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품과 나눔의 정을 느끼는 남해바래길(7코스).
(남해 창선면 적량마을에서 천포마을까지)
다음 불 로그:-kims1102@
지금쯤 동장군이 밀어닥칠 때다.
겨울 같지 않게 화창하다가 하루 저녁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밤새 기온이 뚝
떨어진다.
추위는 말 그대로 “밀어닥친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는다.
갑자기 바람 불며 추워질 때 허둥지둥 갈무리를 하려면 서글프기만 하고 일도
제대로 안 된다.
서해안지방에 며칠 째 많은 눈이 내려 도로가 마비되고 농가에 피해가 발생되는
가운데 광주에도 몇 차례 눈이 내렸다.
어제는 군산에서 사는 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아빠! 며칠 째 계속되는 눈 때문에 미쳐버리겠어요.”라고 한다.
눈도 내리고 바람결도 매섭고 날씨도 매우 추워 겨울이 실감난다.
하기야 대설(大雪)이 이틀 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럴만하겠지!
소설(小雪)과 동지(冬至) 사이에 드는 절기로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대설이란 이름이 붙었다.
세시에서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여지(荔枝)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여지=상록교목의 가지
東洋에서는 입동 이후,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까지를 겨울이라 보지만,
西洋에서는 추분 이후 대설까지를 가을이라고 본다.
이때 눈이 많이 오면 밀, 보리를 덮어 이불이 되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한다.
오전 6시 40분,
산행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겨울 새벽은 아직 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가로등은 불빛을 밝혀 어둠을 걷어내고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새록새록 내리고
있는데 아파트단지 내 조경수나 길가 가로수가 하안 눈꽃을 뒤집어쓰고 있다.
바람도 불지 않은데 눈꽃이 땅으로 떨어지고 내 머리 위로도 떨어진다.
세상은 떨어진 눈꽃으로 새하얗다.
나는 아직 살아 있음에 신에게 감사했고 건강한 몸으로 산행에 나설 수 있다는
나 자신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 자신에게 감사했다.
눈 속에서 오늘 사라져가는 / 아. 아름다운 빛 /
먼 하늘이 곱게 장밋빛으로 타오른다.
쉼 없이 나의 노래가 말을 건네는 / 그대 먼 곳의 신부의 모습이여 /
아. 그대의 다정한 우정이 날 위해 빛난다. / 하지만 사랑은 아니다
(하인리히 하이네의 詩 “겨울 날” 전문)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完登)한 산악인 엄 홍길 대장은 그동안 높은
산을 자주 올랐다.
그러나 요즘은 상대적으로 평탄한 길을 걷는 트레킹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수직운동에서 수평운동으로 바뀐 셈이다.
트레킹을 즐기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정신적 육체적 여유를 찾았다는 것이다.
높은 곳을 목표로 산을 오르면 머리 아픈 강박관념이 생기고, 무리수, 고통,
후회, 극한상황은 물론이고 때로는 죽음이 밀려든다고 했다.
그런데 평탄한 길을 걸으니 걱정할 건 없고 오로지 자연과 교감하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산을 오르기만 하다 평탄한 걸으니 인생이 보이고 즐겁다고 했다.
남해바래 길은 트레킹코스로,
2010년 11월 27일 남해바래길 제1코스인(평산港 -가천다랭이마을 해변까지)
총 16㎞ “다랭이지겟길”을 열면서 현재까지 8개 코스가 정비 되어있어 전국의
도보 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고 한다.
주로 남해지역의 바닷가를 따라 바래를 하러 다니던 해안 길, 산길, 들길 등
옛길을 찾아 동네 길과 연결하여 구성되어 있으며 인위적인 데-그 시설 등은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정비되어 있다.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바래 길을 걷다 보면,
남해군의 자연자원인 상주 은모래비치, 가천 다랭이마을, 독일마을 등과 역사자원인
이충무공전몰유허, 충렬사에 이르기도 하고,
망운山 노을을 보면서 자연의 환희를 체험하며 부지런한 남해사람들이 경작하는
마늘밭, 고사리 밭을 만나기도 한단다.
바래 길은 옛날 바래를 하러 다니던 남해 어머니들의 애환과 정이 담겨 있어
바래 길을 걷다보면 어머니의 따스한 품과 나눔의 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바래”는 남해 사람들의 토속어(土俗語)로,
옛날 남해 어머니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나 미역, 고둥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그때 다니던 길을 “바래길”이라고 한다.
날씨도 안 좋은데 오늘도 42명의 회원들이 남해바래 길 산행에 참여를 해줬다.
한솔과 새순산악회는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해 산행을 취소하기도 했단다.
조교장님이 산악회는 그날의 날씨와 산행地 선택이 최선이라고 조언을 해준다.
