 최근 전공의에게 주 1회 이상의 유급휴가를 주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제55조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전공의도 근무시간 동안 진료 및 치료행위를 하게 되므로 적절한 휴식을 통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근무할 필요성이 있다” 고 명시하고 “전공의라고 해서 유급 휴일을 보장받지 못한 채 계속 근로를 해야 하는 수련 목적상의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 적시함으로써 수련이라는 미명하에 노동 착취를 일삼는 악덕 사업장에 경종을 울렸다.
○ 지금도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 회원 5명 중 2명이 주당 100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노동 현장에 몸담고 있다. 또한 대다수 전공의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포괄 임금제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듣지 않은 채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내부에서 고치기 위해 복지부, 대한병협 등 유관 단체와 표준 근로 계약서 작성 의무화를 추진하였으나 여전히 의료계 내부의 반발로 진행이 더딘 답답한 현실이다.
■ 진주의료원 퇴원 환자·보호자 "부담↑, 간병 질↓"…경남도 "차액 보전"
○ 경남도의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야당 의원과 격렬한 몸싸움 끝에 11일 날치기 통과시켰다. 경남도가 강행한 폐업을 도의회가 '법인 해산'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추진하면서 진주의료원에 투입할 돈을 서민 의료를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진주의료원에서 퇴·전원한 환자들에게는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진주의료원에서 쫓겨난 환자들은 "퇴·전원 이후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병원비도 비싸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 10년간 진주의료원을 이용했던 서해석(66) 씨는 지난 4월 2일 진주의료원에서 퇴원한 뒤로 친척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4월 30일부터 한 달간 노인 요양 병원에 입원해 봤지만, "치료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행동에 제약이 많아서" 스스로 퇴원했다.
○ 서 씨는 독거노인이자 기초생활(의료급여 1종) 수급자다. 고혈압, 당뇨, 간경화, 퇴행성 관절염, 만성 췌장염, 만성 신장염 등을 앓고 있다. 그는 "노인 요양 병원은 정신질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2층에서 1층으로도 못 내려가게 한다"며 "입원비도 19만6000원 나왔는데, (진주)의료원 같으면 10만 원도 안 나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서 씨는 "간이 좋지 않아서 자주 쓰러진다"며 "쓰러질 때마다 진주의료원에 입원했다가 호전돼서 나오곤 했는데, 진주의료원과 달리 노인 요양 병원은 일반 종합 병원이 아니라서 치료하지 않고 요양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앞으로 또 쓰러진다면 진주의료원 아니면 치료받을 데가 없다"고 호소했다.
○ 뇌졸중을 앓는 79세 아버지를 진주의료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긴 김정란(41) 씨는 "아버지가 의식도 없으시고 산소 호흡기를 달고 계실 정도로 위중했는데, 병원을 옮긴 뒤로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게 눈에 띄게 보일 정도"라고 토로했다.
○ 김 씨는 "병원을 옮기면서 피 검사부터 모든 검사를 일일이 다시 해야 하니까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하루에 3시간 이상은 눈을 뜨고 계셨는데, 요즘은 움직임도 거의 없으시고 폐렴, 결핵 등 합병증이 와서 치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2월 김 씨는 "뇌졸중을 회복할 때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해서 오래 있을 생각으로" 진주의료원으로 갔다. 그는 "경남도 공무원이 지금 아버지를 옮기지 않으면 다른 병원에 자리가 없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옮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호자 없는 병동'은 최대 40일만 사용할 수 있어서 자리가 나긴 나더라"며 "속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 김 씨는 "진주의료원에 있을 때는 40일 병원비가 120만 원이었는데, 옮긴 병원에서는 중간 정산을 하니 300만 원이 나왔다"며 "진주의료원에서는 6인실 가격으로 4인실을 제공했고 요양보호사도 환자 5명당 2명을 배치했는데, 여기는 환자 5명당 요양보호사가 1명"이라고 비교했다.
○ 김 씨는 "지금 있는 병원에서도 나가야 할 시기가 됐는데, 다른 곳을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있지만 요양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더 낫길 바라는 게 아니라 죽을 날 기다리는 것 같아서 옮기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 병원보다는 병원(진주의료원 같은 2차 종합 병원)이 진료 서비스도 더 믿음이 가는데, 민간 병원은 장기 입원 환자들은 잘 안 받아준다"고 덧붙였다.
○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김 씨 외에도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민주당 김용익 의원과 보건의료노조가 진주의료원에서 퇴원한 환자와 보호자 4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25명)가 진주의료원에서 전원·퇴원한 후 환자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 퇴원 환자 42명 중 다른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29명에 불과했다. 이들 전원 환자 29명 중 10명은 입원 거부를 경험했고, 자택에서 치료 중인 환자 13명 중 5명은 입원을 거부당해 입원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 진주의료원이 좋은 점으로는 응답자의 56%(16명)가 '치료 시설'을 꼽았다. 그 뒤를 진료 및 간호의 질 49%(14명), 연고지와 가까운 거리 25%(7명), 싼 병원비 21%(6명), 입원 가능한 기간 7%(2명) 순으로 이었다.
