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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3동성당
 
 
 
카페 게시글
영성의 향기 스크랩 신과 인간(Des Hommes Et Des Dieux)
anee 추천 0 조회 16 12.07.26 15:57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신과 인간 (2012)

Of Gods and Men 
7.7
감독
자비에 보부아
출연
람베르 윌슨, 미셸 롱스달, 로쉬드 젬, 필립 로덴바흐, 올리비에 라부르댕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22 분 | 201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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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다음과 네이버 영화에서 퍼왔습니다]

 

 

제대 뒤에 종이 있는 아주 작은 성당.

하얀 옷을 입은 일곱 명의 시토회 수사의 기도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너희는 신이며 모두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다.

그러나 너희는 사람들처럼 죽으리라. 여느 대관들처럼 쓰러지리라(시편 82,6-7)

 

영화의 배경은 1996년 알제리 이슬람 지역인 티브히린의 수도원.

수도자들은 그냥 마을의 일원으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수도원은 병원이자 구호소이고 민원상담실이죠.

그냥 나른한 일상이 이어져서,

분위기 파악이 잘 되지 않는 다큐 같은 시작입니다.

 

[이 수사들은 그냥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산다. 함께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그들의 소명이다.]

 

어느날 ‘코란을 읽은 적도 없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마을에 들이닥쳐 살상이 계속되고

수도원장 크리스티앙은 군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정부의 제안을 거부합니다.

 

수도자들은 동요합니다.

“그들이 오면 우리는 죽나요?”

“위험하긴 하죠.”

“왜 당신 임의로 결정합니까. 소통의 중요한 원칙을 당신이 손상시켰어요.

......우린 자살하러 온 게 아닙니다.”

죽음의 공포가 밀물처럼 수도원을 점령합니다.

게세마니의 그 밤... 같은 나날이 계속됩니다.

그들은 밭을 갈고 악보를 복사하고 기도하지만

공포가 스멀스멀 옥죄어오고 있습니다.

예수의 구원자로서의 삶을 닮고 그 길을 좇아가리라 서원한 그들이지만 죽음이라니..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죠.

 

 

어느 날 식사 시간에 낭독된 카를로 카레토(Carlo Carretto)의 묵상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일생동안 자주 궁금했습니다. 신은 이상한 게 아닌가.

왜 이리 오래 침묵하십니까? 왜 이리 믿음은 쓰라립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쳐들어옵니다.

부상자가 있으니 함께 가서 치료를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크리스티앙은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신분에 관계없이 환자를 돌보지만 이곳을 떠날 수는 없소.”

돌아서가는 그들에게 크리스티앙이 말하죠.

“오늘밤은 다른 날과 다릅니다. 크리스마스, 평화의 왕자가 탄생했소.”

그 순간, 마치 살라딘과 보두앵의 만남 같은 시간이 흐릅니다.

정말 팔레스타인의 행복한 그 밤 같은, 그 짧은 이해와 공감과 평화의 순간.

“예수 말이오? 미안하오. 몰랐소.”

 

그러나 그것은 정말 꿈 같은 잠시일 뿐.

 

 

 

이제 정말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떠나든가,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기거나.

수사들은 이런저런 의견을 나눕니다.

‘천사의 표정’만이 남아 있는 할아버지 수사 아메디가 말하죠.

“결국 도망치는 거죠, 테러범에게 주민을 버려두고.

선한 목자는 늑대에게 양떼를 버려두지 않아요.”

 

 

[정말 인간사 산전수전을 겪은 후에 '천사의 표정'만이 남아 있는 듯한 할아버지 수사 아메디와 의사 루크.

아메디 할아버지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여준 그 순발력에 난 어이없게 웃었다지.]

 

당신의 신비를 알 수 없어요 한없는 사랑..

당신은 방탕한 아들을 찾지만

당신의 가슴에 반항하는 말썽꾸러기 아이

이런 게 인간세상...

 

크리스티앙은 깊은 묵상 중에 한 장의 편지를 써서 작은 책상에 올려놓습니다.

 

“우린 떠날 수도 있어요.”

한 수사가 말하자 마을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가 새들이고 당신은 나뭇가지에요. 가신다면 우린 발판을 잃는 거죠.”

 

죽음. 신앙을 위한 죽음.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그들은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속에서, 밤의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겪습니다.

그중 가장 젊어보이는 크리스토프 역시 끝없는 갈등 속에 괴롭죠.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그가 크리스티앙에게 묻습니다. 

“왜 순교하죠? 신을 위해서? 영웅이 되려고? ”

“기억해요. 당신 삶은 이미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정해졌어요. 우린 충직한 사랑의 순교자요..

자신도 모르게 죽음이 앞지른다 해도 끝까지 죽음을 피해야 해요.

하지만 형제들과 함께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죠.

기억해요, 사랑은 영원한 희망이고 사랑은 모든 것을 견뎌내요.”

 

형제들과 함께하는 것! 그것이 소명입니다.

떠나지 않는 것, 도망치지 않는 것,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버려두지 않고 함께 머무르는 것.

그들이 떠나면 마을 주민들은 테러리스트들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수도원은 그들의 방패인 셈이죠.
그 점을 잘 아는 수사들은 무엇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마땅한 길인지 깨달아갑니다.