광주는 눈이 내리지만 산행지인 남해날씨가 좋다는 일기예보에 기대를 걸면서
산행버스는 남해고속도로를 달렸다.
고속도로주변의 산과 나무들이 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어느 누가 저렇게 아름다운 설경(雪景)을 그려놓을 수 있었을까.
회원들은 모두 탄성을 내지른다.
순천을 벗어나자 눈은 그치고 남해가 가까울수록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남해대교를 건너는데 남해 특유의 조용하고 파란바다가 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창선대교를 지나 동대만을 옆으로 곤유, 신촌마을 지나니 햇살이 밝게 비친다.
오늘은 트레킹코스인 남해바래 길 제7코스인 고사리밭길을 걷는 산행이다.
“남해바래길” 고사리밭길은,
동대만 휴게소에서 출발 공룡화석地와 천포마을을 지나 창선면 적량마을까지
이어지는 약14km길로 완주까지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이다.
이 길은 산과 밭으로 거미줄처럼 이어진 고사리밭길을 통해 아름다운 해안과
갯벌의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선사시대의 공룡발자국화석을 따라 걸으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길이다
고사리밭길 가운데서도 최고 절경이라는 가인마을부터 적량마을 구간을 걸을
수 있다.
또한 주변 볼거리로는 적량 해비치 마을, 가인공룡화석지 등이 있다.
오늘 트레킹코스는,
동대만 휴게소에서 출발 -동대방조제 -오룡방조제 -전망대 -식포마을입구 -
고사리 밭 입구 -고갯마루 - 가인里 공룡발자국 -천포마을 위 갈림길 -쉼터
-적량마을까지이다.
트레킹산행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날씨는 맑고 좋았지만 바닷가바람은 차고 추워서 대부분 방한모와 방한상의를
쓰고 입은 채 출발했다.
출발점인 동대만 휴게소에서 자동차 길을 따라 걸으니 조그만 샛길이 시작되고
갈대밭이 나오는데 상신방조제와 오룡방조제가 연이어 계속되어있다.
수문을 지나고, 동대만 갯벌을 바라보며 전망 데-그를 지나니, 다시 자동차도로와
만나게 된다.
나는 자동차 길을 벗어나는 샛길을 걷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입술을 다쳐 피를 흘렸지만 다행히 치아는 이상이 없었다.
우리는 석포마을을 지나 웃고개를 넘어 바람을 피해 고사리 밭 입구 샛길에서
점심을 먹었다.
트레킹덕분에 오래 만에 발 빠른 산행 1팀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바우”兄, “산으로”, “산울림”, “무등산”부부, “민들레총무”, “해뜰날”, 그리고
젊은 회원들 10여명이 모여 앉아 먹는 점심 반찬은 항상 넉넉하고 다양하고
맛이 있어 좋았다.
식사 후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마시니 신선이 따로 없다.
창선도 고사리밭길은 몇 개의 낮은 산 전체가 고사리 밭이었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고사리 줄기와 잎이 누렇게 말라있어 황금의 성을 이루고 있다.
산지(山地)를 개간해서 고사리 밭으로 만들어 재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전국에 소요되는 고사리의 대부분울 여기서 생산하는 줄도 모르겠다.
고사리 밭을 건다보면 마을과 도로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길과 도로가 아스팔트나
시멘트 포장길이어서 회원들이 지루해한다.
흙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서 생긴 것이리라.
가인공룡발자국화석은 세심寺라는 조그만 절을 지난 바닷가에 있었다.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절에 이곳은 바다 건너 고성과 함께 공룡들의 놀이터
이었는지 모른다.
오랜 세월 파도에 닳아 반들반들한 암반에 크고 작은 공룡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해변 가에는 10여명의 아낙네들이 자연산 굴을 따고 있었다.
“바우”형이 현장에서 생굴 만원어치를 사서 “무등산”과 술 한 잔씩 하고 오느라
늦었다고 한다.
섬에 갇혀 있는 남해바다의 작은 섬은 마치 수반에 올려놓은 수석처럼 아름다웠다.
국사峰을 바라보며 천포마울 지나고 산길과 고사리 밭길을 한참 걷다보니 조그만
어촌마을이 나오고 산행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항구에는 작은 어선들이 쉬고 있었는데 도착지인 적량港이었다.
항구도 조용하고 마을이 깨끗해서 살기 좋고 행복하게 보인다고 누군가 말한다.
트레킹산행은 오후 3시에 끝이 났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序詩)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전문)
겨울은 해가 짧다.
오늘은 하산酒를 끓이지 않고 승주에 있는 쌍암 기사식당에서 1인당 7,000원
하는 백반으로 먹었다.
(2014년 12월 5일)
첫댓글 안전은 나이와 관계가 깊습니다. 하체의 힘은 나이에 역비례 한 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