○ 진주의료원이 정상화되면 재입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환자도 88%나 됐다.
○ 서해석 씨는 "도에서 가난한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준다는데, 그런 돈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 돈이면 의료원에 투자하면 될 것 아닌가"라며 "나는 국민(초등)학교밖에 안 나와서 무식하지만, 103년 역사의 영리 목적 없는 병원을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옳은 일이니 (폐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 씨는 "도에서 의료원 관리를 제대로 못했으면 도가 책임지고 경영을 회생해야지, 왜 환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통과시켰으면 정부에서 막아 달라.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지 여의 대통령, 야의 대통령이 아니다. 제발 (의료원을) 살려 달라"고 말했다.
○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진료비 차액 보전 대책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2월 27일 폐업 발표 당시 환자 203명 가운데 지금까지 8명에게 도에서 진료비 511만8000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퇴원 즉시 전원하지 않은 환자는 진료비 차액 보전 대상이 아니며, 아직 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는 치료를 마친 후 환자 계좌 번호로 차액을 돌려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한국 자궁절제, OECD 2배 넘어 … 보험수가 높아서?
○ 백화점 직원인 정모(34·인천시 서구)씨는 생리 기간에 과도한 출혈과 통증을 겪어 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정씨는 지난 3월 자궁근종이 다섯 개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자궁절제를 권했다. 하지만 정씨는 우연히 자궁을 절제하지 않고 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치료법은 자궁으로 가는 혈관을 차단하는 자궁색전술이었다. 정씨는 “치료를 받은 뒤 생리량과 통증이 줄어 이젠 지낼 만하다”고 말했다.
○ 주부 석모(42·경기도 성남시)씨는 30대 이후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 생리가 10일가량 지속돼 생리 때마다 우울·불안에 시달렸다. 자궁에서 내막 조직이 커지는 선근증(크기 8㎝)이 발견됐고 주치의로부터 자궁절제가 불가피하다는 말을 들었다. 여성의 상징인 자궁을 잃고 싶지 않았던 석씨는 지난 1월 고강도 초음파 치료(HIFU)를 받았다. 시술 4개월 뒤 선근증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고 생리통·빈혈도 눈에 띄게 완화됐다.
○ 길이 7㎝ 안팎, 무게 70g가량의 큰 달걀 크기인 자궁은 임신과 생리가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35세 이상 여성 2명 중 한 명 정도는 자궁에 근종(양성 종양)이 생긴다. 해마다 적지 않은 여성이 자궁암이나 자궁근종 때문에 자궁을 떼는 수술을 한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년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여성 10만 명당 329.6명(2010년 기준)이 자궁절제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자궁절제술을 받는 환자 수가 다른 OECD 회원국보다 월등히 높다. 미국 여성은 10만 명당 104.9명이고 영국 여성은 26.9명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평균(2009년 기준)은 우리나라의 절반 이하인 115.9명이다.
○ 국내에서 자궁절제가 자주 일어나는 까닭은 무얼까. 우선 저출산과 비만, 서구식 식생활 등으로 자궁근종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자궁근종으로 진료받은 여성의 수는 2008년 21만8988명에서 지난해 28만5120명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 병원 입장에서도 자궁근종 환자에게 자궁절제술을 실시하는 것이 자궁을 살리고 근종만 떼어내는 수술보다 이익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하는 자궁절제술의 보험수가는 38만390원으로 근종만 떼어내는 수술(23만2510원)보다 높다. 게다가 자궁 4~5㎝ 깊이에 근종이 세 개 있을 경우 근종만 떼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자궁절제 수술시간(평균 1시간30분)의 두세 배나 걸린다. 수술 도중 피가 많이 나고 수술 후 근종이 재발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것도 의사들이 자궁을 살리는 근종 수술을 꺼리는 이유다.
○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서창석 교수는 “다음 달부터 자궁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DRG)가 시행되면 수술시간이 짧은 자궁절제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포괄수가제는 의료 서비스와 관계없이 질환에 따라 미리 정한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같은 질환이라면 병원 입장에서 치료하기 쉬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강남베드로병원 산부인과 김민우 원장은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에겐 상실감·우울·성교통(痛) 등 후유증이 동반될 수 있다”며 “자궁절제를 할 때 난소를 남겨둔다고 해도 난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난소 기능이 빨리 저하된다”고 말했다. 건강을 위해선 자궁을 보전하면서 자궁근종 등을 치료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란 설명이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김미란 교수는 “근종이 있을 때는 근종만 떼내거나 초음파 열치료를 받는 대안이 있지만 자궁에 암이 있거나 자궁근종의 크기가 커 주변 장기를 압박하는 경우엔 자궁절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土 진료비 가산 소외된 병원계 '씁쓸'
○ 토요일 진료 수가가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병원계가 당초 ‘결사반대’ 입장을 선회한 모습이다. 힘든 개원가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논리다.
○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는 13일 토요일 전일가산제와 관련 2379억원의 재정을 투입, 의원과 약국 수가 인상안을 의결하고, 본회의에 이를 상정키로 했다.
