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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배추·오이 등과 같은 채소를 소금에 절여 씻은 다음 파·마늘·고추·생강 등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함께 버무려 담근 식품. 채소 본래의 영양가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맛과 향을 지니게 한 한국 고유의 채소 가공식품으로 한국인 식단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음식이다. |
무·배추·오이 등과 같은 채소를 소금에 절여 씻은 다음 파·마늘·고추·생강 등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함께 버무려 담근 식품. 채소 본래의 영양가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맛과 향을 지니게 한 한국 고유의 채소 가공식품으로 한국인 식단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음식이다. 김치에 관한 기록은 <염지>라 하여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지>는 물에 담근다는 뜻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날의 김치란 명칭은, 이 <지>가 고려 말기에 <저(菹)>로 변하여 쓰이다가, 조선 초기에 <딤채>가 되고 구개음화하여 <김채>로, 다시 구개음화의 역현상에 의하여 <김치>가 된 것이다.
0한(漢)나라 때 《주례(周禮)》에 순무·순채·아욱·미나리·죽순 등의 저(菹)를 관리하는 관청이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한나라의 김치가 낙랑을 통하여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명확하지 않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김치는 소금물에 담그거나 마늘·회향 등의 향신료를 섞는 정도에 그친 것으로 짐작되며, 조선시대 중엽에 고추가 수입되면서부터 비로소 오늘날의 김치와 같은 저장법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김치 재료로는 동아·오이·무가 많이 쓰였으며 꿩고기와 같은 육류를 볶아 섞기도 하였다. 1655년 신속이 엮은 《농가집성》에는 가지·장·밀기울 등을 섞어 20일 정도 뜨거운 마분(馬糞)에 묻어 두었다가 먹는 저에 관한 기록이 있으며, 1600년 말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요록(要錄)》에는 무·배추·동아·고사리·청태콩 등의 김치와 무를 소금물에 담근 동치미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김치에 처음으로 고추가 들어간 것은 1750년 경으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1766)》에 오늘날 총각김치와 흡사한 김치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여기에는 또 황과담저법(黃瓜淡菹法)이라 하여 오이의 3면에 칼집을 내고 고춧가루·마늘을 다져 넣어 삭히는 오늘날의 오이소박이를 비롯하여, 동치미·배추김치·용인오이지·겨울가지김치·전복김치·굴김치 등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이러한 김치는 중국에까지 전해졌는데, 중국의 쓰촨포채[四川泡菜(사천포채)]는 담그는 법이나 맛 등으로 보아 동치미를 본뜬 것으로 여겨진다. 1872년경 김치의 조리·가공법을 집대성한 《임원십육지》에는 김치의 종류가 엄장채·초채(酢菜)·제채·저채(菹菜) 등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특히 저채는 조선에서 독특하게 개발한 종류의 저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엄장채는 물에 씻어 소금·향신료 등에 절인 것이고, 초채와 저채는 같은 종류에 속하지만, 초는 소금과 쌀로 발효시키는 것인데 저는 젓갈·장·생강·마늘·식초 등의 여러 가지 맛을 조화시킨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여기에는 또 젓갈을 섞는 김치인 오늘날의 섞박지가 나오는데 이것은 소금절이를 한 무에 오이·배추 등의 다른 채소, 청각채와 같은 해초, 갖은 향신료를 섞고 여기에 신맛을 덜어주는 전복껍데기 등을 넣어 버무린 다음 간을 하여 발효시킨 것이다. 이처럼 여러 단계를 거쳐 오늘날의 김치가 완성되었으며, 이후로는 채소의 품종 및 기호에 의한 첨가재료의 변화에 따른 발전이 있었을 뿐이다.
0김치는 지방에 따라 재료와 조리법이 달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는 특히 고춧가루의 사용량과 젓갈 종류가 다른 것에서 기인하며 주로 기후 차이에 따라 그 특색이 드러난다. 대체로 추운 지방에서는 고춧가루를 적게 사용하는 백김치·동치미 등이 유명하며, 다소 기후가 높은 남쪽 지방에서는 김치맛이 맵고 짠 것이 특징이다. 또한 북쪽 지방에서는 새우젓·조기젓 등을 많이 쓰며, 남쪽 지방으로 갈수록 멸치젓을 많이 쓴다. 그 종류를 지방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① 함경도:생선이 많이 나는 곳이라 김치에도 생태·굴 등을 넣어 시원한 맛을 내며, 콩나물김치·쑥갓김치·함경도대구깍두기·채칼김치 등이 있다. ② 황해도:간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으며, 맑고 시원하여 충청도 음식과 비슷하다. 동치미·호박김치·갓김치·고수김치 등이 있다. ③ 평안도:양념이 간단하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며 육수를 사용해서 단맛을 낸다. 가지김치·영변김장김치 등이 있다. ④ 경기도:재료가 다양하고 먹음직한 꾸밈새가 특징이며, 용인오이지·순무짠지·꿩김치·숙김치·보쌈김치·무섞박지·무비늘김치·백김치 등이 있다. ⑤ 서울지방:조선시대 궁중에서부터 발달하였다고 하는 궁중김치인 고춧잎깍두기·오이소박이·장김치 등이 유명했으나, 전국 각 지방의 김치가 두루 섞여 독특성이 사라지고 있다. ⑥ 충청도:젓국 대신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경우가 많으며, 박김치·파짠지·가지김치·새우젓깍두기 등이 있다. ⑦ 강원도:저장기간이 오래 가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고, 창란젓깍두기·채김치·동치미 등이 있다. ⑧ 전라도:조기젓·밴댕이젓·병어젓 등 젓국의 종류가 다양하며 향신료를 많이 쓴다. 갓쌈김치·고들빼기김치·배추포기김치·검들김치 등이 있다. ⑨ 경상도:멸치젓을 주로 사용하며 소금 간을 세게하여 발효가 더디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복김치·속새김치·콩잎김치·우엉김치·부추김치 등이 있다. ⑩ 제주도:해산물이 풍부하여 전복김치·해물김치를 비롯한 나박김치·동지김치 등이 있다. 이들 김치는 저장기간 및 시기를 기준으로 보통김치와 김장김치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겨울철 채소공급원으로 담그는 김장김치와 달리 보통김치는 여러 가지 재료와 양념으로 계절적 미각을 살려 담근다. 김치에는 비타민C가 풍부한 고추를 많이 쓰는데, 고추는 마늘과 함께 젖산균의 번식을 도와 김치의 발효를 촉진함으로써 김치의 독특한 맛을 내는 작용을 한다. 또한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과 고추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E는 비타민C의 산화를 막아주는 작용을 하고, 캡사이신은 젓갈의 지방이 산패(酸敗)하여 비린내가 나는 것을 막아주는 작용도 한다. 이렇듯 김치는 영양상으로는 식물성·동물성을 아울러 가진 완전한 영양식품이라 할 수 있다. 김치의 맛과 영양가를 보전하면서 오래도록 저장하기 위하여 잘 관리하자면 얼지 않고 시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5℃ 정도에서 4∼6주간 보관하는 것이 좋고 김치항아리를 짚에 싸서 깊이 묻어 온도의 변화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 김치의 산패를 막기 위해서는 공기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치항아리에 김치를 단단히 눌러서 넣고 공기 차단을 위해 우거지 같은 것을 넣는 전통적인 방법 외에, 아파트나 도시의 가정에서는 스티로폴이 들어간 플라스틱 김치독을 이용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진공포장된 김치제품이 생산·판매되고 그 소비가 높아지면서 전통음식으로서의 영양·미각을 갖춘 김치의 독특한 맛과 향토성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 |