두려움은 여전하지만.. 

 

 

하느님, 당신은 저의 하느님, 저는 당신을 찾습니다.

제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합니다. 물기 없이 마르고 메마른 땅에서 이 몸이 당신을 애타게 그립니다.

영영 죽어버린 사람처럼 어둡고 깜깜한 곳에 살게 합니다.

내 영혼, 마른 땅처럼 당신 그려 목말라 두 손 들어 당신께 비옵니다.

 

그 어둠의 밤이 지나고 이제 그들의 눈빛은 평온해졌습니다.

크리스토프도 짧은 편지를 써 촛불 곁에 놓습니다.

.....

Je t'♡

주여, 날 감싸주시고 잡아주시고 안아주소서. 사랑합니다.

 

[http://kmomnews.hankyung.com/news/apps/news.sub_view?popup=0&nid=03&c1=03&c2=03&c3=00&nkey=201201111419191에서 펌.

카라바조의 '채찍질 당하는 예수'와 영화의 한 장면.]

 

의사인 루크도 카라바조의 채찍질 당하는 예수의 품에 기대 고백합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의 내 의무는 병들고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것이오, 내 눈이 감길 때까지.

친구여, 나의 기도는 이 세상이 예수의 평화에 깃드는 것이오.”

 

크리스티앙이 묻습니다. 

"누가 남을 건가요?"

 

 

작은 마을의 고적한 시간 속으로 헬기의 굉음이 쏟아집니다.

그것은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명확한 신호 같군요.

수사들은 그 작은 성당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기도합니다.

 

 

빛의 아버지, 영원한 빛이여. 모든 빛의 원천이여, 밤의 문턱에서 우리를 밝히소서.

당신을 위한 밤은 낮처럼 환합니다...

 

마치 최후의 만찬이듯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그들은 붉은 포도주를 마십니다.

그들의 눈에 얼핏 눈물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납치되었습니다.

영화에서 그들은 눈덮힌 벌판을 걸어 어디론가 사라졌고, 현실에서는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되었죠.

그들을 죽인 게 이슬람 원리주의자 혹은 알제리의 반군이었을까요?

영화에서는 그렇게 그려지지만

현재 드러나는 정황으로 보면 오히려 정부군의 소행으로 볼 근거가 많다고 하는군요.

 

영화의 끄트머리에

크리스티앙이 써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편지가 소개됩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수도자들의 편지와 기록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하죠.]

 

[Antonello da Messina〈수태고지 The Virgin Annunciate〉(1476경, 팔레르모 국립미술관).

크리스티앙의 책상에 있던 메시나의 마돈나]

 

......

바보라거나 이상주의자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알아야 한다.

불타는 호기심에서 난 해방되고 신의 은총으로 젖어들어

아버지 안에서 그의 이슬람의 아이들을 그와 함께 그처럼 바라본다는 걸

 

이 감사의 편지를

어제와 오늘의, 그리고 앞으로의 친구인

당신들께 보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를

마지막 친구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천국의 행복한 도둑들로서,

하느님 앞에서 만나게 되기를…

 

아멘…

인샬라…

 

 

그냥 제목만 보고 잠시 경건해지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한 해가 지나고 또 새로운 시간과 만나는 지점에서

잠시나마 마음을 고요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정말 그 정도의 기대로 보게 된 영화였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더 경건하고 더 아름답고 더 절절하고 더 고맙고 더 슬픈 현실이었습니다.

종교적 삶이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님을,

멍하니 있다가 충격을 받은 듯 정신을 차리게 되었죠.

 

이태석 신부와 관련한 다큐가 방영되던 즈음 가능하면 안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한밤중에 클릭하고 만 동영상을 보며 꺼이꺼이 울고 말았죠.

정말 안 울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게 안 됐습니다.

마구 쏟아지는 눈물을 어쩔 수 없었어요.

 

종교라는 게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렁주렁 매단 치장이 아니라

그 속살로서 사람들의 삶에 가까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억지를 부리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존재가치가 있는 것.

이 영화 또한 우리의 삶 안에 함께하는 종교에 대해

가슴 뜨거운 아름다움을 보게 해주었습니다.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까지 감동이었습니다.

그들이 수도자를 연기하기 위해 애쓴 과정은 링크를 따라가보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요.

진짜 수사들 같았어요.

어린 시절, 깊은 존경으로 동경하던 멋진 수사님들을 만난 기분이었죠.

그분들이 드리던 성무일도 또한 영화의 장면이 아니라 

정말 수도원에서 함께하고 있는 듯한 느낌.  

마음의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나오는 자연의 음성.

특별한 기교 따윈 아예 찾을 수도 없는 그 빈 마음의 고백.

사랑과 갈등과 두려움과 번민 속에서

오로지 신을 찾는 그 간절한 마음의 깊은 호소가

어떤 웅장한 성가보다도 가슴에 젖어들었습니다.

 

http://movie.daum.net/moviedetailStory.do?movieId=57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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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7.26 16:34

    첫댓글 일곱 수도사님들은 순교 하셨고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천국 문에 들어 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제뜻 대로 마오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 지소서, 아멘! anee님 좋은 영화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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