○ 토요일 수가가산 대상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은 제외된 만큼 병원계의 반발이 예상됐다. 실제 병원계는 제도 추진과 동시에 ‘전 직역 동일 적용’을 외치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 왔다.
○ 하지만 이날 건정심 소위 결정에 대해 병원계 대표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다소 의외의 반응을 내놨다. 완강했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 상당히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 병원협회 나춘균 대변인 겸 보험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운 의원급 의료기관들에게 선물을 주겠다는데 방해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 그 근거로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 급여비 증가율이 -1.6%였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제시하며 개원가 경영난에 공감을 나타냈다.
○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비는 약 6% 증가한 만큼 다소 형편이 나은 병원계가 개원가를 위해 양보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전했다.
○ 나춘균 대변인은 “토요 진료 수가가산은 전 직역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적용 시기는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어 “지표상으로 고충이 큰 개원가에 먼저 적용한 후 조만간 병원급 의료기관도 토요 진료 수가를 인상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이러한 병원협회의 태도 변화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사실 병협은 지난 3월 건정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에 국한된 토요 수가가산이 논의된 직후 병원들도 토요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원가만 수가를 가산해 주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실제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종합병원은 90%, 상급종합병원은 66% 이상이 토요일에도 진료를 하고 있다. 당시 병협은 “병원들만 토요일 수가가산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모든 의료기관에 토요 진료 가산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40시간 근무에 대한 수가보상체계를 마련하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 병원계의 강한 반발로 인해 토요 진료 수가가산은 6월에 재논의키로 잠정 유보됐다. 당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까지 나서 설득했으나 병협은 완강히 거부하며 난항을 예고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상정된 수가가산 논의 자리에서 병협이 큰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토요 진료 수가가산은 별다른 난제 없이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 토요 수가가산의 최종 시행 여부는 오는 18일 예정돼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본회의에서 결정된다.
■ 건강보험의 진료 수가를 다시 생각한다
○ 우선 ‘수가’라는, 아직도 약간 생소한 말의 뜻을 명확하게 하자. 이 말은 한자로는 ‘酬價’라고 쓰는데 일본에서 직수입한 것이 거의 틀림없다. 1960년대 중반(건강보험 제도를 시작하기 훨씬 전이다)부터 신문 기사에 보이기 시작한다.
○ ‘수(酬)’가 일하고 받는 돈을 의미하는 ‘보수’에서도 쓰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수가는 환자를 치료하고 받는 진료비를 뜻한다. 그러나 의료보험이 시작되고 나서는 뜻이 좁아졌다. 치료비 대부분을 환자 대신 보험이 지불하기 때문에, 수가라고 말하면 보험에서 정한 ‘공정’ 진료비를 말한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 건강보험에서 받는 진료비가 의사나 병원의 전체 수입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험과는 크게 상관없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제외하면 대부분 의사나 병원이 수가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따라서 수가는 사실상 모든 진료에 적용되는 가격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수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간단하게 말하면 지금 한국에서 건강보험 수가는 ‘협상’으로 정한다.
○ 협상의 당사자는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신하는 건강보험공단이 한 쪽이 된다. 다른 한 쪽은 각 직종과 병원을 대표하는 단체들이다. 건강보험공단과 각 대표(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등)가 협상을 통해 수가 인상 정도를 결정한다.
○ 짐작할 수 있듯이 양쪽의 이해관계는 완전히 반대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인상과 억제의 근거를 누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가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여론이 뒷받침하고 지지하는가가 중요하다.
○ 올해는 며칠 전 5월 31일이 내년도 수가 협상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2014년에 수가를 얼마나 올릴 것인지를 정하는 협상 기한이었던 것이다. 이런 일에 합의가 쉬울 리 없으니 마지막까지 갔던 모양이다.
○ 의원급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가는 각각 3퍼센트와 1.9퍼센트 인상하기로 했다. 또, 약국은 2.8퍼센트, 치과는 2.7퍼센트 올리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어떤 근거로 이런 결정을 했는지는 잘 알 수 없으나, 다른 해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 여기에서 수가가 높다 낮다, 또는 지금 수가 제도가 좋다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논쟁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고, 지금도 기회 될 때마다 찬반의 논란이 벌어지는, 조금은 익숙한 주제다.
○ 그런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 시민과 소비자, 의료인, 병원에 모두 큰 영향을 주고, 한국 보건의료의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진료비를 받는 쪽, 즉 의사나 병원에는 경제적으로 수입 총액이 달려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 그러나 이젠 조금 더 근본적 차원에서 진료 수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 차원에서 진료 수가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 그 중에서도, 진료 수가를 둘러싼 기본 환경이 심각하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진료 수가는 조만간 갈등과 투쟁의 핵이 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의료제공자의 요구와 진료비 지출 능력 사이에 간격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다.
○ 전체 진료비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가운데에 ‘시장 참여자’가 날로 늘어나는 것이 긴장의 기본 축을 이룬다. 총액을 늘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배분되는 각자의 몫이 늘지 않거나 줄어든다는 것이 큰 불만 요인이다.
