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무지개> 그리고 <성내동성당>
한여름에 내리는 비는 귀찮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하며 시원한 구석이 있다.
다리가 불편하여 거동이 편하지 않은 친구를 찾아 나섰다. 우리는 미사역에서
만나 함께 냉면으로 무더운 여름의 미각을 되살렸다.친구를 만난 나의 다음
행선지는 <성내동성당>이다.
<성내동성당>은 강동역과 둔촌동역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미사역에서 <성내동성당>을 가려면 강동역이 훨씬 수월하다.
성내동에는 <안골>이라는 별칭이 있다. <풍납토성(風納土城>) 안쪽에 마을이
위치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성안말> 또는 <안말>로 불리기도 했다.
옛날에는 벽돌, 옹기 , 화분공장들이 많이 있었다. 6.25전쟁후 피난민들이 많이
정착하여 규모가 커진 외곽지역이다.
강동역에서 <성내동성당>가는 길은 연립형 주택이나 빌라가 많다.
꾸불꾸불한 골목길로 이어진 동네가 아니라, 정돈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조금 걷다보니 탁트인 숲과 공원이 펼쳐진다. <안골어린이공원>의 표지석이
있고, 뒷면에는 안중근의사의 잠언이 새겨 있다.
[국가 존망의 위기를 보면
천명을 받은 것 같이 생각
하고, 이익을 보면은
먼저 정의를 생각하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아니하면 입속에 가시가
생길 것이다]
비내리는 <안골어린이공원> 한켠에는 지붕 가림막을 한 탁트인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종묘나 탑골공원에서 흔히 보듯 노인들이 모여 바둑과 장기를
두고 있다. 정겨운 모습이다.
[비오는 날에는 바둑과 장기로
정을 나눌 것인즉---]
공원 옆의 황금빛으로 빛나는 5층 규모의 대형 한옥 같은 대순진리회 강동분원이
있다. 이곳에서 한 블럭 떨어진 곳이 <성내동성당>이 위치한 곳이다.
그 규모는 대순진리회 건물보다 훨씬 작다. 그러나 <성내동성당>은 성당중에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붉은 벽돌을 촘촘히 쌓아 올린 외벽은 위를 향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고딕 양식의 뽀족한 탑 형태가 아니라 네모나고 묵직한 상자로 감싼 모습이다.
붉은 벽돌 외벽 사이사이에 세로로 길게 파져 있는 창문. 스테인드그라스의
유리화는 시각적 리듬감을 주고 있다.
성당 마당도 수평적으로 열려있는 구조로 마당과 진입로가 배치되어 있다.
외부사람들이 부담없이 다가 올 수 있는 모양새로 보면 된다.
나는 창조적인 조각상에 관심이 많다. 성당안의 대형 목조 십자고상은
투박하면서 단정하다.
나무 본연의 결을 거칠고 힘있는 도끼자국 흔적처럼 남겨 수난의 무게를 강조하고
있다.
절제된 튜닉(Tunic) 형태의 희미한 의상표현이 은은하다.
장식을 덜 할수록 거룩함이 깊어지는 느낌이다. 장동현(비오)의 걸작품이다.
그림과 조각은 다른게 아니다. 평면이 여러개 겹치면 그게 입체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고 그는 그림을 그리다가 뒤늦게 조각에 뛰어들었다.
많지 않은 일본의 <아모르성당> 십자고상도 그의 손길을 거쳤다.
성당안의 천장에서 퍼져나가는 원형 빗살 무늬는 마치 빛이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시선을 끌게 하고 있다.
거친 유화 질감과 담백하고 묵직한 필치로 예수 수난 과정을 표현한 14처 십자가의
길은 어느 미술관에 걸린 미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수난 과정을 이처럼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다니!
내가 좋아하는 김형주(이멜다) 서양화가의 성화 작품이다.
미사후 성당문을 나서니, 본당 수녀께서 하늘을 바라보며 "어머, 저기 하늘을
보세요."
탄성을 지른다. 탁트인 하늘을 가로지른 무지개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우중충하게 내리던 비는 간데 없고 맑게 개인 파란 하늘에 펼쳐진 무지개!
성경에서 무지개는 '노아의 홍수이후 물로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용운은 무지개를 선녀들의 허리띠로 표현했고, 방정환은 선녀들의 미끄럼틀로
어린이들을 또닥였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엄마는 "가장 귀하고 고운 무지개는 너란다"라며 아이에게
속삭일지도 모른다.
구름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는 동기생 <정탁>시인은 아직도 저녁노을의 붉게 물든
모습에 벅차올라 가슴이 뛴다고 고백한다.
영국의 낭만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내 가슴은 한없이 뛰내/무지개(my heart
leaps up/The rainbow)라는 詩에서 <하늘의 무지개를 볼때마다 가슴이 설레느니....
나이가 들어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으로 거둬가길 기도했다
내게도 설레이고 뛰는 벅찬 가슴이 있었으면...
잎사귀에 부딪히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산책길에 만나는 바람과 공기와 작은 햇살에도
탄성을 지를 수 있는자가 되었으면...
비온 뒤 하늘은 맑고도 파랗다.
(고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