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나라는 대구, 경북지역 창작 뮤지컬로 알려져 있다. 왕의 나라 서울공연은 지역을 소재로, 지역의 인재들이 제작해서 만든 뮤지컬로 알려지면서 적잖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안동 문화예술의전당,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면서 그 여세를 몰아 서울까지 상륙하게 된 것이다. 왕의 나라는 지역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왕의 나라는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고려 31대 공민왕과 그의 반원정책에 도움을 아끼지 않은 원나라 출신 노국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다. 고려는 물론 공민왕과 노국공주까지 지키려 한 호위장군 홍언박과 호위무사 만옥의 사랑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다. 거기에 공민왕을 도운 안동 백성들의 이야기까지 가미되었다.
요즘 대하드라마 징비록의 관심이 높다. 도망가기 바빴던 선조에 비해 피신을 했지만 바로 수도 탈환작전을 수행해 홍건적을 물리쳐 개경을 수복하는 모습에서 공민왕은 선조와 달라 보였다.
특히 공민왕은 고려의 마지막 불꽃을 피운 개혁 군왕으로 알려져 있다. 원나라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과감한 개혁정치를 단행했다. 노국공주 또한 공민왕을 뒤에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도망만 일관하면서 자기 안위만 생각하고 충신을 의심하는 선조와는 분명 차별성이 있었다.
특히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왕과 왕비라고 뒷짐만 지고 자리만 지키지 않고 함께 홍건적을 물리치는데 솔선수범하면서 힘을 보태는 모습에서 진정 한 국가의 지도자의 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치인의 자질이 아닌가 싶었다.
아무래도 지역콘텐츠라 수준이 떨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정철원 총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작품성만 믿고 나간다.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로 성장시키겠다는 야망을 보였다.
이번 왕의 나라 서울 공연은 지난 수년간의 경험과 노후가 축적되어 한층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을 받았다. 다수의 출연진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웅장하였고, 주인공과 어울어지는 화음까지도 아름다웠다.
마지막 합장부분에서 외국의 전유물인 뮤지컬 분야에 한국적 뮤지컬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주었다. 서울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왕의 나라’의 역외 진출이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외국 뮤지컬처럼 다채로운 무대 구성은 완벽했지만 음향 및 대사 전달이 명확하지 않아 아쉬웠다. 공민왕역과 노국공주를 맡은 배우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노래를 알아듣기 어려워 양 옆으로 자막지원 되는 부분을 의존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머리 속에 맺히는 멜로디가 없어서 여운이 오래 가지 못했다.
레베카, 지킬앤하이드 등등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열창했던 멜로디를 따라 불렀지만 왕의나라는 그런 부분에서 아쉬워 음악에 다소 투자가 필요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제 첫 술을 뜬 작품이기에 보완에 보완을 한다면 대한민국을 넘어서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여 전세계인에게 각인되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