○ 진료비 총액을 크게 늘릴 수 없다는 현실 조건은 특히 심각하다. 수가와 전체 진료비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는 한, 총액이 수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현재의 ‘균형’을 그대로 둔 채 획기적인 수가 인상은 불가능하고, 한두 항목은 몰라도 각자의 몫을 키우기는 결코 쉽지 않다.
○ 이 상태에서는 갈등이 ‘제로섬’의 양상을 보이기 쉽다. 전체가 커지는 속도보다 몫을 가져가야 하는 참여자 수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각자가 ‘제 몫 찾기’ 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직종간, 직역간, 분야간 갈등이 계속 심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다.
○ 이런 상황이라면, 머지않아 수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기존 제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기반이 동요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기존 수가 제도가 제도 참여자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상황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말이 그렇지 근본적인 개편은 간단하지 않다. 그리고 금방 시작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모두의 ‘경제’와 관련된 것이라 이해의 조정이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충분히 ‘현실적’이고 또한 ‘참여적’인 변화를 기획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근본적 개편의 시작은 무엇보다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건강보험의 진료 수가가 ‘무엇을’ 보상하는(또는 보상해야 하는) 것인가를 (원론적으로) 묻고자 한다.
○ 지금까지 논의해 온 것은 주로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와 ‘얼마나’ 보상할 것인가의 과제였다. 후자가 수가 수준(20만원이나 30만원, 또는 3퍼센트나 5퍼센트)의 문제였다면, 전자는 수가 제도(그 유명한 행위별 보상이나 포괄수가제)의 문제라고 해도 될 것이다.
○ ‘무엇을’ 보상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라거나, 이미 암묵적으로 합의된 것을 굳이 다시 꺼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질문이라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 그러나 이미 불거진 몇 가지 일을 보면, 완전히 새로운 문제제기라고는 할 수 없다. 2009년 흉부외과와 외과의 수가가 인상된 것은 전공의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또 자연분만과 취약지 분만의 수가를 인상한다는 것이나 마취과 의사 초빙료를 올린다는 논의도 마찬가지다.
○ 그렇다면 이 때 수가 인상은 무엇을 보상하려 한 것인가? 같은 서비스를 하는 데에 비용(즉 원가)이 더 들어가서 수가를 올린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수가는 정책을 수행하는 데에 한 가지 ‘도구’로 쓰였다.
○ 수가를 통해 바람직한 정책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비판 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권장되어야 마땅하다. 건강보험이나 수가 정책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정책과 협력하여 좋은 결과를 산출하려는 것이면 더욱 그렇다.
○ 그러나 문제는 건강보험 진료 수가의 혼란이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정책적 이유 때문에 수가를 손보느라 수준이 더욱 들쭉날쭉하게 되었다. 원칙과 기준이 혼란스러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술의 난이도가 비슷해도 정책적 고려 대상이 되면 수가가 높고 그렇지 않으면 낮다?
○ 어떤 항목이나 진료분야에 따라 이런 식의 조정을 계속하는 것은 혼란을 더욱 키울 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도 없다. 소아과, 비뇨기과도 어렵다고 하고, 일차의료와 중소 병원을 살려야 한다는 소리도 드높다.
○ 이제 수가의 높낮이를 정하는 기준을 근본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좋은 도구라는 시각으로는 안 된다. 건강보험 수가인 한, 진료비가 무엇에 대한 보상인지 그 성격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 결국 이는 건강보험의 진료 수가가 ‘무엇을’ 보상하는가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진료 수가는 생산에 들어간 ‘원가’인가 또는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장하는 ‘소득’인가? 아니면 시장의 상품 가격으로 보아야 하는가? 그도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 사실 여기에 답하지 않고는 ‘어떻게’와 ‘얼마나’의 문제에도 제대로 답하기 어렵다. ‘무엇을’ 보상할 것인가의 문제는 다음 주 논평에서 계속해서 다룬다.
○ 지난 주 서리풀 논평을 통해 진료 수가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지 말했다. (☞관련 기사 : 의료 갈등의 핵심 '수가', 무엇이 문제인가?) 수가 제도를 바꿀 때가 되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올바른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도 덧붙였다.
○ 어떤 질문과 답이 필요할까. 지난 논평에서 주장한 표현을 다시 쓰면, 세 가지 질문 모두에 답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이 논의한 (1) 얼마나 보상할 것인가와 (2) 어떤 방법으로 보상할 것인가는 물론이고, 여기에 보태서 (3) 무엇을 보상할 것인가를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다.
○ 병원이나 의사의 불만은 압도적으로 첫 번째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 사이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니 한 가지만 더 언급하는 것으로 그친다. 수가의 높낮이에는 정답이 없고, 각기 처한 상황이나 시각에 따라 판단 기준도 다르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에 둔 논쟁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 다음으로, '어떻게'의 문제는 이른바 진료비 '지불 제도'를 뜻한다. 마침 딱 한 해 전에 '서리풀 논평'을 통해 포괄 수가제를 다루었다. (☞관련 기사 : '수가 전쟁', 의사 아닌 시민이 승리할 길은?) 지금 제도가 행위별 수가제니, 새로 고치려고 하는 것이 포괄 수가제니 하는 것이 모두 진료비 지불 제도를 둘러싼 논의다.
○ 그러나 이 역시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수가의 높낮이와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주어진 환경과 맥락에서 최선의 답이 있을 뿐이고, 따라서 토론과 논의,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하다.
○ 이제 이번 논평의 본론으로 옮겨 가자. 지금까지 가장 관심과 논의가 적었던 것을 다루어야 한다. 수가가 적으니 많으니 하지만, 진료비가 도대체 '무엇을' 보상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 지금까지 논의는 적었지만 알게 모르게 이런 식으로 정해진 수가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번 논평에서도 지적했던, 분만이나 흉부외과의 수가를 '특별히' 다르게 하는 것이 그런 예에 속한다.
○ 이런 결정은 흔히 '정책적'이라고 잘못 불린다. 본래의 '원칙'에서 벗어나 어떤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 때 수가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비용을 치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가와 재료가 얼마나 들었는지 따지지 않았다. 사회 전체를 위해 더 많은 의사가 흉부외과를 지원하게 하려는 것, 이것이 '무엇을' 보상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되었다.
○ 수가를 이렇게 '활용'하는 것은 궁여지책처럼 보이지만 동기는 분명하다. 압도적으로 민간에 의존하는 한국 보건의료에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그나마 경제적 동기에 의존하는 방법이 남기 때문에 수가가 '동원'된 셈이다.
○ 흉부외과에 더 많은 진료비를 주는 것은 특정한 사회적 '가치'에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보상의 원칙이 다른 수가와 다르다. 그리고 사후에라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으니 '사회적'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 적지 않은 다른 사례가 있다. 지금도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가를 활용하자는 움직임은 많다. 그러나 원칙이 여러 가지가 되면 전체 수가 체계는 어지러워진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누더기'가 될 수도 있다. 겉보기에 혼란스럽고 깔끔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 새로운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원칙을 확인하고 처음부터 논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여러 당사자를 설득하기도 어렵다. 수가 수준과 방법을 사이에 두고 이해당사자가 벌이는 논란도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다.
○ 이제 더 이상 미봉책과 궁여지책으로 수가 체계를 틀어막기 어렵다. '무엇을' 보상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수가 수준과 보상 방법의 새로운 대안이 무엇이든, 진료비 보상은 먼저 '무엇을'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틀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 현재 진료비 보상의 기초적인 기준은 '원가'이다. 여러 가지 고려 사항이 있지만, 수가는 진료에 들어간 원가를 보상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비용을 받는 쪽이든 지불하는 쪽이든 원가에 기초한 가격 결정이 익숙하다.
○ 병원을 짓고 인력을 고용했지만 현재 수가로는 "원가에도 못 미친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순전히 내 돈으로 투자했는데 "손해를 봤다"는 불만도 마찬가지다. 실제 수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원가를 계산하는 문제를 두고 논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 원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주 오래된 것이고, 모든 분야에 고루 통용된다. 건축이나 토목 공사에 들어가는 돈을 입찰이나 용역으로 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통신비와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느니 어쩌니 하는 논란도 다르지 않다. 그만큼 우리의 경제와 사회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가격 결정 논리다.
○ 특히 어떤 이유건 가격 경쟁이 성립하지 않고, '공정'하게 가격을 정해야 하는 경우에 원가 개념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 수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따로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니, 원가가 가장 설득력 있는 기준이라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 그러나 원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려면 중요한 전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자체가 안정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생산자가 자의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을 좌우하면 곤란하다.
○ 아파트를 지으면서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도 않는 시설을 갖추어 놓고 비싼 가격을 지불하라고 하면? 원가가 많이 든 것은 맞겠지만 소비자가 합리적 가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다.
○ 현재 보건의료 서비스는 국민건강보험의 틀 속에 있지만, 서비스의 '공급'만큼은 시장에 가깝다. 각 개별 행위 주체가 결정해서 투자하고 시설을 짓는다. 기계와 장비를 들여다 놓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당연히 비용이 든다. 그런데 이것을 원가로 보고 진료비가 이를 보상해야 한다면?
○ 원가 개념에 기초한다면, 많이 투자할수록, 많은 비용이 들수록, 비싼 인력을 많이 고용할수록 보상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난다. 더 많은 투입과 보상,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투입의 증가라는 고리가 만들어진다.
○ 더 중요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어떤 사회적 가치가 산출되는지에 무관하게 갚아야 할 비용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질병을 고치고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도 들어간 비용은 모두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가 생긴다.
○ 산부인과의 분만 수가, 또는 응급 의료나 일차 진료의 어려움은 바로 이런 수가 구조에서 만들어졌다. 응급 의료의 예가 가장 적나라하다. 원가로 계산하는 한, 어떤 방법으로도 응급 의료를 제대로 보상하기는 어렵다. 진료가 없는 대기 시간과 빈 공간을 보상할 방법이 없다.
○ 이제 진료비 보상의 기준을 원가에서 '사회적 가치'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얼마나 비싼 기계를 쓴 것과 무관하게, 어떤 사회적 기여를 했는지를 기준으로 진료비를 결정하자.
○ 사회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낸 의료, 예를 들어 더 인간적이고 더 충실한 진료, 예방을 강조하고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것을 돕는 의료에 더 많은 비용을 갚아야 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원가'가 적게 들어도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한 진료의 수가를 높이자.
○ 막상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그러나 어렵다고 피해갈 일이 아니다. 흉부외과의 수가를 올리듯, 어떤 진료에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 지금부터 의논해야 한다.
○ 한꺼번에 바꾸지 않아도 좋다. 꾸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치에 기반을 둔' 수가 지불로 근본 틀을 바꾸어야 한다.
■ “재벌만 배불리는 의료민영화 중단하라”
○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10일 18대 국회에서 의료민영화 법안으로 확인된 ‘원격진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또 다시 발의했다. 심재철 의원은 “지역적으로 고립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소외계층의 의료접근성 때문이 아닌 재벌의 이익을 위해 의료법 규제를 해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집행위원장 김정범 이하 보건연합)은 지난 11일 공공의료기관은 폐쇄하면서 서민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을 운운하는 새누리당의 기만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통해 원격진료는 기업에 개인신체정보 및 질병정보를 넘기는 행위이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건연합은 “이미 이명박 정부 당시 낙도·오지의 지역주민들과 집단으로 수용돼 있는 군대, 감옥의 재소자들을 위해 원격진료가 필요하다고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의 의료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는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은 원격진료가 아니라 지역의 공공의료기관 확충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또한 보건연합은 “새누리당은 경남도 지역주민들의 의료기관이었던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장본인”이라며 “이런자들이 지역주민들의 건강권과 치료권을 위해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믿기 어려운 거짓말이고, 변명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 보건연합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밝힌 바대로 추산하면 원격진료 대상자는 470 만 명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적절하게 의료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이 470 만 명이라는 것이다. 보건연합은“박근혜 정부는 470 만 명의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공공의료기관을 더 신설해 당장 국민 건강권과 치료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 또한 보건연합에 따르면 ‘원격진료‘는 그 안전성과 효율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도이다. ’원격진료‘는 기본적인 진찰과 필수적인 검사 등이 생략돼, 오진과 누락의 위험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원격진료는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 없는 제 3세계나 사막, 북극 등의 일부 오지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그 외에는 의료분야가 아니라 사회복지분야에서 시범적으로 그것도 매우 부분적으로 도입이 시도되고 있을 뿐이다.
○ 아울러 보건연합은 ‘원격진료’는 약품 오남용을 양산할 가능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보건연합은 “보건복지부가 밝히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유헬스(U-Health)계획에는 약품 배송 허용까지를 골조로 하고 있는데, 이는 IT 대기업 등의 약국분야 진출을 초래해 원격진료 처방에 따른 배송의약품 제조만 하는 기형적인 약국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며 “복약지도 없는 이러한 조제는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협한다”고 피력했다.
○ 또한 보건연합은 결국 ‘원격진료’는 재벌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유헬스’의 핵심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보건연합에 따르면 한국의 재벌기업인 삼성, LG, SK, KT는 최근 ‘유헬스’라는 이름으로 수 조원의 시장 창출을 계획해 왔다. 이들은 국내 의료법의 규제가 해제되어 건강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의료인이 아니라 기업의 손에 내맡기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유헬스 활성화를 위해 해결되어야 할 선결조건으로 ▲의료기관의 영리행위 금지 조항 폐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의 확장 ▲환자 등의 개인 생체·건강 정보의 유통 허용 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보건연합은 “결국 원격진료 허용은 유헬스 허용의 시작이 될 것으며 원격진료는 재벌기업들이 대형병원들과 결탁해 국민들의 신체를 활용해 과잉 건강검진이나 고가의 불필요한 검사, 개인 신체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의료민영화가 바로 박근혜정부의 미래 창조 경제의 본질”이라고 규탄했다.
○ 보건엽합에 따르면 현 정부는 ▲보험회사에 의료호텔 허용, ▲원격진료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 ▲건강생활서비스 법안 상정 등 다양한 의료민영화로 추정되는 법안이 행정부 시행령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연합은 “결국 국가의 의료에 대한 책임을 줄이고 개인에게 떠 넘겨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폭등시키는 행위이며, 대선 당시 의료와 복지에 관한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행위일 뿐”이라며 “재벌의 배만 불리고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만 불러올 원격진료 허용 등 모든 의료민영화 조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 '타임오프' 개정안 의결…10구간으로 축소(종합)
○ 조합원 50명 미만인 노동조합도 다음달부터 노조 전임 근무자를 1명 둘 수 있게 됐다. 김동원 근로시간면제심사위원회(근면위) 위원장은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3일 밤 11시50분 제27차 전체회의에서 '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 조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 조정안은 조합원 100명 미만 구간을 통합해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2000시간(전임자 1명)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규모에 따른 한도 구간은 기존 11구간에서 10구간으로 축소됐다. 기존 50명 미만 구간(1000시간·전임자 0.5명)이 기존 100명 미만 구간(2000시간·전임자 1명)으로 흡수된 셈이다. 이로 인해 조정안이 고시되면 50명 미만 규모의 노동조합도 전임자를 1명 둘 수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은 2600여 곳 정도다.
○ 김 위원장은 "이번 근면위 결정은 노조 규모별로 '하후상박' 원칙을 유지해 노동기본권이 약한 소규모 노조는 좀더 많이 면제하고 자체재정능력이 충분한 대규모 노조는 현상 유지하는 쪽으로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 이어 "소규모 노동조합이 근로시간 면제제도 시행 이후 통계상 노조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소규모 노동조합을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 또 사업장이 전국 각지에 분포된 조합원 1000명 이상 사업장에 대해 기존 면제한도에 지역분포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내용도 신설했다. 사업장이 전국에 분산된 일부 노동조합에 대해 이동시간 등을 감안해 추가시간을 부여하는 셈이다.
○ 조합원 5% 이상이 분포된 광역자치단체의 수가 5곳 이하이면 10%, 6~9곳은 20%, 10곳 이상은 30% 등 가중치를 주기로 했다.
○ 이와 관련 김동원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111개 정도 회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200~300명 정도의 노조 전임자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대기업 노조의 경우에는 근로시간 면제제도 도입으로 인해 노조활동이 크게 줄었지만 워낙 재정상황이 충실하기 때문에 현행 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 또 근면위는 타임오프 한도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사용자 측 우려에 따라 앞으로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만 타임오프제도를 재심의하기로 의결했다.
○ 개정안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통보된 뒤 고용부가 '근로시간 면제한도' 고시를 개정하면 다음달부터 산업현장에 적용된다. 다만 현재 효력이 남은 단체협상을 가진 사업장의 경우 단협 만료 때까지 현행대로 유지하도록 경과규정을 뒀다.
○ 앞서 노동계와 재계는 타임오프 개정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타임오프는 조합원 수, 즉 기업규모에 따라 한도가 나뉘는데 노동계는 현재 11구간으로 나뉘어 있는 분류를 6구간으로 축소하자고 주장해왔다. 구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사업장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임오프를 정할 수 있는 범위가 커져 결과적으로 노조 전임자를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반면 재계는 17구간으로 현행 11구간을 더 쪼개자는 주장을 펴왔다. 이럴 경우 대기업일수록 전임자 수가 줄어들 개연성이 높아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 한편 타임오프제도 폐지를 주장해 온 민주노총은 이번 근면위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노동계, 사용자측, 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된 근면위에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계 몫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지난 7일 논의의 부당함을 규탄하며 회의에서 퇴장했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논의를 이어왔다.
○ 이 때문에 이날 근면위에서 조정결과를 내놓자 민주노총은 즉각 논평을 통해 "타임오프의 본질적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타임오프는 근본적으로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고 궁극에선 민주노조운동의 기반 자체를 와해시키려는 의도에서 개악된 법"이라며 "근본적 개정이나 폐기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한도시간을 늘린 조정결과로 거래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며 "사실상 한국노총이 정부와 사용자로부터 기만을 당했다고 봐야할 정도"라고 밝혔다.
○ 근면위에 노동계 대표로 참여한 한국노총은 타임오프 한도 재조정에 대해 "영세사업장 노조의 타임오프 한도가 조정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조의 타임오프 한도가 조정된 점은 다행"이라고 전했다. 또 "타임오프 도입 후 가장 많이 전임자가 줄어든 1000인 이상 전국 규모 사업장에 가중치가 부여된 점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50인∼999인 구간에 변화가 없는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면서도 "이 구간에 속한 노조의 정상적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법 개정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근면위 공익위원이 권고한 상급단체 파견전임자가 근로시간 면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법과 제도를 손질해 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 반면 한국노총과 더불어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은 타임오프 한도 재조정에 대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 7일 근심위 회의에서 퇴장한 바 있다. 이날 논평을 낸 민주노총은 "타임오프는 근본적으로 폐기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의 활동을 제약하고 민주노조운동의 기반 자체를 와해시키는 의도에서 개악된 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해외의 타임오프는 노조 활동시간의 하한선을 정해 노조활동을 보장하는데 한국은 거꾸로 상한선을 정해 노조활동을 위축시킨다"고 꼬집었다.
○ 재계는 우려를 표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노사팀장은 “경제계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타임오프 한도를 현행보다 확대한 결정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입법취지상 근로시간면제한도는 점진적으로 합리적 수준에서 축소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근면위는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과 필수적인 노조의 유지관리업무 수행에 필요한 범위를 명확히 해 타임오프 한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 교육부 "학교비정규직 11만명 내년까지 무기계약직 전환"
○ 정부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학교비정규직 11만여명을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교육부는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현안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학교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 교육부는 14만989명의 학교비정규직 중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자 11만2903명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거쳐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전체 학교 비정규직 중 고령자,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자, 휴직·파견 대체 인력, 한시사업 종사자 등을 제외한 전원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 무기계약직은 고용기간 제한이 없어 일반 계약직에 비해서는 직업 안정성이 높기는 하지만 무기계약직 전환 후에도 학생 수, 학교 수 감소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 문제가 있어 체계적인 인사관리가 미흡하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고용 안정과 학생 수 감소 등 교육수요 변화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와함께 동일 직종도 시·도별로 연봉기준일수 및 처우개선 수당 등의 지급액이 달라 보수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방교육재정여건을 고려해 합리적인 보수체제를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 교육부는 "학교회계직원의 근로조건 및 처우 수준은 동일 직종 내에서도 시·도 교육청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복잡하게 운영되고 있어 통일적인 관리시스템의 구축이 어렵다"며 "다양한 직종과 시·도 교육청별 차이를 고려해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보수체계, 근무조건, 인력관리체제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 "2년이상 파견은 직접 고용 간주 마땅"…"기업의 고용·경영 자유 침해하는 것"
○ "2년 이상 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 근로자로 간주하는 것은 기업의 근로 계약ㆍ경영의 자유를 침해한다."(청구인 측) "착취의 위험이 있는 파견근로자 계약은 제한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용노동부 측)
○ 1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년이 넘은 파견 근로자는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6조 3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재의 결론에 따라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판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찬반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 쟁점은 근로자 고용 사업주가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했을 경우 직접 고용한 근로자로 '간주'한다고 한 조항(고용간주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다. 파견근로자는 고용은 파견회사로 돼 있으면서도 실제 업무는 사용업체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로 자동차 생산 등 제조업에서는 금지돼 있다.
○ 이번 사건을 청구한 현대자동차 측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 측 대리인은 "고용 계약은 당사자들 간에 자기 결정권을 근간으로 하는 자유계약이 원리임에도 2년이라는 파견기간 경과했다는 것만으로 직접 고용으로 간주하는 것은 사용자의 해고 자유를 제약하고, 종신 고용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의 고용은 법으로 강제하거나 제한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 이에 고용노동부 측 대리인은 "파견 근로자 고용을 일반 고용 계약과 동일하게 보면서 기업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래 금지됐던 파견근로를 허용하면서 파견기간 2년을 조건으로 단 것"이라며 "허용된 업무나 기간의 범위를 벗어나는 파견은 애초부터 직접 고용해야 할 영역"이라고 일축했다. 원칙적으로는 불법인 파견 근로가 노동 시장의 고용 유연화 등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기업의 자율성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 이날 공개변론에는 자동차 등 업계와 노동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500여명 등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낸 노동자들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대차 외에도 원자력연구원,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포스코, 금호타이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해 소송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2008년 300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선업은 전 사업체의 100%, 철강은 92.6%, 자동차는 86.4%가 사내하청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합헌이라면 고용간주 조항이 개정되기 전인 2007년까지 2년 이상 파견근로자로 일한 경우 사용업체의 직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 하지만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린다면 파견근로자 소송의 상징적 판례로 손꼽히는 최병승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부터 재심이 불가피하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씨에 대해 현대차에 파견돼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고용의제 조항에 따라 현대차 노동자로 간주된다고 판결했다.
○ 한편 현대차 노사는 이날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교섭을 중단된 지 6개월 만에 재개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한 채 교섭을 마무리했다.
■ 민주노총, 방하남 장관 ILO 총회 연설 중 기습시위
○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102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 중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의 연설 도중 민주노총 대표단이 항의 기습시위를 벌였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공공운수노조연맹 윤유식 부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 6명은 12일 정오께(현지시각) ILO 총회 본회의장에서 방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는 도중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방 장관이 연설하는 연단 앞에 “한국 정부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현수막을 펼치고 한국 정부에 노동정책에 대한 항의했다.
○ 이들은 이 자리에서 ▲노조탄압 중단 ▲쌍용차 문제 해결 ▲비정규직 철폐 ▲전교조 탄압 중단 ▲공무원노조 인정 등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촉구했다.
○ 기습시위가 벌어지자 경비원들이 민주노총 대표단을 행사장 밖으로 나가도록 해 시위는 5분여만에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으며 방 장관도 기조연설을 예정대로 마쳤다.
○ 민주노총은 기습시위에 대해 “지난 6월7일 노동부장관이 민주노총을 방문해 대화를 통한 현안논의를 합의했음에도, 불과 며칠 뒤 쌍용차 대한문 농성장과 양재동현대차 비정규직 농성장을 침탈하는 등 정부의 이중적 노동행정에 대한 규탄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 앞서 지난 11일 민주노총 대표단을 만나 한국의 노동 현실을 청취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새 정부가 들어왔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ILO 협약 비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2015년까지 회원국들이 핵심협약 비준을 하도록 탬페인할 것이며, 미비준 국가 중에는 한국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 또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김경자 부위원장의 한국 방문 요청에 라이더 사무총장은 “한국 방문기회를 찾겠다”며 “방문하면 한국 정부에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탄압에 대한 우려를 꼭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